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일반

무술년을 보내며

홍석봉논설위원

무술(戊戌)년이 저문다. 해마다 연말이면 되풀이하는 ‘다사다난(多事多難)’이라는 단어가 올해만큼 절절하게 느껴진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만큼 온 국민이 어두운 터널 속을 이리 차이고 저리 치이며 손을 더듬어 겨우 빠져나온 기분이다.

2018년 무술년은 ‘평화’와 ‘인권’ 등 민주주의의 가치를 되새기게 한 해로 기억될 것 같다.

전쟁 일보직전까지 치달으며 긴장 사태가 극에 달했던 남북관계가 2018년 무술년에 접어들면서 전기를 마련했다.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으로 화해의 서광이 비친 한 해라고 할 수 있다.

비록 김정은 위원장의 한국 방문은 불발됐지만 종전 합의 등으로 희망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온 국민이 평화의 소중함을 깨닫고 국가의 존재가치를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은 무술년 최대의 사건이다.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시험과 핵 실험을 하며 한반도를 전쟁의 공포 속으로 밀어 넣던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남북 정상회담을 하며 일시에 전쟁 공포를 잠재웠다.

양 정상은 한반도 비핵화를 선언하고 표준시를 통일하면서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렸음을 천명했다. 특히 뒤이어 이뤄진 북미 정상의 사상 첫 만남은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온 국민이 ‘평화’와 ‘통일’에 대한 희망을 갖게 했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이뤄진 남북 평화 무드는 남북 철도연결 등으로 이어지고 있으나 곧장 이뤄질 것 같던 김정은의 한국 방문은 결국 해를 넘기고 말았다. 뜨거워졌던 남북 간 화해 분위기가 시간이 지나면서 식어가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전쟁 일보직전까지 갔던 남북관계가 이만큼이라도 대화 분위기로 이어진 것은 천만다행이라 하겠다. 하지만 북한만 바라보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의 짝사랑이 자칫 일방적인 퍼주기가 될 가능성도 농후해 걱정하는 국민이 많다. 북한에 대한 미국의 ‘목 죄기’가 핵 폐기라는 이상적인 상황을 만들어 주기만을 기대할 뿐이다.

2017년 정유년이 촛불 민심으로 법치의 의미를 일깨웠던 한 해였다면 2018년 무술년은 국민의 권리를 재인식하게 했던 한 해라고 할 수 있다.

인권의 귀중함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했다. ‘미투’와 ‘갑질’ 논란이 바로 그것이다.

2017년 미국서 시작된 ‘미투(#MeTooㆍ나도 피해자다)’ 운동은 우리 사회를 뒤흔들었다. 지난 1월 현직 검사가 검찰 내의 성폭력 실상을 고발하면서 미투 운동을 촉발했다.

이후 연극연출가 이윤택에게 성추행당했다는 고발이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퍼지면서 ‘위력에 의한 성폭력’ 피해 고발 움직임이 대한민국을 강타했다. 시인 고은을 비롯해 극작가와 배우는 물론 안희정 등 정계 인사로까지 불똥이 튀었다.

경북대 등 지역 대학가에서도 미투 고발이 이어지는 등 큰 위세를 떨쳤다. 급기야 중고교까지 번져 교육현장이 심한 몸살을 앓아야 했다. 미투로 촉발된 여성의 권리 찾기는 이후 남성 혐오 운동인 ‘워마드’로 표출돼 또 다른 논란을 낳기도 했다.

‘갑질’과 ‘을의 반란’도 무술년의 대표적인 화두다. 갑질은 곧 패가망신으로 이어지는 지름길이 됐다. 갑질 중의 갑은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집안으로 전 국민의 원성을 샀다.

조 회장의 막내딸 조현민 전무의 ‘물컵 갑질’에 이어 조 전무의 어머니는 공사 인부들에게 퍼부은 폭언과 폭력으로 지탄을 받았다. 조 전무의 언니 조현아 부사장은 2014년 ‘땅콩 회항’ 사건을 일으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한진그룹 일가의 갑질은 이래저래 가진 자의 횡포로 주목받았다.

한 언론사 대표의 열 살짜리 딸은 50대 운전기사에게 폭언을 퍼부어 온 국민을 경악게 했다. 연말엔 직원들에게 엽기적인 갑질을 한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갑질’ 피날레를 장식했다.

2019년은 기해(己亥)년 ‘황금 돼지의 해’다. 황금 돼지는 재물과 복, 다산을 상징한다. 새해에는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가 정착되고 인간다운 권리를 구가하며 모두가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 독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홍석봉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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