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상주곶감의 산증인 구릿뜰농원

▲ 배용식 대표는 조선 예종임금 시절 상주곶감이 진상품으로 결정된 사실과 ‘하늘아래 첫 감나무’를 발굴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사진은 상주시 외남면에 있는 하늘 아래 첫 감나무. 아직도 감이 주렁주렁 열리고 있다.
▲ 배용식 대표는 조선 예종임금 시절 상주곶감이 진상품으로 결정된 사실과 ‘하늘아래 첫 감나무’를 발굴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사진은 상주시 외남면에 있는 하늘 아래 첫 감나무. 아직도 감이 주렁주렁 열리고 있다.

요즘 상주는 명품 곶감 출하준비가 한창 이다. 어디를 가든 검정색 햇볕가리개를 한 곶감 덕장이 쉽게 눈에 띈다. 덕장안에 주황빛 곶감이 주렁주렁 달려있는 모습을 보면, 감탄사가 절로 난다.
‘상주 곶감’은 조선 예종 때 임금에게 진상하는 등 전국 최고의 명품 곶감으로 인정받고 있다.
‘삼백의 고장’ 상주에서 대를 이어 명품 곶감을 만들고 있는 강소농이 있다. 상주 곶감의 본고장격인 외남면 ‘구릿뜰농원’의 배용식(68)ㆍ김명옥(65)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 부부는 1만㎡의 감밭에서 딴 ‘둥시감’으로 곶감을 만들어 연간 1억5천여만 원의 소득을 올리는 강소농이다.

◆2대를 이어가는 ‘곶감 장인(匠人)’

‘구릿뜰농원’의 배용식 대표는 상주가 고향이다. 아버지께서 감나무를 키우고 곶감을 만들었다. 그래서 어릴적부터 자연스럽게 감을 따고, 곶감을 먹고, 만들면서 자랐다. 이제 2대째 가업을 잇고 있다.
상주시청 공무원이었던 배 대표는 1994년 부친이 돌아가신 후, 곶감농장을 물려받았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곶감농사를 시작한 것은 2007년부터다. 공직생활에서 정년퇴직한 후, 본격적인 곶감 전문 농부로 변신했다.
공직생활을 하면서도 늘 곶감과 연관된 업무를 했다. 곶감특구와 곶감공원을 조성하고, 상주곶감의 우수성을 전국에 알리는데 주력했다.
퇴직 후에는 직접 감밭을 경작하고, 곶감을 만드는 장인의 길을 걷고 있다.
30동의 덕장에서 감말랭이와 반건시를 연간 5t씩 생산한다.

◆60일간의 동거로 탄생한 명품 곶감

▲ 구릿뜰농원의 건조장 모습. 자동 온·습도와 바람을 조절할 수 있는 현대식 시설에서 곶감이 익어가고 있다.
▲ 구릿뜰농원의 건조장 모습. 자동 온·습도와 바람을 조절할 수 있는 현대식 시설에서 곶감이 익어가고 있다.

곶감의 달콤한 맛은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 달콤한 속에는 농부의 정성과 땀이 배어있다.
명품 곶감을 생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원료인 감의 품질이 좋아야 한다. 상주곶감은 곶감 만들기에 가장 좋은 상주에서 생산되는 ‘둥시감’으로 만든다.
명품 곶감의 탄생은 자연의 도움없이는 불가능하다. 적절한 햇빛과 바람, 기온 등 다양한 조건이 제대로 맞아야 한다. 여기에다 곶감을 만드는 숙련된 기술과 관리기법 등 풍부한 경험이 더해져야만 최고 품질의 곶감이 만들어 진다.
곶감을 건조하는 기간에는 20℃ 전후의 기온과 60%정도의 습도가 유지돼야 한다. 기온이 높으면 곶감이 무르고, 낮으면 얼어서 품질이 떨어진다.
감 수확에서 박피작업, 건조 과정에 소요되는 기간은 60일 정도가 된다. 이 기간에는 햇볕과 온도와 습도, 바람의 세기까지 세밀한 조절이 필요하다.
어느것 하나 조금이라도 소홀하면, 품질이 좋은 곶감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렇다보니, 곶감 농가마다 이기간 동안은 건조장을 떠나지 못한다.
이를 두고 ‘곶감과의 60일 간의 동거’라고 말한다. 배 대표도 이 기간 동안은 덕장에서 산다.

◆이틀 만에 완판 기록

모든 농작물은 생산도 중요하지만, 제 때 제가격을 받을 수 있는 유통과 판매가 더욱 중요하다.
배 대표는 퇴직 후 본격적으로 곶감생산에 뛰어 들었지만, 판매성적은 늘 부진했다. 유통망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채, 기존의 단골고객들에게만 의존하다보니 창고에는 늘 곶감이 쌓여 있었다.
정성껏 생산한 곶감의 원활한 유통대책이 시급했다. 공무원 출신답게 인터넷을 활용한 전자상거래를 위해 유통 관련 공부를 시작했다. 농업기술센터에서 하는 정보화농업인 교육을 비롯해 강소농 교육, 블로그와 SNS를 활용한 전자상거래 등 유통ㆍ판매 교육을 집중적으로 받았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어느 순간 블로그와 SNS를 능숙하게 할 수 있게 됐다. 전자상거래로 첫 판매가 이루어졌을 때의 기쁨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2014년 12월 말. 어느 방송사에서 배 대표의 블로그를 보고 취재요청을 해왔다. 이틀에 걸쳐 곶감 생산과정 등 힘든 녹화를 마쳤다. 마침내 구릿뜰농원의 곶감 이야기가 방송을 타는 순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대박행진이 시작됐다. 연간 판매해야 할 물동량이 단 이틀 만에 완판됐다.

