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시민의 관심 밖 주제, 그러나 국회에서는 초미의 관심사인 선거제도를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선거제도가 시민의 관심 밖 주제인 이유는 너무나 당연하다. 내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선거제도가 국회의원의 첫 번째 관심사인 이유도 너무나 명백하다. 내게는 사활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금 국회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란 선거제도 파행으로 인해 소수 야당 대표들이 단식 중이다. 예산과 함께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같이 처리하기를 소원했으나, 예산만 처리되었기 때문이다. 왜 이들에게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사활이 걸린 문제가 될까? 잘 알려지다시피,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시행하면, 소수 정당 의석수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 득표율에 비례하여 정당에 의석수를 할당한 후, 자당의 지역구 승자에게 의석을 주고, 그래도 남은 의석이 있으면 비례대표에게 의석을 나누어 주는 방식이다. 이때 정당 득표율은 전국 차원에서의 득표율일 수도 있고, 권역에 따른 정당 득표율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시행할 때 주요 정당의 문제점은 비례대표 의석을 한 석도 주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비례대표 의석을 사전에 할당하지 않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운용할 경우, 주요 정당 후보자는 거의 모든 지역구에서 다수표를 획득하기 때문에 비례대표에게 줄 의석이 없을 수 있다.
그래서 나온 대안이 지역구 의석 200석, 비례대표 의석 100석이다. 비례대표 의석을 먼저 할당한 후, 지역구 의석에서만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시행하자는 안이다. 대안의 가장 큰 문제점은 지역구 의석이 253석에서 200석으로 줄기 때문에 국회의원들끼리, 때로는 같은 당 소속의 국회의원들끼리 선거를 치러야 하고, 그러면 국회의원 중 누군가는 반드시 낙선한다는 것이다. 과연 주요 정당이 이런 안을 통과시킬 수 있을까?
세 번째 나온 대안은 국회의원 의석수를 증원하자는 안인데, 이 안은 이야기를 꺼내기 무섭게 사그라졌다. 학계를 비롯한 다수 인사가 국회의원 연봉을 삭감하는 방식의 의석수 증원을 꾸준히 요구하고 있지만 말이다. 그 이유는 너무도 당연히 국회의원에 대한 냉소, 국회의원 불신의 발로이다. 얼마 전 끝난 예산안 처리 과정을 보면, 시민의 냉소적 반응이 충분히 이해가 된다. 스톱워치로 재가며 3분당 1건을 통과시키는 졸속 처리 과정, 그리고 비상사태로 명명되는 경제 불황 속에서도 국회의원 연봉은 거듭 상승했다.
물론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국회의원의 사활이 걸린 문제일 수 있다. 주요 정당에서도, 소수 정당에서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어떻게 시행하는지에 따라 자신의 운명과 정당의 운명이 달라질 수 있으니까.
그렇지만 시민은 관심이 없다. 시민의 관심은 자신의 생계, 내 아이들의 보육과 교육에 있지, 선거제도 입법에 있지 않다. 혹자는 선거제도 변화에 따라 시민의 삶이 달라질 수 있으니, 시민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 일은 국회의원이 연봉을 받는 이유이다. 유권자가 국회의원에게 입법의 책임을 맡기고, 나라를 위해 입법을 하라고 세금을 내어 연봉을 주고 있다. 자당의 사활도 아닌, 자신의 재선도 아닌, 나라와 유권자를 위해 입법의 책임을 맡기고 있다.
이번 정권은 촛불로 만들어진 정권이다. 시민의 여망을 담아, 대통령이 선출되었고 지방의 일꾼들이 선출되었다. 시민은 각자의 직업이 있으며, 생계를 꾸려나가야 한다. 이러하기에 시민은 자신을 대표할 사람들을 선출해서 입법과 집행을 하도록 했다. 따라서 정치인의 직업은 정치인 스스로에 대한 돌봄이 아닌 시민의 안위에 대한 고민이어야 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정당과 의원들의 사활이 걸린 문제일 수 있긴 하나, 이는 유권자가 정치인을 선출한 이유가 아니다.
이제 1년 4개월여가 지나면, 제21대 국회의원선거가 있다. 벌써부터 정치적 피곤이 언급되며, 현역의원 대거 교체 등이 회자하고 있다. 과연 이런 방안이 효과적일까? 시민이 대표자를 선출한 이유는 명확하다. 시민을 위한 대표이어야 한다. 시민의 기대에 못 미친 정권이 어떻게 됐는지는 충분히 학습 됐으리라 본다. 지난 몇 년 사이 대통령이 교체되었고, 지방선거에서 격변이 일어났다. 이제 제21대 국회의원선거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이번 국회의원선거에서도 격변이 일어날지는 정치인의 손에 달려 있다.

엄기홍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저작권자 © 대구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