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살 재료들이 가득한 공방.
포항시 북구 항도길, 좁은 골목 안쪽에 자리 잡은 낮은 기와집, 그의 공방에서 김병욱 궁시장을 만났다.
1962년생, 생각보다 젊은 중년이었다.
무형문화재라면 의레히 주름진 얼굴에 수염을 기른 연세 지긋한 분이리라는 나의 선입견이 빗나갔던 것이다.
경상북도는 지난 10월18일 전통기능전수자인 그를 도무형문화재 44호로 지정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축하의 인사를 건네자 겸연쩍어 했다.
문화재로 지정 받으면 어떤 혜택이 있는지 궁금했다.
지정되었다는 연락을 받은 것도 엊그저께 일이고, 아직 문화재 지정서도 받지 않은 상태여서 마음만 무거울 뿐 어떤 혜택이 있는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궁시장(弓矢匠)이란 활과 화살을 만드는 일에 종사하는 장인을 일컫는 말이다.
궁시장은 활을 만드는 궁장과 화살을 만드는 시장으로 나뉘는데 김병욱 궁시장이 하는 일은 대나무로 만든 화살, 즉 죽시(竹矢)를 만드는 일이었다.
1979년부터 전통 화살 제작 기술을 배우기 시작한 그는 1981년 죽시 공방을 열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무형문화재라는 이름이 주어진 것은 40년이 다 되도록 돈도, 명예도, 권력도 되지 않는 일에 한눈팔지 않고 전념해 온 그의 삶에 대한 마땅한 보상일 것이다.
그가 만드는 죽시의 우수성이 무엇이냐고 묻자 직선도가 오래 유지되고 명중률이 높은 것이라고 했다.
공방에는 강원도 고성에서 찬서리와 바닷바람을 맞고 자란 2~3년생 시누대가 완성된 죽시가 되기를 기다리며 공방 여기저기 서 있기도 하고 누어있기도 했다.
시누대, 꿩깃, 화살촉, 오늬 등으로 만드는 죽시는 화살의 생명인 살대를 고르는 일, 고른 살대를 불에 구워 강도와 색깔을 내는 일, 활줄을 끼울 오뉘와 깃을 다는 일 등 제작 과정이 까다롭고 정교해서 적어도 133번의 손이 가는 작업이라고 알려져 있기까지 하다.
“좋은 화살이란 결과적으로 명중률이 높은 화살이어야 하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활의 강약과 화살의 강약이 잘 맞아야 합니다.
궁사가 잡은 활의 세기에 따라 화살을 맞추어야하기 때문에 제가 하는 일은 궁사의 주문에 따라 화살의 세기를 조정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요.”
◆신념과 내조로 일군 전통문화 계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