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ㆍ경북 지역민들이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은 가운데 지난 11월23일 우리 지역의 발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됐다.
‘한국산업은행법’과 ‘중소기업은행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그것이다. 현행 이들 법률 4조 1항에는 이들 은행의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고 각각 명시하고 있다. ‘이런 것까지 법률로 정하나’라고 의아해할 사람이 많을 듯하다.
개정안은 김두관(더불어민주당ㆍ경기 김포) 의원 등 10명의 국회의원이 발의했다. ‘본점 소재지를 특정 지역으로 한정하는 것보다 정관으로 정하도록 하자’는 것이 골자다. 이들 은행의 본점을 지방으로 이전하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해석된다.
부산과 광주에서는 특히 산업은행 유치를 위한 물밑작업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대구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조용하기만 하다.
법률이 아닌 정관으로 본점 소재지를 정할 수 있으면 이사회의 결정만으로 지방 이전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이들 법률개정안은 지난 9일 정기국회 폐회 때까지 관할 정무위원회에 상정되지 않았다. 새해 예산안 처리를 둘러싼 각 정당 간 첨예한 대치와 국회법상 상임위 의안 상정제한 규정(숙려기간 확보를 위해 ‘일부개정 법률안’은 15일이 지나야 상정) 등 때문이다. 이와 관련 김두관 의원 측은 “개정안을 12월 임시국회나 내년 초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공기관 2차 지방 이전(122개)은 지난 9월 초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주장하면서 불이 붙었다.
전국의 모든 지자체는 그간 알짜배기 공공기관 유치를 위해 치열하게 물밑 작업을 전개하고 있다.
이 대표의 발표 후 민주당 관계자는 “특성상 지방으로 내려갈 수 없는 기관들이 있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은 다른 기관과 성격이 조금 다르다. 참여정부 때도 검토대상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설명은 공공기관 이전의 목적을 도외시한 방침일 뿐 아니라 고사해가는 지방의 실정을 애써 외면하는 것이라는 비수도권 주민들의 비난에 직면했다.
변수는 이뿐이 아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11일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공공기관 추가 이전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 이해찬 대표가 의지를 밝혔지만 깊이 있는 검토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법률 개정안이 통과돼도 정부 측의 반대로 국책은행 본점 지방 이전이 성사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다. 2020년 4월에 21대 총선이 실시된다. 총선에 앞서 ‘지방화’를 내세우고 있는 정부ㆍ여당이 국책은행 지방이전 방안을 제시할 수도 있다.
지금은 21세기 정보화 시대다. 부산으로 이전한 한국거래소도 잘만 돌아가고 있다. 세종시에 국회 분원을 설치하자는 의견도 갈수록 관심을 끌고 있다. 국책은행 본점을 지방으로 이전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대구는 국책은행 지방 이전을 다음 총선 공약으로 추진하라고 각 정당에 전방위 압박을 가해야 한다.
지역에도 전략적 선택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산업은행은 부산과 광주가 계속 경합하게 던져두고, 대구는 기업은행 유치에 올인하는 방안도 있다.
대구는 동대구로 일대가 금융허브로서 입지여건이 충분하다. 향후 KTX 속도가 시속 300㎞ 이상 되면 대구는 서울과 시간 거리가 1시간 이내로 좁혀진다. 부산보다 엄청나게 유리한 조건이다.
가시화 되고 있는 도시철도 엑스코 선(수성구민운동장~동대구역~엑스코)이 건설되면 KTX가 서는 동대구역과 1~2개 정거장 이내로 연결된다. 전국 어느 도시에도 그만한 접근성을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은행 종사자들도 이왕 본점이 지방으로 이전한다면 대구를 선호할 것이다.
동대구 지역에 국책은행 본점이 유치되면 지역 발전의 새로운 모멘텀이 된다.
국책은행 이전 효과는 엄청나다. 기업은행의 경우 본점과 캐피털, 투자증권, 연금보험 등 7개 자회사 근무자 수천 명이 한꺼번에 내려오면 쇠퇴하고 있는 지역에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다양한 가능성에 대비해 치밀한 유치전략을 세워야 할 시점이다.

지국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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