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시장서 통할 수 있는 제품 개발대구시 정부 지원 정책 적절히 활용기업인 모임 통한 정보

“어렵게 다시 시작한 사업인데 또다시 실패할 수는 없습니다. 아직 저 혼자서 기술도 개발해야 하고 영업도 다녀야 하지만 이번엔 꼭 성공하기 위해 온 힘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얼마 전 한 중소기업 대표를 만났을 때 들었던 얘기다. 평소 같았으면 인사치레로 하는 말이겠거니 했을 텐데 이날만큼은 ‘성공’이라는 단어에 힘줘 말하는 대표의 모습이 계속 머리를 맴돌았다. 과연 성공이란 무엇인지, 어느 정도면 성공이라고 할 수 있는지, 성공과 실패의 기준은 있는 것인지.
중소기업진흥공단은 올 한해 대구지역 중소기업 729개 사에 약 2천37억 원의 정책자금 융자를 지원했다. 청년 예비창업자에서부터 코스닥 등록을 눈앞에 둔 중소기업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다양한 업종과 크고 작은 기업들과 인연을 맺었다. 물론 이 많은 기업의 대표들과 모두 만나볼 수는 없었지만, 기업인들 정기모임이나 경영 애로를 듣는 간담회, 또는 중소기업 현장을 방문하는 기회를 갖다 보면 여러 사례로부터 ‘성공’하는 기업들의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첫째, 기업의 주력 아이템을 선정할 때는 현재 시장 상황과 자신의 기술 수준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제품은 세계에서 첫 번째로 개발된 제품이고 최고의 첨단기술인데, 판매가 쉽게 되지 않는다”라고 하소연하는 기업인들이 많다. 시장에서 통용되고 있는 전ㆍ후방 기술과 연계되지 않는 제품은 예상외로 시장진입이 쉽지 않다. 예를 들어 기술력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부품이나 원자재를 구할 수 없다거나, 제품 생산 협력업체가 내 기술을 적용한 완성품을 만들 수 없을 만큼 기술적인 격차가 크다고 한다면 결국 내 기술을 제품화할 수도, 판매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둘째, 기업운영에 필요한 적절한 자금 운용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자금은 자기자본과 타인자본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내 돈을 투입하는 자기자본과는 달리 타인자본은 보조금, 투자금, 대출금 등의 내용으로 조달할 수 있다. 보조금은 연구개발 단계에 활용할 수 있는 자금으로 주로 정부 부처에서 연구개발(R&D) 과제 등을 통해 지원하고 있다. 투자금은 외부에서 동업자를 구하는 것과 유사한 개념으로 개인 엔젤투자자, 벤처캐피털 투자 등이 기업의 기술력과 사업성 등 미래가치를 보고 지분을 확보하는 대신 자금을 대주는 것이다. 대출금은 기술개발을 완료하고 판매처가 확보된 상태에서 대량생산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시기에 조달하는 자금이다.
셋째, 해외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는 글로벌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다. 요즘은 국경 없는 무한경쟁 시대다. 우리와 경쟁제품은 국내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세계 어디에서도 들어올 수 있다. 해외직구가 증가하는 것이 단적인 예다. 국내 소비자들은 보다 새롭고 저렴한 제품을 찾아 해외 쇼핑사이트를 통해 직접 구매한다. 내수불황은 끝이 보이지 않고, 좁은 시장에서의 과당경쟁과 대기업에 의존하는 산업구조에서는 중소기업의 부가가치와 수익성은 악화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제품개발 초창기에 국내 시장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세계시장에 접목할 수 있는 보편적인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
넷째, 대구시의 정부 지원정책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중소기업 지원제도는 R&D 개발, 정책자금 융자, 수출 및 마케팅, 연수 및 컨설팅 등 전 경영 분야를 망라해 조밀하게 구성돼 있다. 중소기업은 상대적으로 경영ㆍ기술자원 부족, 만성적인 자금 부족, 판매처 확보가 어렵다. 이 모든 난관을 중소기업이 혼자 돌파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여러 지원기관이 가진 각자의 강점을 바탕으로 상황에 따른 정부 시책을 적절히 활용한다면 몇 배의 효과를 낼 수 있다.
앞서 말한 4가지는 중소기업이 성공하기 위한 필요조건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중소기업 대표는 혼자 고민하고, 혼자 결정하고, 혼자 책임지는 데 익숙하다. 이들의 의사결정은 기업의 흥망을 좌우하므로 기업가정신이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여러 중소기업 지원기관에서는 다양한 기업인 모임을 결성해 정보를 공유하고 공동 기술개발 등의 교류를 통해 시장진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성공 기업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마지막 구슬로 기업인 모임을 강력히 추천한다.

구재호

중소기업진흥공단

대구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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