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역·동대구역 대합실 등 24시간 개방된 곳으로 몰려“추운 날씨에 변 당할까봐” ‘속수무

▲ 최저기온 영하 5.2℃를 기록하는 등 첫 한파가 엄습한 지난 7일 대구는 ‘얼음장’ 그 자체였다. 사진은 이날 오후 10시께 추위를 피해 동대구역에서 잠을 청하는 한 노숙인 모습.
▲ 최저기온 영하 5.2℃를 기록하는 등 첫 한파가 엄습한 지난 7일 대구는 ‘얼음장’ 그 자체였다. 사진은 이날 오후 10시께 추위를 피해 동대구역에서 잠을 청하는 한 노숙인 모습.

최저기온 영하 5.2℃를 기록하는 등 첫 한파가 엄습한 지난 7일 오후 9시 대구역 대합실. 초겨울 추위를 피해 몰려든 노숙인은 10명이 넘었다.
같은날 오후 10시께 동대구역 역시 비슷한 풍경이었다. 한 노숙인은 동대구역 내 바닥이 얼음장 같았지만 겨우 종이박스 하나에 의지한 채 쪽잠을 청했다. 복합환승센터 터미널도 상황은 마찬가지. 추위를 피해 실내로 들어온 노숙인 20여 명이 곳곳에 흩어져 대기용 의자에 몸을 굽힌 채 잠을 자고 있었다.
갈 곳 잃은 노숙인들이 추위를 피해 주로 역사 등 24시간 개방된 공간으로 몰리고 있다.
9일 대구시 각 지자체에 따르면 지역 내 노숙인은 지난달 9일 기준 246명이다. 이들 중 거리를 활보하는 노숙인은 123명(중구 36명, 동구 47명, 북구 24명, 달서구 16명)으로 집계됐다.
노숙인 특성상 거점이 불분명한 데다 옮겨 다니거나 숨어다니는 노숙인이 많아 사실상 수치보다 더 많은 노숙인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노숙인인 탓에 안전 등 각종 문제가 우려되고 있지만 관리 기관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역사 관계자들은 노숙인들로 인한 불편 민원이 계속 접수되고 있지만 24시간 개방돼 있어 손 쓸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대구역 관계자는 “노숙인을 계도하고 싶어도 행여 추운 날씨에 변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이 돼 지켜볼 수밖에 없는 노릇”이라며 “다만 치안유지를 위해 동대구역에 있는 철도경찰을 대구역에도 배치할 수 있도록 신청해 놓은 상태다”고 밝혔다.
시민들도 불안한 시선을 보냈다.
유민호(36ㆍ북구)씨는 “여동생을 배웅하러 나왔다가 이 시간에 노숙인이 많아 깜짝 놀랐다”며 “야간에 일어나는 상황을 관련 기관에서 파악해 실질적인 도움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구시 등 지자체들도 노숙인을 위한 재활 및 센터 등을 운영하고 있지만 노숙인의 자발적인 참여가 우선시되는 만큼 어려움이 따른다는 입장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노숙인을 위한 재활, 요양, 복지시설 등 모두 10곳을 운영하면서 입소를 적극 권유하고 있다”며 “하지만 강제할 수 있는 사항도 아니고 센터 입소를 꺼리는 이들도 있어 어려움이 크다. 재활 참여 의지를 높이기 위한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leedh@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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