▲ 살아있는 돼지가족 만나보니 우리 가족 닮아 <br />
공장식 축산 현실 조명…‘육식주의’ 되돌아봐
▲ 살아있는 돼지가족 만나보니 우리 가족 닮아
공장식 축산 현실 조명…‘육식주의’ 되돌아봐

저자 황윤은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엄마다. 이 책의 시작은 저자의 아들 도영의 탄생과 연관돼 있다. 2009년 아이를 낳은 저자는 여느 부모들처럼 소독기에 젖병을 살균하고 감기약 하나에도 항생제가 들어갔는지 꼼꼼히 살피고 무항생제 고기와 무농약 채소를 사다 이유식을 만들어 먹였던 그는 2010년 구제역 사태를 목도하게 됐다. 출산과 육아로 영화 작업을 쉬고 있던 황 감독은 카메라를 들고 살처분 현장을 찾았다. 출입이 통제되어 뒷산에 올라 카메라 줌 버튼을 당겨 목격하게 된 현장은 충격적이었다.
일어설 수조차 없는 좁은 감금틀에 갇혀 평생 인공수정과 임신, 분만만 반복하며 고기 생산 기계로 살다 도축되는 엄마 돼지들, 3~4주 만에 어미로부터 분리된 채 바람도 빛도 통하지 않는 좁은 축사에서 유전자 변형 사료, 항생제, 호르몬제 등을 투여 받으며 단기간에 살을 찌워 6개월 만에 고통 속에 도축되는 공장돼지들의 삶을 직접보게 된 것이다.
그날 이후 황 감독은 공장식 축산의 현실에 대해 하나하나 알아가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사육되는 돼지는 1000만 마리가 넘는데, 이 돼지들은 ‘농장’이 아닌 ‘공장’에서 사육되고 있었다. 일어설 수조차 없는 좁은 감금틀에 갇혀 평생 인공수정과 임신, 분만만 반복하며 고기 생산 기계로 살다 도축되는 엄마 돼지들, 3~4주 만에 어미로부터 분리된 채 바람도 빛도 통하지 않는 좁은 축사에서 유전자 변형 사료, 항생제, 호르몬제 등을 투여 받으며 단기간에 살을 찌워 6개월 만에 고통 속에 도축되고 있었다.
저자는 강원도 평창의 농장에 있는 한국 돼지의 0.1%에 속하는 엄마 돼지 십순이와 아기 돼지 돈수를 만난다. 생전 처음 본 살아 있는 돼지 가족은 저자의 가족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어미 돼지들은 저마다 다른 성격을 갖고 있었지만, 자기 새끼를 지키려는 본능만큼은 사람 엄마와 같았다. 새끼 돼지 돈수는 저자의 아들 도영이처럼 호기심이 넘치고 장난을 좋아했다. 돼지가족과의 만남은 육식이 정상이고 꼭 필요한 것이라는 ‘육식주의 이데올로기’에 가려 고기를 생명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던 저자의 인생에 큰 전환점을 가져온다.
돼지를 돼지답게 키우던 농장들은 정부가 대규모 공장식 축산에만 예산을 지원하기 시작하면서 불과 30-40년 만에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고 한다. 이런 정부 정책으로 인해 위협에 처하게 된 것은 돼지들의 삶만이 아니다. 밀집 사육이 본격화되면서 공장 동물들에게는 제초제와 농약으로 범벅이 된 유전자 변형 사료가 제공됐고, 협소하면서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사육되다 보니 각종 질병에 취약할 수 밖에 없어 항생제, 강심제 등 각종 약들이 투여된다.
이렇게 생산된 고기를 인간들이 먹게 된다. 또 축산업을 통해 발생한 환경 오염 역시 인간들의 삶의 질을 위협한다. 고기, 달걀, 낙농제품을 만드는 산업이 전 세계 모든 교통수단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능가하며, 가축의 트림, 배설물 등에서 나오는 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보다 23배, 가축 배설물에서 나오는 산화질소는 이산화탄소보다 300배 더 강력하게 온난화에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이 책은 저자의 영화 ‘잡식가족의 딜레마’의 확장판이다. 책에는 영화에 다 담지 못했던 ‘육식주의 이데올로기’와 관련된 저자의 고민과 이론적 배경, 사회적 논쟁 등이 충실히 담겨 있다.
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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