◆이상고온 현상, 8천만 원이 땅에 떨어져

▲ 배용식 대표가 감나무 과수원에서 감의 수확시기를 살펴보고 있다.
▲ 배용식 대표가 감나무 과수원에서 감의 수확시기를 살펴보고 있다.

아무리 기술이 좋고 정성을 기울여도 날씨가 도와주지 않으면, 곶감농사는 성공하기 어렵다.
2011년 11월에 이상고온현상이 발생했다. 11월 초순의 기온이 25℃를 넘어서는 날이 이어지자, 거치대에 걸어 둔 곶감이 물러서 떨어지고 곰팡이가 피기 시작했다.
퍽~ 퍽~하면서 곶감 떨어지는 소리에 가슴이 무너져 내려앉았다.
그 당시 배 대표도 50% 이상의 피해를 입었다. 15만 개의 곶감이 불과 며칠 만에 바닥에 주저 앉아버렸다. 떨어진 곶감을 치우는 일도 고역이었다. 바닥에 떨어진 곶감을 삽으로 긁을 때, 가슴에 생채기가 났다.
당시 상주지역에는 “곶감 농사를 하던 누가 야반도주를 하고, 어느 누구는 자살을 했다”는 등 흉흉한 헛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그때를 생각하면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그 심정을 모릅니다. 하늘이 원망스러웠고, 일 할 의욕조차 잃었습니다”라며 당시를 회상하는 배 대표의 눈에 언뜻 눈물이 비쳤다.
배 대표는 그때 8천여만 원 상당의 손실을 입었다. 다행히 산림조합에서 저리의 경영자금 5천 만 원을 지원받아 급한 불은 껐으나, 상환하는데 3년이나 걸렸다.

◆ 곶감축제와 곶감공원 유치 산파역할

상주지역은 곶감의 본고장답게 매년 곶감축제를 한다. 올해로 8회째를 맞는 상주곶감축제는 오는 22일부터 25일까지 4일간 ‘따고 깎고 말리고 먹고ing’라는 주제로 외남면 상주곶감공원 일원에서 열린다.
곶감축제와 곶감공원 곳곳에 배 대표의 숨결이 스며있다. 외남면 산업계장으로 근무하던 2005년에는 상주곶감을 전국에 알리기 위해 자료 수집에 나섰다.
당시 외남면 출신의 정재현 시의원(현 상주시의회 의장)과 손을 맞잡고 학술자료를 발굴하고, 마을 어르신들로부터 예로부터 곶감에 대해 전해내려오는 이야기들을 채집했다. 그런 노력의 결과로 상주곶감공원과 곶감축제가 만들어졌다.
배 대표는 제1회와 2회 연달아 곶감축제 추진위원장을 맡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특히 조선 예종임금 시절에 상주곶감이 진상품으로 결정된 사실과 ‘하늘아래 첫 감나무’를 발굴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밖에도 생산량과 품종별 특징 등 많은 자료를 수집했다. 심지어 감나무 재배에 대한 자료수집을 위해 군부대의 작전지도까지 확보하는 열성을 보였다.
이를 바탕으로 ‘임금님께 진상한 외남감 곶감 재발견’이란 책을 발간했다. 곶감축제는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우수 축제로 지정됐다.

◆귀농인의 멘토가 되고 싶어

상주에서 곶감쟁이로 통하는 배 대표는 지금 이대로 힘이 닿는 데까지 좋은 감을 키우고 맛있는 곶감을 만들어 상주곶감을 명품으로 만들어 내겠다는 것이 꿈이다.
“2대에 걸쳐 쌓은 기술을 청년창업농이나 귀농인들에게 전수하는 멘토의 역할을 하고 싶다”면서 “누구라도 곶감에 관심이 있다면 대환영한다”고 말한다.
특히 배 대표는 “기회가 된다면 상주곶감의 해외수출의 길을 열어, 세계 속의 곶감으로 발전하는데 일조를 하고 싶다”며 “이번 주말 22일부터 외남면 곶감공원에서 열리는 상주곶감축제에 많이 구경을 오시라”는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농장명: 구릿뜰농원
▲농장주: 배용식ㆍ김명옥 (2017강소농)
▲구입문의: 010-9361-9163, 010-3200-9163
▲블로그 : https://blog.naver.com/myeongok25
▲홈페이지:http://guritttl.getmall.kr
▲소재지: 상주시 외남면 신상구릿들2길 46
▲이메일: baiyongsig@hanmail.net
글ㆍ사진 홍상철 대구일보 객원편집위원
경북도농업기술원 강소농 민간전문위원
팜라이터 ilsok@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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