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 참석 중 서울에서 만난 환자 수술 결심하게 된 동기 듣고 설명 멀리 왕진 온 듯 색다
성형한류가 국제적으로 소문이 나면서, 외국인 의사들의 관심도 높아져서 이제는 여러 나라에서 참가한 외국인 의사들을 어렵잖게 볼 수 있게 되었다. 나도 인중 수술과 입술 수술에 대한 강연을 맡게 되었다. 그런데 강의를 준비하던 도중, 병원 전화가 울렸다. 전화기 너머로 젊은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서울에 살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한 이 여성은 주말을 맞아 인중이 긴 자신의 문제에 대해 한 성형외과의 추천을 받아 현재 대구로 내려가는 중이라는 것이다.
아뿔싸! 서울 학회 일정 때문에 스케줄을 변경하고 오늘 휴진하기로 했는데. 사전에 연락이라도 닿을 수 있었다면 스케줄을 조절할 수 있었는데, 어디선가 문제가 생긴 것 같았다. 어떻게 할까? 하고 고민을 하다가, 서울에서 만나도 되겠다는 생각이 뇌리 속을 스쳤다. 대구로 내려가던 발걸음을 되돌려 학회가 열리는 서울의 호텔 로비에서 그 여성을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마침내 강의시간, 1년 동안 새로 습득한 지식과 경험들을 모아서 강의하고 동료 의사들과 열띤 토론을 마치고 나서 돌이켜 보니 이들의 질문에 답해야 할 과제들을 새로이 발견하는 계기가 되었다. 나 혼자서 생각했던 것보다 더 넓은 시야에서 내가 미처 보지 못했던 점을 새로 알게 된 것이 나로서는 큰 소득이 된 셈이다.
강의와 토론을 마치고 나서 함께 한 동료 의사들과 서로 격려를 주고받은 다음, 바쁜 걸음으로 약속시간에 맞춰서 호텔 로비로 나갔다. 전화기로 서로 위치를 확인하고 나서 약속장소에서 처음 얼굴을 대면했다. 비록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였지만, 두 눈이 마주치는 순간 특징적인 환자의 얼굴 모습을 확인하고 서로 얼굴을 알아볼 수 있었다. 서로 활짝 웃으면서 반갑게 인사를 하고는 마주 앉을 자리를 찾아서 로비의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나를 추천해 준 성형외과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로 대화를 시작해서 이 여성이 수술을 생각하게 된 동기, 현재 자신의 상태, 자신이 바라는 얼굴 모습 등에 대한 이야기를 경청했다. 그다음 내가 진단한 그녀의 상태를 이야기해주고, 수술에 대한 이야기, 수술과정, 수술 전후의 모습들, 수술 후의 경과 등 수술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해 주었다. 마침 노트북에 담겨 있는 수술관련 자료들도 함께 보여주면서 설명을 해 주었다. 진료실 안에서만 환자를 만나다가 병원을 한참 벗어난 서울에서 이런 상담을 하게 되다니, 마치 멀리 왕진을 온 것 같다고 이야기하면서 이 여성과 함께 웃었다.
이런 일 이외에도 다른 일들도 있는데, 바로 이런 왕진이다. 한 번씩 수술한 외지 환자들의 바쁜 스케줄 관계로 도저히 진료가 불가능한 때가 있다. 참으로 난감한 일이 많이 있지만, 이런 경우에 왕진을 나가는 것이다. 물론 이런 일은 극히 드물다. 마침 나 자신이 그 지역으로 갈 기회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돌이켜 보면 이런 인연으로 기억 속에 남아 있는 환자들도 몇 사람이 있다. 환자들과 장소와 시간을 예약한 다음, 커피 매장에서, 카페에서, 학회가 열리는 곳 로비에서, 나는 이들을 기꺼이 만난다. 한 번이라도 우리와 관계를 맺었던 한 사람과의 인연이 소중하기 때문이다.
한 번의 인연, 그것은 첫 만남, 첫 전화통화, 첫 메일접속, 첫 카카오톡 등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 앞으로 다가온다. 이것이 서로에게 어떤 도움이 될 것인지는 처음에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그러나 이런 인연 하나라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요즘 옛날과 자못 달라진 의사와 환자와의 관계에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이동은
리즈성형외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