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구미시장 당선 전국적 이슈‘공약추진 속도에 잇단 불통사고‘시간을 갖고 다시 한번

일을 서두르다 보면 애초 의도했던 결과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그르친 일을 수습하는데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 속담에 ‘바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요즘 같은 세상에 돌아가라니. 반문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바쁘다고 허둥대면 실수가 잦아지고 결국 뜻하는 바를 얻지 못한다. 오히려 마음의 여유를 갖고 예상되는 실수를 줄여가다 보면 더 빨리 목적한 것을 이룰 수 있다. 급할수록 기본으로 돌아가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고 차근차근 일의 순서를 밟아가야 함을 강조한 말로 읽힌다.
장세용 구미시장이 취임한 지 이제 5개월 정도 지났다. 진보를 대변하는 그의 구미시장 당선은 진보와 보수할 것 없이 전국적인 이슈가 됐다. 진보는 진보대로 그동안 보수진영 단체장들이 시행해왔던 모든 정책을 되돌려 그들이 꿈꾸는 세상을 만들어주길 기대했을 것이다.
또 보수는 보수대로 얼마나 잘하나 보자며 벼루었을 것이다. 특히 침체해 가는 구미경제를 살려 달라는 시민들의 관심은 당선 이후 그에게 가장 큰 짐이었을 것이다. 이 같은 짐이 부담이 됐을까. 그는 취임 이후 짧은 시간에 공약 사항이라며 많은 일을 추진했다.
공약과 추진 계획은 그가 취임 석 달이 지난 후 어느 날 불쑥 시민들을 모아 놓은 자리에서 발표했다. 이를 지켜본 기자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지역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 많고, 가뜩이나 어려운 구미시 재정에 부담을 줄 것이라는 우려였다.
하지만 장 시장은 자신이 밝힌 공약을 일사천리로 밀어붙였다. 평소 그가 지켜온 신념과 일부 진보 시민단체가 꾸준하게 제기해 온 새마을조직의 축소를 위해 구미시 새마을과의 명칭을 변경하는 조직개편안을 입법 예고했다가 반발이 심해지자 슬쩍 없던 일로 했다.
기존 지역에서 활동하던 예술단체를 싸잡아 적폐라고 규정하며 구미시문화재단을 만들겠다고 했지만 이마저도 구미시의회에 의해 좌절됐다. 전임 시장이 임명했으니까 물러나야 한다며 구미시설공단 이사장의 사퇴를 대구경북언론인들이 모인 공개석상에서 언급했다가 도리어 언론은 물론, 시민단체들로부터 역풍을 맞았다.
신교통수단인 트램을 도입하겠다며 타당성 조사를 위해 2억 원의 예산을 편성했지만 5천만 원이 삭감됐다. 일부 예산이 통과됐지만 진보정당이나 시민단체, 시의회의 반발은 계속되고 있다.
인사는 더 문제다. 취임 이후 고민 끝에 두 명의 정무직을 임명했지만 기존 공무원들과 소통이 안 된다는 불만이 쏟아진다. 최근엔 공무원들 사이에서 간부 공무원들이 시장의 말을 안 듣고 일도 하지 않아 시장이 분노해 있다는 소문이 나돈다.
왜 이런 문제들이 생겼을까. 서두르며 소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취임 직후 구미시의 사정을 잘 알지도 못한 상태에서 지역 정서와 지역민들과 소통하기보다 국비 확보가 우선이라며 국회와 중앙정부만 쫓아다녔다. 의회와도 소통 문제로 번번이 부딪혔다.
그가 구미에 대해 아는 게 얼마쯤일까. 구미에서 20여 년 넘게 살며 결혼하고 아이를 키운 기자만큼이나 알고 있을까. 그런데도 소통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계획한 시정도 결과가 뻔하다. 보수와 진보 진영 간 마찰은 물론, 세대 간 갈등, 노사 갈등만 부추길 뿐이다.
지역 현안을 잘 몰랐다면 조금 더 시간을 갖고 한 발짝 물러서서 다시 한번 살펴봐야 한다. 그리고 관계 공무원에게 묻고 시민, 경제인, 노동자들과 소통해야 한다. 자신의 임기 중에 모든 것,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이는 오산이다. 그가 신도 아니고 그저 인간이라면 말이다.
최근 한 언론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장 시장의 지지도가 30.7%로 나타났다고 한다. 지방선거 때보다 10% 이상 하락한 수치다. 시민들은 그가 모든 것을 바꿔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잘못된 시정을 바로잡고, 억울한 시민이 생기지 않도록 해주길 바랄 뿐이다.
시민들은 장 시장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똑똑하다. 서두르면 일을 그르치기 십상이다. 바쁠수록 돌아가는 지혜가 아쉽다.

신승남

중부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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