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택된 결의안 ‘의원 일동’ 표현반대측 반발에도 그대로 통과돼수정안 내면 주도권 잡고가는

지난달 29일 오전 경북도의회 3층 사무실 두 곳은 분주했다. 이날 오전은 경북도와 도교육청의 정리 추경안과 각종 조례안을 의결하는 제305회 4차 본회의가 예정돼 있었다.
한 곳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소속 의원 사무실. 의원 2명이 원자력대책특별위원회(이하 특위)에서 통과된 ‘정부의 탈원전 정책 철회 촉구 결의안’(이하 결의안)을 두고 머리를 맞대고 있었다. 요지는 ‘(결의안에)반대하는 의원도 있는데 왜 모든 의원이 찬성하는 것처럼’ 경북도의회 의원 일동‘이라는 이름으로 하는가’였다.
다른 한 곳은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소속 의원들을 대표하는 사무실. 원내대표단이 본회의 후 있을 의원총회 개최안을 논의 중이었다. 두 사무실의 모습은 이후 벌어질 상황을 알리는 예고편이었다.
본회의에서 ‘정부의 탈원전 정책 철회 결의안’이 상정돼 제안설명이 이뤄지자 예상대로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첫 반대토론에 나선 L 의원은 “탈원전은 국가가 국민들을 각종 재난에서 보호하기 위한 하나의 시책으로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며 신재생에너지 정책은 계속 추진돼야 한다”며 결의안 채택에 동의할 수 없음을 강조했다. L 의원은 탈원전 철회 촉구 결의안을 ‘의원 일동’으로 채택하려는 것에 대해 과거 ‘일당 독재’라고 표현해 의장으로부터 주의를 받기도 했다.
이어 반대토론에 나선 K 의원도 “발의자가 ‘경북도의회 의원 일동’으로 돼 있어 너무 황당하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절대 이에 동의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K 의원은 “내용에서도 문재인 정부가 정치적 이념으로 몰아가고 있다느니 정부가 가해자라고 노골적으로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고 있는데 이것이 과연 300만 도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도의회가 나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날을 세웠다.
반대토론이 거세지자 한국당 도의원 원내총무를 맡고 있는 L 의원은 표결을 촉구했다. 이에 민주당 소속 또 다른 K 의원은 “‘경북도의회 의원 일동’을 수정해서 발의해야 한다. 반대하는 의원들이 많이 있는데 숫자로 밀어붙이는 것은 아니다”고 맞받았다. 그러나 이 발언은 “수정을 하려고 하면 사전에 13명 이상의 수정동의안을 제출해야 된다”는 의장의 발언에 무색해졌다. 결의안은 재석 의원 44명에 찬성 33명, 반대 7명, 기권 4명으로 통과됐다.
‘탈원전’. 참으로 민감한 사안이다. 경북은 국내 원전의 50% 가까운 원전을 갖고 있는데 현 정부는 탈원전 정책을 추진중이다. 경주, 울진 등 원전 지역 의원을 중심으로 철회 촉구안을 내는 것도, 집권여당 소속 의원들이 이를 말리는 것도 각기 할 일이다.
본회의가 끝나고 반대토론에 참여한 한 의원은 기자에게 “본회의가 시작되기 30분 전에 상정될 안건을 어떻게 알게 할 수 있느냐”며 분노를 삼켰다. 기자는 그에게 “원전특위에서 결의안이 채택됐다는 기사를 쓴 지 한참(11월21일)됐다” 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원전특위에서 결의안이 채택된 다음날(22일)에는 도정질문 등을 위한 본회의도 있어 의원들이 출석했다. 특위에서 채택된 결의안에 문제가 없는지 꼼꼼히 살피고 향후 본회의 의결까지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지 머리를 맞대야 했다는 아쉬움이었다.
민주당 9명, 무소속 9명(지금은 8명ㆍ고우현 의원 한국당 입당), 바른미래당 1명…. 수정동의안에 필요한 13명의 동의를 받기는 그리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그랬다면 이날 본회의 결의안 처리를 둘러싼 상황은 좀 다른 모습을 보이지 않았을까 가정해본다.
도의회 관계자는 “본회의 개회 전에 수정안이 들어오면, 물론 의안 채택 여부가 남았지만 채택된다면 수정안을 먼저 처리한다”고 말했다. 수정안을 내게 된 배경을 담은 제안설명을 민주당 쪽에서 하게 되니 결의안 처리의 주도권을 민주당이 쥐게 되는 셈이다.
본회의 직후 열린 한국당 의원총회는 교섭단체조례 제정을 앞두고 ‘의장단 선출방식을 바꾸자(교황선출식→후보등록제)’ 는 민주당의 교섭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의안 처리 과정에서 나온 ‘일당 독재’ 발언 때문에 뭉치는 분위기였다는 후문이다.

문정화

신도청권 취재팀장

저작권자 © 대구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