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치즈 만드는 청년 강소농 ‘강훈목장’

▲ 강훈목장 간판.
▲ 강훈목장 간판.

완전식품을 꼽으라면, 우유와 달걀이 대표적이다.

완전식품이란 인간에게 필요한 영양소를 모두 갖춘 식품이다. 즉 가공하지 않은 원료 상태로 섭취해도 인간에게 필요한 영양소 대부분이 들어있는 음식을 말한다.
젖소를 키우며 우유와 유가공제품을 생산, 농업이 미래 희망산업임을 보여주는 청년 강소농이 있다. 군위군 우보면 ‘강훈목장’의 조규제(26) 대표가 주인공이다. 아버지의 목장을 승계해 운영하면서 낙농의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다.

◆젖소가 좋아요

조 대표는 태어나서 처음 만난 동물이 젖소다. 어릴 적부터 매일 젖소를 보고 젖소와 함께 생활해 동물 중 젖소가 가장 친숙하다. 35년간 젖소농장을 경영한 아버지 덕분이다.
조 대표는 자신을 ‘모태 목동’이라고 한다. 초등학생 때부터 목장을 들락거렸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젖소에게 사료를 주고 우유통을 날랐다.
중학생 때 아버지의 건강이 나빠지면서 본격적으로 목장일을 도왔다. 그 일이 좋았고 젖소와 교감하는 법을 배웠다.
하지만 대학진학을 앞두고 축산학과를 가겠다고 하자 막상 아버지가 반대했다. 낙농업은 365일 쉴 수 없는 3D업종이라는 것이었다. 아버지는 힘든 목장일을 아들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았던 것.
대학진학의 학과선택 문제로 부자간 오랫동안 설전을 벌였고, 마침내 아버지가 승낙했다.
조 대표는 충북대학교 축산과에 진학해 본격적으로 축산을 공부하고, 젖소를 키우는 청년창업농의 길로 들어섰다.

◆아버지의 목장

아버지 조용훈(53) 씨는 경력 35년의 전문 축산인이다.
강훈목장은 1983년 송아지 3마리로 시작했다. 급격한 경제성장으로 우유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던 시기였다. 그러나 젖소 가격이 너무 높아 한꺼번에 많은 소를 입식할 수 없었다.
규모가 작다 보니 모든 면에서 불리했다. 고생하는 만큼 수익도 나지 않았다. 자본과 기술 어느 것도 가진 것이 없었다. 특히 각종 정부 지원사업은 대규모 목장 위주로만 이루어졌다.
그때 겪은 어려움과 설움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목장 이름을 ‘강훈목장’으로 지었다. ‘농민 조용훈이 운영하는 강한 목장’이란 의미다.
목장 이름처럼 크고 강한 목장을 만들기 위해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하고 공부했다. 틈만 나면 큰 목장에 찾아가 일을 거들고, 어깨너머로 기술을 익혔다.
그런 노력의 덕분에 지금은 180마리의 대형목장으로 성장했다. 착유우(건유 포함) 85마리, 육성우가 95마리다. 하루 착유량도 2천200kg에 이른다.
아직 충분히 일할 나이지만, 목장 운영을 아들에게 물려주는 작업을 하고 있다. 대학에서 축산을 공부해 이론과 실기를 함께 갖춘 아들이 든든해서다.
물론 함께 일하지만 아들이 청년창업농으로 자리 잡고 더 큰 목장으로 만들어 갈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전 가족이 낙농 전문가

강훈목장의 가족은 모두가 낙농 전문가다. 아버지는 35년 경력의 베테랑 농부다. 젖소 3마리로 시작해 지금의 규모로 성장시켰다. 그동안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 그 덕분에 젖소에 대해서는 박사급이다.
어머니 오문옥(49)씨는 자타가 인정하는 ‘유제품가공’ 전문가다. 낙농업 협동조합과 순천대학교에서 유제품가공 교육을 체계적으로 공부해 유제품가공사 2,3급 자격증이 있다.
유제품 가공시설은 HACCP(안전관리인정기준) 인증도 받았다. 하지만 이제는 아들에게 기술을 전수하고 뒤에서 지켜보는 역할을 한다.
조 대표는 대학에서 축산을 전공하고, 어릴 적부터 아버지로부터 실전경험을 이어받았다. 이론과 실기를 겸한 것이다. 본인이 좋아서 하는 일이라 학교성적도 우수했다.
“제가 축산업계에서는 금수저로 통합니다. 부모님이 닦은 기반을 고스란히 물려받았으니까요”라면서 자신감을 보인다.

