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강추위…몸도 마음도 ‘꽁꽁’

▲ 매서운 추위가 찾아온 지난 29일 대구 서구 비산동 등지에서 폐지를 주운 뒤 근처 고물상으로 향하는 70대 할머니의 발걸음이 무겁다.
▲ 매서운 추위가 찾아온 지난 29일 대구 서구 비산동 등지에서 폐지를 주운 뒤 근처 고물상으로 향하는 70대 할머니의 발걸음이 무겁다.

주말 동안 불어닥친 한파는 전통시장 상인과 취약계층 서민들의 몸과 마음까지 꽁꽁 얼어붙게 했다.
지난 29일 오전 11시께 대구 북구 칠성시장. 이날 영하 7℃까지 떨어지는 매서운 추위에 시장 안은 텅텅 비어 있었다.
몇몇 상인들은 삼삼오오 모여 전열기 앞에서 몸을 녹이며 푸념만 늘어놓았다.
15년째 장사를 하고 있는 이모(59)씨는 팔리지 않는 과일 박스를 정리하며 강추위와 오랜 경기 불황이 이어져 이젠 ‘연말 특수’도 없어졌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씨는 “매년 이맘때 시장 경기가 안 좋다는 건 알지만 올해도 회복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과일 장사를 접고 다른 업종이라도 구해야 할 판이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또 길가에 좌판대를 놓고 야채를 판매하는 한 상인은 행여 상품이 얼지 않을까 발을 동동 굴렀다.
칠성시장에 장을 보러 나온 강모(64ㆍ북구)씨는 “시장 안이 한산해 더 춥게 느껴진다. 아내와 함께 족발을 사러 나왔는데 길을 넘어갈 엄두를 못 내겠다”며 발길을 재촉했다.
이날 오후 4시께 서구에 있는 S 고물상 주변은 모은 폐지를 들고 업체로 향하는 어르신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한 골목에서 주운 폐지를 손수레에 싣고 온 한 70대 어르신은 “날이 춥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끼니 걱정에 잠을 못 이룬다. 겨울은 일주일에 3만 원 벌기도 힘들다”며 “폐지값도 예전보다 떨어져 아침 일찍 나가 발품을 팔아야만 많은 폐지를 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구 대구시청 앞 도로에서 만난 한 폐지 줍는 할아버지는 갑자기 불어닥친 돌풍 때문에 손수레에 쌓아둔 종이박스 더미가 무너져 이를 추스르느라 애를 먹는 모습이었다.
중구에 있는 D 고물상도 사정이 비슷하다. 이곳은 하루 30여 명의 어르신이 폐지를 팔러 들리는 곳이었다. 하지만 지난해보다 폐지값이 반 토막이 나자 모은 폐지를 들고 찾아오는 어르신들에게 제값을 쳐주기는 힘들었다.
고물상 업주는 “폐지 상자를 가져오시면 ㎏당 30∼40원에 드리고 있다. 최근 폐지 값 시세가 폭락해 많은 값을 치러 드리기가 힘들고 여름보다 더 힘든 상황”이라며 “겨울에는 날이 추워 평소 폐지를 팔러 3번 이상 들리는 어르신도 하루 1∼2번만 방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구기상지청은 새해에도 당분간 한파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31일과 새해 1월1일까지는 대구 최저기온 영하 7℃, 김천ㆍ군위ㆍ의성ㆍ청송 등은 영하 13℃로 예보됐다. 영하권으로 떨어진 날씨는 새해 첫 주말부터 최저기온 영하 2℃ 정도로 다소 누그러들 것으로 보인다.
대구기상지청은 대구와 경북지역에 건조 특보가 발효되는 등 대기가 매우 건조한 상황으로 산불 등 각종 화재 예방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동현 기자 leedh@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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