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 불편·주차공간 부족 화물 찾는데도 많은 시간 걸려 항공 수요 폭발 편의성 개선 시

낭패감이 이런 것일까. 당황스러웠다. 대낮, 시내버스에서 퇴출당하다니, 자존심까지 상했다. 그러니까 지난주 여행길이었다. 집 앞에서 공항까지 바로 가는 버스가 없어 국채보상공원에서 내려 공항 가는 버스를 환승할 때였다. 버스에 올라타는 순간 버스 기사가 소리쳤다. “내리세요!” “아니, 내리라니. 여보, 지금 나 보고 내리라는 말이오?” 나는 황당했다. “당신 말이오, 당신 말고 누가 있소?” 버스 기사는 냉정하게 말했다. 버스 안 승객들이 모두 쳐다보고 있었다. 창피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해서 왜 그러느냐고 따져 물었다. “거기 보시오. 규정 이상의 짐을 실을 수 없으니 내리시오.” 다시 한번 버스 기사는 명령하듯 말했다. 더 승강이를 할 수도 없고 해서 캐리어를 갖고 내렸다.
그리고는 한동안 어쩔 줄 몰랐다. 순간 오기가 발동했다. ‘기다려보자.’ 다음 차를 기다렸다. 10분쯤 지났을까. 다행히 다음 버스는 아무 말썽 없이 탈 수 있었다. 아니, 같은 회사의 같은 노선버스인데 왜 어떤 버스는 되고 어떤 버스는 안 된다는 말인가.
알아보니 승객의 불편을 줄이고 안전을 위해 짐의 가장 긴 쪽이 최대 50cm로 제한돼 있었다. 내 짐가방이 그 규정을 넘어서는지 따져 볼 겨를도 없었다. 하긴 내가 탄 급행버스는 일반 버스보다 좌석이 많고 상대적으로 통로가 좁고 길긴 했다. 그렇다면 사전 홍보를 해야 할 것 아닌가. 말로만 대중교통을 이용하라고 떠들면서 정작 대중교통을 이용할라치면 이렇게 불편을 주니, 이래서야 어떻게 광역시의 행정 서비스라고 할 수 있나.
대구 공항의 한계를 알기에 미리 대처한답시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다가 당한 봉변이다. 대구국제공항의 승객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9월까지 300만 명을 돌파했고 연말이면 400만 명을 넘어설 것이라고 한다. 반가운 현상이다. 그러나 공항 서비스는 한참 멀었다. 그냥 부족한 것이 아니라 아주 불편하다. 특히 주차 수요는 턱없이 부족하다. 대구공항 주차장은 2천300여 면이 한계다. 그것도 지난해 주차빌딩 공사를 해서 늘인 것이 그렇다. 지난번 대구공항에 차를 끌고 왔다가 주차를 못 해 몇 바퀴 돌다가 엉뚱한 곳에 주차한 이력이 있는 터라 꾀를 냈다가 되레 뒤통수를 맞은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대구시는 대구공항을 이용하는 승객들을 위한 셔틀버스를 계획조차 하지 않고 있다. 준공영제로 운행하는 시내버스의 적자를 보전하는 데 연간 1천억 원가량 쏟아 붓고 있는 대구시다. 거기에다 곳곳에서 버스 노선을 신설해 달라고 아우성이란다. 그런 판에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는 공항 셔틀버스를 운행할 수도 없다는 거다. 공항 셔틀버스를 운행하려면 적어도 10분 간격으로 운행해야 하는데 도무지 승산이 나지 않는다는 거다.
대구시와 대구경북연구원이 지난해 공동 조사한 결과 대구공항 이용객의 48.6%가 승용차를, 43.3%가 택시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편리한 도심 공항이 오히려 셔틀버스 운행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역설이다.
대구공항 항공 수요 증가는 그야말로 폭발적이다. 공군과 함께 사용해야 하는 데서 오는 부족한 슬롯(활주로 용량)을 억지로 늘려 운항편수를 조정한 것이다. 그래도 모자라는 주기장은 어쩌지 못한다. 불편은 비행기를 타고 내리는 데도 따라붙는다. 바로 옆 빤히 보이는 비행기 탑승구까지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것이다. 이 무슨 쇼인가. 그냥 묵묵히 버스를 탔다 내렸다를 반복할 뿐이다. 이런 쇼는 대구공항에 도착해서도 그랬다. 비행기에서 내렸을 때도 바로 옆 터미널까지 가는 버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귀국하는 날, 대구공항에서 내려서도 짐을 찾는데 한참이 걸렸다. 대구공항에 내린 오후 5시에는 상하이에서 온 비행기도 도착했다. 더러는 2, 3대의 비행기가 비슷한 시간에 연거푸 착륙해서 화물을 찾는데 더 많은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고 승객들은 말해준다. 그러고 보니 대구국제공항이 이름값을 하는 모양이다. 이런 불편은 그냥 조금 참으면 그만인가. 그나저나 통합신공항은 언제 되나? 대구공항이 옮겨가기나 하는 건가.

이경우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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