◆가축전염병은 악몽, 1억 원 손실

축산농가에 있어서 전염병은 악몽이다. 아무리 철저한 방역을 해도 불가항력인 경우가 많다. 2010년 말 구제역 파동을 생각하면 아직도 끔찍하다.
철저한 방역 덕분에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인근 지역에 만연해 살처분하는 모습이 남의 일처럼 보이지 않았다.
구제역이 종식될 때까지 2개월간 농장을 완전히 차단했다. 전 가족이 농장에서 스스로 고립됐다. 사료와 우유는 농장 외부에 중개소를 설치하고 해결했다. 사료 차량과 집유 차량과의 직접적인 접촉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심지어 가까운 친척의 경조사에도 참석하지 않아 유별나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덕분에 구제역 파동을 무사히 넘겼다.
2015년 말에는 ‘우 백혈병’이 발생해 20두를 도태하는 아픔을 겪었다. 3종 전염병이라 보상도 받지 못했다. 1억 원이 넘는 손실을 당했다.
목장에 하천부지가 일부 포함돼 축사 적법화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앞날이 막막했다.
이런 수난을 한 번씩 겪으면 목장을 계속해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지만, 가족이 힘을 모으고 격려하면서 헤쳐 나간다.

◆첨단시설로 노동력 절감

▲ 강훈목장의 수제 요거트가 생산돼 병에 담기는 모습.
▲ 강훈목장의 수제 요거트가 생산돼 병에 담기는 모습.

낙농은 쉬는 날이 없다. 연중무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젖소를 돌봐야 한다. 온종일 먹이고 착유도 해야 한다. 착유 시기를 놓치면 젖소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유방염에 걸리기 때문에 정성을 다해 보살펴야 한다.
시간 맞춰 사료를 주고, 착유를 하는 일은 고된 노동이다. 다행히 자동화 시설이 도입되면서 한결 일손을 덜었다.
사료 주기는 자동급이기(사료를 자동으로 사료통에 보내는 기계)를 이용한다. 하지만, 우유는 하루에 2번 이상 직접 짜야 한다. 그래서 노동력 절감을 위해 경북 도내에서 가장 먼저 ‘로봇 착유기’를 도입했다.
시간이 되면 젖소들이 스스로 로봇 착유기에 가서 착유를 한다. 유방세척과 마사지→착유→소독→ 착유기 세척과 착유량 기록까지 모두 자동으로 이루어진다.
소들의 목에 센서가 달려 정해진 사료를 먹으면 더 사료가 나오지 않는다. 송아지도 마찬가지다. 개체별 특성에 따른 관리가 이루어진다.

◆수제 요구르트와 치즈 생산

▲ 강훈목장에서 만든 구워먹는 그릴치즈
▲ 강훈목장에서 만든 구워먹는 그릴치즈

강훈목장은 최근 유제품 가공을 통해 새롭게 도약하고 있다.
유제품 가공은 조 대표가 중학교 때부터 생각해왔던 일이다. 우유 파동 때 남아도는 우유를 버리지 말고, 요거트를 만들자고 아버지께 제안했으나 거절당했다.
대학을 다닐 때 또다시 “유가공품을 만들자”고 했으나, 아버지는 “쓸데없는 생각 말고 공부나 열심히 하라”고 했다.
3년 전 어머니가 유제품가공사 2급 자격을 따면서 아버지도 생각을 바꾸었다. 지금은 요거트와 구워 먹는 그릴 치즈를 만든다.
우유 쿼터제로 인해 발생하는 남는 우유를 가공해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만든다. 우유를 치즈로 만들면 6배, 요거트는 9배 정도 가격이 올라간다. 수제 요거트에는 일반 요거트보다 훨씬 많은 14억 유산균이 있다.
유제품을 가공하는 날에는 축사관리를 아버지께 맡기고 외출도 하지 않는다. 가장 깨끗한 환경에서 유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다.

◆축사 이전과 유제품 가공확대

이젠 서서히 구미지역으로 축사 이전 준비작업을 하고 있다. 넓고 쾌적한 공간에서 젖소들을 키우기 위한 동물복지와 방역을 위한 조치다.
새 축사의 두당 면적은 30㎡로 늘릴 예정이다. 환경부 기준의 1.5배다. 넓고 편안한 환경에서 사육해 좋은 품질의 우유를 생산하겠다는 생각이다.
조 대표는 유제품 가공시설도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수제 요거트를 4배 농축한 ‘그릭 요거트’와 6개월에서 1년 정도 숙성시킨 ‘고다치즈’를 만들어 수제 유제품 시장을 열어가겠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와 함께 목장체험과 우유를 이용한 아이스크림과 빵 만들기 등 다양한 목장체험 프로그램도 구상하고 있다.

▲농장명: 강훈목장
▲농장주: 조규제(2018 강소농, 청년창업농)
▲구입문의: 010-3813-5721
▲홈페이지: https://kanghunfarm.modoo.at
▲소재지: 군위군 우보면 솔밭길 141
▲이메일: cow5721@hanmail.net
글ㆍ사진: 홍상철 대구일보 객원편집위원
경북도농업기술원 강소농 민간전문위원
팜라이터, ilsok@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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