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베레스트 등정과 북극점 그리고 남극으로 이어지는 극한 지역으로의 탐험은 인간의 욕망과 시대적 기술의 발달이 맞물려 만들어진 것이다. 얼어붙은 땅으로 불리는 북극은 인간에겐 미지의 땅이었고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항해술과 지도가 미비했던 고대 시대에는 신들이 지배하는 신비한 땅으로 받아 들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8세기 아일랜드 출신 카톨릭 수사들의 아이슬란드 방문과 9세기말 노르만족의 바이킹들이 이곳으로 이주하면서 북극을 향한 전초기지가 이뤄진 셈이 되었다.
중세시대로 들어오면서 영국과 스페인 그리고 유럽 국가들의 경쟁적인 식민지 정책과 극동 아시아, 아프리카와의 교역의 필요성은 최단거리의 항로를 개척하고자 하는 의지를 불러일으키게 된다. 북극 탐사는 개인의 탐험 욕구만이 아니라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 결합되면서 북극의 정점을 향한 인간의 욕망은 현실화되었던 것이다.
그것은 항해술의 발달과 지도의 정밀성이 가져온 쾌거였고 미지의 세계를 신의 영역이 아닌 인간의 영역으로 개척해 간 인간의 승리였다. 남극 탐험 또한 이와 유사한 과정을 거치게 된다. 남극에 최초로 도달한 사람으로 알려진 아문센이 실제로는 북극 탐험을 목표로 했다는 점은 참으로 재미난 사실이 아닐 수 없다.
1909년 북극 탐험을 계획하고 있던 그에게 피어리가 이미 북극에 도달했다는 소식은 또 다른 미지의 땅인 남극을 향하게 만들었고 그가 정복한 남극 대륙은 현재 우리나라의 남극 세종 기지를 비롯한 여러 나라의 기지가 설치되어 자원과 자연 환경의 조사,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남극을 정복한 아문센이 비행기를 이용해 북극을 처음으로 횡단했다는 사실에서 인간의 정점에 대한 욕망은 일시적인 것이 아님을 잘 보여주고 있다.
제일 높은 곳 그리고 아무도 가지 않은 곳을 향한 길에는 늘 위험과 죽음이 도사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우리는 개인과 국가 그리고 세상의 필요에 의한 도전을 탐험이나 탐사라고 부른다. 그러한 극한의 도전이 세상을 바꾸어 왔고 세상에 대한 지식을 만들어 왔음이 사실이다.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연말연시의 시점에서 우리가 꿈꾸는 욕망은 무엇인가 고민하게 된다. 일상의 쳇바퀴 속에서 매너리즘에 익숙한 자신을 일깨우고 지나온 시간에 대한 반성과 새로운 다짐을 계획하는 시간들이기에 이 시기를 맞이하는 우리는 숙연할 수밖에 없다.
피어리가 정복한 북극점은 이미 미지의 세계가 아니다. 아문센이 향하던 남극은 이제 과학 전초기지로서 인간의 미래를 위한 주춧돌을 세우고 있다. 학원가에선 1월2일을 기점으로 새해의 학사일정을 계획한다. 매년 반복되는 것처럼 보이는 학사일정이지만 필자의 눈에는 늘 새로울 수밖에 없다. 학생들 하나하나가 다르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저마다의 의지와 욕망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그들이 가지고 있는 도전에 대한 두려움도 엿보인다. 처음으로 가는 길이기에, 그리고 세상을 향해 떠나기 전 자신의 능력을 갖추는 시기기에 그들에겐 더없는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정점을 향한 그들의 도전에 부모로서 그리고 교육자로서 박수와 격려가 반드시 필요한 시기 또한 지금임을 명심하고자 한다.
영어전문학원 에녹(Enoch)원장 김시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