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당하느니 무능 경찰로 욕먹는 게 낫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내무부장관과 경찰청장의 화염병투척사건에 대한 사과방문을 받고는 “이것은 법치주의 근간을 흔드는 매우 중대한 일”이라고 했다. 백번 옳은 말씀이다. 그런데 그다음이 문제다. 이미 ‘근간이 흔들려 있는 법치주의’에 대한 자기반성이 없기 때문이다.
이 사건이 보통 사건인가. 사법부 사상 70년에 처음으로 달걀 정도가 아닌 화염병을 사법부 수장에 던진 충격적 사건이다. 법치주의 그만 하라는 모욕이기도 하다. 이 정도의 사건이라면 적어도 사법부 우리는 잘못한 게 없는가에 대한 반성문이 나와야 된다.
왜냐하면 상식적인 판단으로는 70대 농민이 아무리 화가 났다 해도 가령 대법원장이 대쪽 같던 지조로 전 국민의 존경을 받았던 자유당 시절의 김병로 대법원장이었다 해도 과연 화염병을 던졌을까?
사법부의 권위가 말이 아니기 때문 아니겠는가. 어느 경찰관이 자신들의 인터넷 카페에다 올린 “사법부 신뢰가 실추된 게 경찰이 사과해야 할 일이냐” 하는 글도 그 증거의 하나이고, 당시 언론보도도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는 전제하에 ‘사법부 전체의 권위가 땅에 떨어져 발생한 일’이라는 것이 주류였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물론 우리 국민의 사법부에 대한 불신은 과거부터 깊었으므로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같은 유행어 등이 이를 증명한다. 그러나 지금의 사법부에 대한 불신의 골은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와 친노동적, 친좌파적 판결의 노골화부터가 아닌가 한다.
지금 대법원은 헌법에 보장된 ‘양심 실현의 자유’가 과도하게 제한당한다며 종교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논리가 이렇게 보면 당연히 ‘누구는 양심이 없어 군대 갔나’하는 분노가 쏟아질 수밖에 없다. 새로운 굿판이랄까.
중요한 것은 국민 대다수(70% 전후)의 견해가 양심적 병역거부는 ‘이해할 수 없다’고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법이 상식을 벗어나면 정당성에서 문제가 있다는 평범한 상식에 기초한 반발이다. 현실을 무시하고 양심의 자유 같은 가치만 내세우면 사법정의는 실현되는 것인가.
얼마 전 자동차부품회사인 유성기업이라는 데서 노조에 의한 폭력사건이 벌어졌다. 회사 측의 구조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은 노조가 막아 들어갈 수 없다며 40분간 기다렸다. 결국 민노총 조합원에 의해 이 회사 상무는 12주의 중상을 입었다.
문제는 현장에 나온 경찰관들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시위대에 부상자라도 나오면 소송당할 게 뻔한 데 차라리 무능한 경찰로 욕먹는 게 낫다’고 생각한단다.
이를 의식하듯 김부겸 행안부장관은 묘한 발언을 했다. “문재인 정부가 마치 누구에게 빚져서 단호히 못 한다는 지적이 있다면 저희가 분명 책임지겠다”고 약속을 했다. 그래도 경찰들은 움직이지 않는다. 이 정권과 민노총이 한편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란다. 눈치 없이 진짜로 제압하려다간 경찰만 다치기 때문이다. 소송당하면 “총리나 장관이 책임져 주느냐”고 따지며 여전히 소극적이다.
민변 변호사가 경찰 호송차를 가로막고 체포된 노조원의 접견을 요청했다. 들어주지 않은 경찰 중대장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고 옷을 벗었다. 불법집회였던 민중총궐기대회 때 살수요원은 유죄 외 따로 유족에 6천만 원을 배상해야 했다. 계속되는 일련의 친노동적 친좌파적 판결로 보고 경찰은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것들이 국민이 사법부를 바로 보지 않는 이유다. 유전무죄와 무전유죄가 요즘은 ‘좌파는 무죄(有左無罪), 우파는 유죄(有右有罪)’로 바뀌고 있다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백두칭송위원회가 “나는 공산당이 좋아요”라며 대낮에 서울 한복판인 광화문 네거리서 외쳐도 아무도 손대지 않는다. 표현의 자유냐, 보안법 등 현행법 위반이냐를 놓고 검토 중인 모양이다. 망명해온 태영호 전 북한주영공사에 대해 백두수호대 등이 “더 이상 강의나 방송에 출연하지 마라”는 등의 협박을 하고 있다. ‘태영호 겁에 질리게 만들기’라는 단체도 있는 모양이다. 협박죄에 해당하는지 검토 중인 모양이다. ‘경찰은 뭐하느냐’하는 소리가 메아리쳐도 검토 중이다. ‘무능한 경찰로 욕 먹는 게 낫다’는 교훈을 깨달았기 때문인 것 같다.

서상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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