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시장조사 리서치 기관 ‘CB Insight’의 공식 자료에 의하면 2018년 10월 기준 기업가치 1조 원이 넘는 비상장 스타트업(이하 유니콘 기업)은 290개 사, 그중 한국 스타트업은 4개로 단 1%이다. 2014년 전국에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설립되고 대기업, 민간, 정부가 창업생태계 조성에 일조함으로써 스타트업의 시대가 열리고 있지만, 오래전부터 창업생태계를 갖춰 온 국가들을 추격하긴 쉽지 않다. 한국의 경우, 수도권에 스타트업, 벤처캐피탈, 액셀러레이터 등이 집중되면서 유니콘 기업이 탄생할 수 있는 창업 인프라가 점차 갖춰지고 있다. 하지만 창업 인프라가 수도권에 비해 열악한 다른 지역들, 그리고 우리 대구에서는 어떻게 유니콘 기업을 탄생시킬 수 있을까.
유니콘 기업의 조건은 폭발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스타트업이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창업생태계와 만나는 것이다. 따라서 대구는 좋은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스타트업을 유치하고, 이들이 잘 자랄 수 있도록 창업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두 가지 문제를 짚어 볼 수 있다. 먼저 대구에는 많은 창업지원 기관이 있어 정부ㆍ지자체 주도의 창업 육성 프로그램, 교육 및 멘토링, 지원금을 받기엔 아주 좋은 지역이다.
대구에서 진행하는 창업지원프로그램의 혜택을 받고자 타지역에서도 많이 이전해오며, 전략적으로 대구에서 창업을 시작하는 기업들도 많다. 하지만 반면에 투자생태계는 활성화돼 있지 않아 큰 자금을 유치하긴 어렵다. 많은 스타트업이 시제품 제작 단계까지는 잘 진행하지만, 양산과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고 큰 자금을 필요로 하는데, 지원금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더 큰 투자를 받아야 하는 것이다.
대구에는 개인 및 개인투자조합, 6개의 액셀러레이터 등이 스타트업에 엔젤투자와 시드투자를 하며 투자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대규모 자금을 투자할 수 있는 벤처캐피탈의 수는 부족한 실정이다.
두 번째 문제는 스타성을 가진 스타트업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대구는 30~40년 전에 한국의 경제를 주도하는 기업들이 있는 도시였으며, 지금도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대구의 기업에 투자할 정도로 많은 잠룡이 숨어있다. 잠재력은 충분하지만 이 기업들이 스타가 될 수 있는 발판은 아직 충분치 않다. 잠룡을 유니콘 기업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성장 가능성이 충분한 스타트업에는 대구에 정착할 수 있도록 집중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기업가 정신과 긍정적인 창업인식 확산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또한 대구의 대표적 육성사업인 자율주행 자동차, 에너지, 섬유와 같이 강점이 있는 특정 산업의 기업을 대구에 유치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렇게 불리한 조건 속에서도 대구가 유니콘 기업의 성지가 될 수 있는 이유는 충분하다. 대구가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창업하기 가장 좋은 도시로 만들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구의 창업기업 수도, 창업기업에 투자되는 금액도 나날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에 일조하고 있는 대구 최초의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인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이하 대구혁신센터) C-LAB은 7기까지 운영하면서 106개 사를 발굴, 보육 및 투자했다. C-LAB은 올해 기준 내부투자유치 129억7천만 원, 외부투자유치 231억8천만 원, 신규채용 384명, 매출 490억 원의 성과를 창출하는 등 잠재적 유니콘 기업을 발굴하는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또 대구혁신센터는 투자생태계 조성을 위해 올해 대구혁신스타트업 1호 개인 투자조합을 결성했다. 리더스포럼 등 다양한 IR(기업설명회) 피칭 행사를 통해 투자자들에게 대구의 좋은 기업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외에도 대구혁신센터만의 성장사다리 체계를 통해 성장 초기 단계의 기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데 힘쓰고 있다. 그중 대규모 투자유치, 글로벌 대회 수상, 폭발적인 매출 증가 등 좋은 성과를 이룩하는 기업들이 많아 추후 대구에서도 유니콘 기업이 탄생했다는 희소식이 조만간 들리지 않을까 기대한다.
대구혁신센터는 유니콘의 새싹이 보이는 스타트업이 충분히 초석을 다져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도록 지역 창업 허브 기능을 충실히 해 국내외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우수 스타트업 육성의 최전방에서 노력할 것이다.

연규황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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