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소한 미공개 미사일기지 13곳을 운용하고 있다는 미국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보고서를 인용한 뉴욕타임스(NYT)의 보도는 우리 국민에 의외의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그 뒤 NYT의 사설 ‘북한이 핵 사기극(shell game)을 벌이고 있다’는 비판도 영향이 컸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그보다도 이러한 보도에 대한 김의겸 청와대대변인의 해명이 더 큰 충격을 준 것 같다.
김 대변인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한ㆍ미 정보 당국이 군사위성을 이용해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라고 했다. 알고 있는 내용이면 우리를 향한 미사일인데도 위협이 안 되나? 이해가 가지 않는다.
아무리 남북대화가 깨질세라 조심 또 조심하는 정권이라 해도 국민을 생각하면 이렇게 말해서는 안 된다.
또 김 대변인은 NYT 보도에서 북한이 ‘기만을 했다’거나 ‘미신고’라는 단어가 나오는데 이 단어가 적절하지 못하다면서 해명을 했다. 즉 ‘기만’이란 단어는 “북한이 미사일기지를 폐기하겠다고 약속한 적이 없고 또 폐기를 의무조항으로 하는 어떤 협정과 협상도 맺은 적이 없다”. 그러므로 기만이라는 말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미신고’라는 말 역시 어떤 협약이나 협정을 맺은 일이 없으니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양심이 중요하지 단어 하나가 뭐 그리 중요한가. 지금 벌이고 있는 비핵화란 무엇인가.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월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핵 생산 시설과 미사일 시설을 폐기하는 것은 물론 현존하는 핵무기와 핵 물질들을 전부 없애는 것”이라고 밝혔었다. 따라서 당연히 협정이나 협상이 없었다 해도 핵과 미사일은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양식의 문제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그다음의 설명이다. 국민이 두려움까지 느끼는 대목이다. 대변인은 삭간몰에 있는 미사일은 ‘단거리용이며 대륙간탄도미사일이나 중거리탄도미사일과는 무관하다’고 했다. 미국을 겨냥한 미사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야당의 비판처럼 남한 국민은 위험에 빠져도 좋다는 얘기냐는 비난과 동시에 누구의 대변인이냐 하는 소리를 듣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여기서 국민이 궁금증을 넘어 두려움을 느끼는 대목은 바로 청와대뿐만 아니라 현 여권은 모두 북한의 핵이나 미사일에 대한 걱정은 전혀 없다는 점이다. ‘단거리용’은 괜찮다는 식의 설명이 이를 증명하는 것 아닌가.
국민의 안전을 생각지 않는 정권은 없다. 따라서 한명숙 전 총리가 말한 “재래식 무기는 우리를 겨냥한 것이지만 핵무기는 우리를 겨냥한 것 아니다”는 식의 굳은 믿음이 있는 것 같다. 피를 나눈 형제 간에도, 피를 섞은 의형제 간에도 있기가 어려운 믿음이다. 한마디로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확증편향이라는 말 만으로는 설명이 어려울 것 같다. 그래서 국민의 걱정은 큰 것이다.
또 김 대변인의 말은 현 정부는 ‘핵 있는 평화’를 추구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막연한 의구심을 합리적 의심으로 커지게 한다. 삭간몰 미사일을 알고 있었다면 이 문제도 다음 회담 땐 의제로 올리겠다는 약속을 했어야 국민에 믿음을 줄 수 있는 것 아닐까.
똑같은 논리로 아직 심증만 있고 결정적 증거는 없는 지하 핵생산시설 역시 그냥 적당히 넘길 것 아닌가. 미국서만 다음 의제로 올려야 한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국서는 민주당이 하원서 다수당이 되자 바로 ‘트럼프는 김정은에 속고 있다’고 했다. 미국 언론은 ‘북한의 핵개발은 사실상 아무것도 달라진 것도 변한 것도 없다’고 했다. 실패라는 것이다. 우리는 어떤가? ‘속고 있는가? 아닌가?’ 국민은 궁금하다.
우리 정부가 세계 유수언론으로부터 한국은 북한 대변인이라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북한제재 완화를 외치는 것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과연 북한을 믿을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인가? ‘핵 있는 평화’를 추구하고 있는가? 왜 진보ㆍ좌파 정권은 한결같이 북한편을 드는가? 그리고 그 결과는 무엇이었던가? 이제는 국민도 알아야 할 때인 것 같다.

서상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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