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신규 창업자 가운데 30대 미만 청년창업자의 비중이 처음으로 10%를 넘어섰다는 자료가 발표됐다. 국세청이 공개한 국세통계에서 10~20대 청년층이 차지하는 신규 창업 비중이 전년도 9.6%보다 0.5%포인트 상승한 10.1%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창업 전선에 뛰어드는 청년층이 늘고 있다는 것이 청년실업의 증가와 무관하지는 않겠지만, 한편으로 일자리 창출의 다른 해법이자 국민경제의 또 다른 활력소가 될 수 있다는 점은 반길 일이다. 독특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전에 없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내는 청년창업가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계속 도전할 수 있는 창업 생태계가 먼저 활성화돼야 할 것이다.
창업 생태계 활성화와 더불어 중요한 것은 창업한 기업이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되느냐 하는 것인데, 많이 알려진 것처럼 우리나라 기업의 창업 5년 후 생존율은 약 27.5%에 불과하다. 특히 청년창업의 경우는 사정이 이보다 더 좋지 않다. 30대 창업가의 5년 생존율은 25.2%에다 30세 미만은 15.9%에 그쳤다. 청년창업의 생존율을 높여야 모처럼 찾아온 청년창업의 열기가 지속될 수 있고 우리 경제에 파급력을 미칠 수 있다. 창업의 문턱을 낮추는 것만큼이나 사회경제적, 정책적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는 청년창업사관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청년 창업가에게 창업공간 및 최대 1억 원의 사업비를 지원하고 창업 전문가의 멘토링을 통해 성공 창업가로 거듭날 수 있도록 양성하는 프로그램이다. 청년창업사관학교에서 지난 2011년부터 배출한 청년창업가는 첫해 212명을 시작으로 지난 7년간 약 1천978명에 이르렀으며, 4천648명의 고용을 창출하고 이 기간 청년창업사관학교 출신 기업들의 누적 매출액은 1조5천397억 원에 달한다.
올 하반기부터는 기존 5개 청년창업사관학교 외에 전국 12개 지역에 추가로 신설해 청년들이 쉽게 창업에 도전할 수 있는 혁신창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 우리 대구지역에도 계명대학교 대명캠퍼스 내에 청년창업사관학교의 문을 열었다. 지난 13일 개소식을 개최하고 본격적인 창업교육과 제품개발 코칭 및 네트워크를 활용한 투자유치 등을 전담해 청년들의 창업 사업화를 지원하게 된다.
이번 대구 청년창업사관학교에 입학하고자 하는 지역 청년들의 열기는 대단히 뜨거웠다. 4.7대1이라는 경쟁률은 전국 최고를 기록했고, 최종 선발된 36개 팀의 예비창업 CEO들은 전기전자, 정보통신, 기계재료, 바이오 등 다양한 분야의 아이템으로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이들 청년 창업가들은 대구지역의 창업 환경이 점차 개선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동안 대구 경제는 수십 년 동안 섬유ㆍ염색, 자동차부품 등 제한적인 업종으로 산업 생태계가 형성돼 있어 창업환경이 경직돼 있었다. 특정 산업의 일시적인 쇠퇴로 인해 지역 산업이 크게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아 창업의 기회를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창업 인프라와 정보가 수도권에 몰려 있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며 이를 통해 미래경제 생태계의 균형과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다.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창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기업이 성장하면서 신규 고용창출 효과가 나타나며,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대기업 중심의 독과점 구조를 깨뜨리는 혁신적인 중소벤처기업이 등장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청년들이 쉽게 창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기술 개발에 이어 사업화에 성공하기까지 인력양성과 수출 및 판로, 자금조달과 같은 후속 연계지원까지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이러한 창업 생태계를 구축함으로써 누구라도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는, 그래서 좋은 아이디어만으로도 창업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 바람직한 지원 방향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번에 신규로 개소한 대구 청년창업사관학교가 이런 지원 방향에 좋은 모델이 됐으면 한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만 우리 지역 새로운 창업 모델을 구축함으로써 지역 창업 생태계를 발전시키는 데 분명 큰 축을 담당할 것이라 기대한다.

구재호

중소기업진흥공단

대구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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