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는 ‘구름 감상 협회’가 있다. 말 그대로 구름을 감상하는 모임인데, 전 세계 곳곳의 회원들이 저마다 자신이 목격한 다양한 모양의 구름을 사진으로 공유하며 평을 나눈다고 한다. 파란색 하늘을 스케치북 삼아 시시각각 다르게 변화하는 구름은 때로는 아름다운 예술 작품으로, 때로는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심술궂은 빗물 저장소로 변모한다.
구름은 멀리서 보면 솜같이 생겼지만 실제로는 작은 물방울들의 집합체이다. 1㎜의 100분의 1 정도밖에 되지 않는 매우 작고 가벼운 물방울 덩어리이기 때문에 대기의 흐름을 타고 하늘에 둥둥 떠다니는 것이다.
하늘을 자주 올려다본 사람이라면 구름이 얼마나 다양한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먼저, 구름의 양은 일기예보에서 다양한 날씨를 표현하는 수단 중 하나이다. 구름이 거의 없는 날은 ‘맑음’, 하늘이 구름으로 거의 가려진 날은 ‘흐림’, 그리고 구름이 하늘을 어느 정도 덮고 있는지에 따라 ‘구름 조금’, ‘구름 많음’ 등으로 그날의 날씨를 표현할 수 있다.
구름은 양뿐만 아니라 색깔이나 높이도 다르다. 맑은 날의 구름은 흰색으로 하늘 높이 떠 있지만, 흐린 날의 구름은 거무스름한 회색을 띠며 낮게 떠 있다. 높이 6,000m 이상에서 만들어지는 구름을 ‘상층운’이라고 하는데 대부분 얼음으로 이루어져 있고 ‘권운’의 형태로 가장 많이 나타난다. 권운은 하얀 선이나 띠의 형태를 보이는 구름이며 ‘새털구름’이라고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가을철에 자주 볼 수 있다. 높이 2,000m에서 6,000m 사이에 형성되는 ‘중층운’은 빙정과 물방울이 같이 존재하며, 대표적으로 ‘고적운’이 이에 해당된다. 고적운은 엷은 회색을 띠며, 작은 구름덩어리가 양떼처럼 모여 있어 ‘양떼구름’으로도 많이 알려져 있다.
지상에서 높이 2,000m 이내에서 생기는 하층운은 주로 물방울로 구성되며 대표적으로 ‘층적운’을 들 수 있다. 층적운은 큼직한 구름덩어리들이 하늘 대부분을 덮을 정도로 넓게 퍼져 열을 지어 나타나기도 하고 파상으로 나타나기도 하는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구름이다.
구름은 구름이 만들어진 위치나 포함하고 있는 수증기의 양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주변 환경에 따라 그 모양이 다르게 나타난다. 그렇다면 구름의 색은 왜 다르게 나타나는 것일까? 바로 햇빛의 산란과 구름의 두께 때문이다. 하얗게 보이는 구름은 상대적으로 얇은 구름으로 태양 빛을 산란시킨다. 그러나 물방울이 많은 두꺼운 구름은 햇빛이 통과되지 못하고 흡수되어 시커먼 먹구름으로 보이게 된다. 이러한 구름의 다양성은 시인, 음악가, 사진작가 등 전 세계 수많은 예술가들의 영감의 대상이 되어왔다. 기상 및 기후 연구에 서도 구름의 특징을 파악하여 이를 설명하고 정립하는 것은 중요한 부분이다.
‘햇무리나 달무리가 나타나면 비가 온다’라는 속담처럼 우리는 구름의 모양을 근거 삼아 앞으로의 날씨를 예측할 수도 있다. 여기서 말하는 ‘무리’는 상층운 중 하나인 권층운이 하늘을 덮었을 때 나타나는 현상으로 일반적으로 날씨가 나쁜 저기압의 전선면에 나타난다. 실제로 햇무리나 달무리 후에 비가 오는 확률은 보통 60~70% 정도로 상당히 정확도가 높은 편이다. 그 밖에도 ‘뭉게구름이 피어나면 맑음’, ‘줄무늬가 있는 높은 구름(권운)은 좋은 날씨’라는 속담도 있어 예로부터 구름은 상당히 유용한 날씨 예측 도구로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수 세기에 걸쳐, 구름만큼 과학적 사고와 예술적 성찰에 영감을 준 자연현상은 없었다. 이처럼 구름은 우리에게 친숙하고도 포근한 대상임과 동시에 물의 순환을 도와 기후 및 기상을 조절하고 지구 에너지의 균형을 맞춰주는 핵심 일꾼이다.
미래의 기후변화와 수자원 가용성 및 기상 여건 예측의 핵심 요소가 바로 이 구름에 대한 이해로부터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기상청에서는 수치예보 등을 이 구름을 예측하기 위한 기상과학과 기상기술을 개발시키고 있다. 그러면 좀 더 정확하고 자연세상과 더 비슷한 예보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김종석

기상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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