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호주필

프랑스의 석학으로 알려진 기 소르망은 몇 년 전 우리나라를 방문해서는 우리나라 노조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많은 외국기업이 한국에 대한 투자를 주저하는 것은 임금이 높아서가 아니라 노동시장이 복잡하고 노사협상이 불확실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만큼 일자리를 놓치고 있는 셈이다.
며칠 전에는 임종석 청와대비서실장이 “민주노총과 전교조는 더 이상 사회적 약자가 아니다”라고 했고, 조국 청와대민정수석은 “문재인 정부는 민주노총, 참여연대, 민변만의 정부가 아니다”며 민주노총과 명확히 선을 그었다. 이제는 국가사회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들어 이렇게 노조에 대한 불만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 중에도 민노총에 대한 혐오는 극에 달해 있다. 그들의 오만 때문이다. 그 한 예가 국민 총파업을 하면서 선언한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는 말이다. 정말 안하무인이다. 개가 누구일까? 좌파계 인사들의 주장은 정부여당, 보수야당, 그리고 보수언론, 재벌들이 개라고 했다. 결국 자기들 외는 모두 개라는 것이다. 독선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두 번째는 법치주의 파괴와 배타성이다. 이들이 얼마 전 아파트공사현장에서 “한국노총 조합원 내보내고 민주노총 조합원을 쓰라”며 생떼를 부리는 바람에 17일간 공사를 중단하는 불상사가 일어났다. 이러한 일들은 전국 대부분의 공사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는 결국 민노총이 기업 활동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을 위반하는 것이 된다. 더욱 황당한 것은 놀랍게도 해당 기업들은 이들의 압력을 견디다 못해 민노총 조합원만 쓰겠다는 단체협약을 체결했다는 사실이다. 이쯤 되면 법도 없고 나라도 없는 것 아닌가.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불법사실을 알고 노동부가 시정명령을 내렸는데도 민노총은 이를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법치주의도 있는지 모르겠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세상’하더니 이런 다른 세상이었나.
장관급인 경사노위원장은 “민노총 총파업 잘한다고 생각한다”는 말도 했다. 그 위세를 알만 하다. 모두 민노총 편이다. 그래서일까? 국정을 책임진 여권은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아니라 ‘노조하기 편한 나라’를 만들겠단다.
정말 그렇다. 탄력근로제에 대한 대처 하나만 봐도 그렇다. 위기상황인 현 경제현실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다. 그래서 국회마저 여야 합의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런데 대통령이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논의’를 지켜보자는 말 한마디에 적어도 이번 국회 통과는 물 건너간 것 같다. 그러면 당장 내년부터 기업은 처벌을 받을 수도 있는데 말이다. 김성태 한국당원내대표 말마따나 “대통령은 민주노총에 어떤 빚을 졌기에 이러나” 싶다. 대부분의 국민도 그렇게 생각할 것 같다. 너무도 친노동적이다. 그리고 국제노동기구 기준에 맞춰야 한다는 생각도 그렇다.
이미 오래된 이야기들이지만 세계에서 노동개혁 없이 경제위기를 탈출한 나라는 없다. 영국병의 치료도 대처 총리가 광산노조와 싸워 이긴 결과이고, 독일병은 하르츠법의 결과이며, ‘하얀 깜둥이’라는 비아냥을 받던 아일랜드의 경제위기 탈출은 사회연대대협약의 효과이고 네덜란드의 경제성장은 바세나르협약의 효과이다.
어정쩡한 노동개혁으로 경기침체에 허덕이고 있는 프랑스는 젊은 개혁의 기수 마크롱 대통령을 맞아 확실한 개혁에 착수했다. 물론 노동개혁이다. 친시장적인 개혁이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80년간 어느 대통령도 손도 못 대던 철도노조에 대한 개혁의 칼이다. 프랑스철도공사는 매년 신규 적자가 4조 원 정도 발생한다. 그런데 노조원들은 다른 직장보다 5년 먼저 퇴직하고 10% 더 많은 연금을 받는다.
겨우 이룬 철도개혁의 성공으로 노동개혁은 성공적이라는 평을 듣게 될 것 같다. 그러나 그 대가는 혹독했다. 그의 지지율은 애초 60%대에서 20%대까지 떨어졌다. 개혁가 마크롱답게 그는 자신의 인기보다는 조국을 선택한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민심을 그대로 수용만 하고 추종만 하는 것이 대통령 할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집권보다도 나라가 먼저인 것이다.

서상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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