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명동북지방통계청장


청소년의 사고력을 키우고 독서를 장려하기 위해 정부나 기관에서 추천하는 권장도서가 있다. 요즘은 지식과 기술의 발달 등으로 인해 다양한 분야의 도서가 대량으로 쏟아져 나오지만, 불과 30여 년 전만 해도 청소년들이 원하는 책을 구하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그 당시 꼭 읽어야 할 추천도서 중 대표적인 것으로 ‘그리스ㆍ로마신화’가 있었는데, 이 책에는 수많은 신(神)들과 요정, 영웅들이 등장하여 다양한 에피소드를 보여주며 독자로 하여금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하였다. 신화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수많은 문학가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었고, 이로 인해 서양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가 된 것이다. 그런데 이 책에 등장하는 신들은 그리스와 로마를 넘나들며 존재했던 것 같다. 올림포스산의 주인이며 신들의 왕인 제우스는 로마신화에서는 주피터로 등장하고, 사랑과 미의 여신 비너스는 그리스신화의 아프로디테인 것처럼 그리스의 신들은 대부분 로마신화에도 여전히 존재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리스신화에는 없고 로마신화에만 존재하는 신이 한 명 있었으니, 이가 바로 두 얼굴을 가진 야누스(Janus)이다. 고대 로마인들은 야누스를 집이나 도시의 출입구 등 주로 문을 지키는 수호신으로서, 모든 종교의식에서 여러 신 중 가장 먼저 제물을 바치고 숭배하였다고 한다. 영어로 1월인 January는 야누스의 이름에서 유래하였다고 하는데, 이는 과거를 추억하고 다가오는 미래의 희망을 가져보는 달로 기념하기 위한 의미라고 한다. 또한 행동과 말이 다른 이중인격자를 ‘야누스의 얼굴(Janus face)’을 가진 사람이라고 하는데, 아마도 야누스의 두 얼굴을 빗대어 표현한 것이라 생각된다.
최근 빅데이터 시대를 맞이하여 통계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우리는 아침에 일어나서 잠자리에 들기까지 거의 온종일 통계에 파묻혀 지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뉴스에 물가와 관련된 보도가 발표되면 시청자들은 살림살이를 걱정하며 정부의 효과적인 물가대책이 마련되길 기대하고, 일기예보에서 비 올 확률이 높다고 하면 우산을 미리 준비해서 외출한다. 이 외에도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다양한 정보들은 모두 통계라는 것을 통해서 얻게 된다. 하지만, 통계를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하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
통계는 어떤 목적이나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수량적 정보를 말한다. 즉, 인구나 물가 등의 경제적ㆍ사회적 현상을 파악하기 위해 수집된 각종 수치자료를 적절한 방법으로 요약하거나 가공해서 나오는 정보가 바로 통계인 것이다. 통계는 어떤 사실을 확인하거나 현 상태에서 얻어진 사실이 어떤 원인에 의해 발생되었는지를 규명할 경우, 그리고 어떤 집단이나 경제ㆍ사회현상에 숨어 있는 규칙성을 발견할 경우에 널리 활용되고 있다. 또한, 통계는 대화의 수단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이는 대부분의 사람이 통계에 대한 막연한 신뢰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요한 연설에서 통계를 적절히 이용하면 청중들에게 깊은 신뢰감을 심어주게 되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따라서 정치인이나 웅변가들은 자신의 신뢰성을 높이는 수단으로 화려한 미사여구뿐만 아니라 통계를 적절히 활용하기도 한다.
우리가 통계를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한다면 일상생활에서 유익한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지만, 허위성을 내포하여 고의로 통계를 오용한다면 사실을 왜곡하여 부풀리거나 전혀 엉뚱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이렇듯 통계는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매력(魅力)과 마력(魔力)의 양면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즉, 통계는 적절하게 잘 활용하면 우리의 삶의 질이 더욱 풍성해질 수 있는 매력적인 정보가 될 수 있지만, 왜곡하여 잘못 오용한다면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하고 그릇된 결정으로 피해가 심각해지는 마력의 원천이 될 수 있다. 만약 그리스ㆍ로마시대의 야누스가 부활하여 요즘 시대에 살게 된다면, 매력과 마력의 두 얼굴을 가지고 있는 통계야말로 자신보다 더 양면성이 심하다고 하지 않을까 싶다. 아마도 야누스는 통계의 매력에는 푹 빠져도 마력에는 절대 빠져들지 않는 현명하고 지혜로운 사람이 되길 우리에게 요구할지도 모르겠다.

정동명

동북지방통계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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