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는 국내외적으로 극한적 기후현상이 다발한 해로써, 기후변화를 몸소 체험할 수 있었던 한해가 아닌가 싶다. 올 한 해를 마무리하며, 앞으로 발생할 기후변화 현상에 대비하기 위한 준비로서 대구·경북지역 올 한해 주요 기상이슈에 대해 되돌아보고자 한다.
첫 번째 이슈기상은 지진이다. 2018년 2월 11일 일요일 오전 5시 3분, 포항시에서 다시 한번 큰 진동이 발생했다. 지난해 11월 15일 포항 본진에 이어 규모 4.6의 여진이 발생한 것이다. 이번 여진은 2018년 12월 현재까지 포항지역에 발생한 규모 2.0 이상의 100차례 여진 중 최대 규모였다.
경북지역은 양산단층이 지나가는 곳으로 최근 들어 지진이 빈발하는 지역이다. 기상청 계기지진관측(1978년) 이래 규모별 국내 역대 지진 발생 현황을 살펴보면 6위 안에 대구·경북 지역 5곳이 포함되어 있다. 1980년 북한 서부와 1978년 충북 속리산 지진의 발생 시점이 30년 이상 지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북지역의 지진은 강도와 발생 시점 면에서 더욱 위험하다고 볼 수 있다. 이를 증명하듯 역대 1, 2위의 지진이 경주(2016년 9월 12일 규모 5.8), 포항(2017년 11월 15일 규모 5.4)으로 경북지역에서 발생하였고 이에 따른 여진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상태로, 우리나라도 더 이상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경각심을 일깨우게 되었다.
두 번째 이슈기상으로 3월 8일 대구지역 폭설을 들 수 있다. 이날 대구지역에는 최심적설이 7.5㎝를 기록하여 대구지역 3월 최심적설 극값 3위를 경신하였고, 특히 아침 출근 시간과 겹치면서 시내 곳곳이 통제되고, 도시철도 3호선이 멈추는 등 도심 곳곳에 교통대란이 발생하였다.
이 대설로 인해 대구는 8천474만 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하였고, 경북도는 1천139만2천 원, 736.16ha의 재산피해가 발생하였다. 또한 이날 대설을 계기로 대구시에서는 대설에 따른 출근 및 등교 시간 조정 권고에 관한 조례가 제정되었는데, 겨울철 대설로 인한 교통정체 등 시민불편과 경제적 손실을 예방하고, 설해에 신속히 대응·복구하고자 기습적인 대설 시 출근 및 등교 시간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세 번째 기상이슈는 올여름 맹위를 떨쳤던 폭염이다. 올여름 철에는 북태평양고기압과 티베트 고기압이 평년보다 발달하면서, 여름철 전국 평균기온이 25.4℃로 평년(23.6℃)보다 높게 나타나 1973년 이후 최고 1위를 기록하였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여름철을 지배하고 있는 기단은 덥고 습한 북태평양고기압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북태평양고기압에 의한 영향만 받을 때에는 대기 하층의 열기가 상층으로 빠져나가고 때로는 북쪽에서 내려오는 찬 공기와 만나며 강수가 발생하기도 하고, 이는 더위를 식히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올해는 기존보다 강한 북태평양고기압이 자리 잡고 있는 가운데, 건조하고 무거운 티베트 고기압의 세력이 유례없이 강하게 버티고 영향을 주었다. 이 때문에 지상에서 데워진 뜨거운 공기덩어리가 뚜껑처럼 막고 있는 상층고기압 때문에 주변으로 흩어지지 못하고 있어 기록적인 폭염이 기록된 한 해였다. 역대 최고기록으로 기록된 1942년 8월 대구의 40℃ 기온이 경신되기도 하였는데, 지난 8월 4일 영천의 낮 기온이 41℃까지 치솟았다. 또한 밤낮없이 계속된 폭염에 온열 질환자가 급증하였는데, 올 한해 대구·경북지역 온열 질환자는 420명, 사망자는 12명으로 집계되었다.
마지막 이슈기상은 바로 태풍이다. 올해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태풍은 8월 23일 제19호 태풍 솔릭과 10월 5일 제25호 태풍 콩레이가 있다. 제19호 태풍 솔릭의 경우 당초 예상보다는 약화되어 북상하면서 대구·경북지역에는 큰 피해 없이 5~114㎜의 강수량을 기록하며 가뭄 해갈에 도움이 되었던 효자 태풍의 역할을 하였다. 태풍 솔릭의 북상 이전에는 표준강수지수(SPI6) 가뭄지수가 대구·경북 대부분 지역에서 정상이었으나 경북 서부지역은 상대적으로 건조한 상태였다. 그러나 솔릭의 영향으로 대구·경북지역 중 경북 서부지역에서 가장 많은 강수량을 기록하면서 가뭄 해결에 도움이 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반면 제25호 태풍 콩레이는 영덕, 포항 등 경북 동해안 지방을 중심으로 시간당 30~40㎜의 강한 비가 내리면서 다수의 피해가 발생하였다. 해안 저지대 침수, 농작물 낙과 피해, 강풍과 높은 파도로 어선과 하천 제방의 유실 등 경북지역에서 인명피해(사망 2명)와 이재민(429명) 등 250여억 원의 시설 피해를 보았다.
또한 앞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매년 기후변화로 가뭄도 일상화되고 있어 눈여겨보아야 할 기상현상 중 하나라 할 수 있겠다. 기후변화로 인해 이전에 예상하지 못했던 극한 기상 현상이 점차 대형화ㆍ빈번화 되고 있는 만큼 상시로 이에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전준항

대구기상지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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