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쾌청한 날씨와 함께 큰 일교차로 안개를 자주 접할 수 있는 계절이다. 빨간 단풍, 노란 은행잎, 분홍색 코스모스 그리고 파란색 하늘로 알록달록 예쁜 풍경이 나들이를 부추기는 계절이기도 하기에, 나들이를 떠나기 전 교통안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안개에 대해 미리 대비 사항을 익혀두는 것도 유용할 듯하다.
안개는 대기 중의 수증기가 응결하여 지표 가까이에 작은 물방울 형태로 떠 있는 현상으로, 통상 수평 가시거리가 1㎞ 미만일 경우를 이른다. 안갯속의 공기는 습하고 차갑게 느껴지며, 상대 습도는 100%에 가깝다. 안개는 위치하는 고도에 따라, 하늘이 보일 정도로 엷고 낮으면 낮은 안개, 시정이 1㎞ 이상이고 지표면에 접해 낮게 깔렸으면 땅안개라고 한다. 또 관측자의 위치에 따라 안개가 되기도 하고 구름이 되기도 하는데, 밑 부분이 지표면에 접해 있으면서 시정이 1㎞ 미만이면 안개, 떨어져 있으면 구름이라고 한다. 안개는 온도 변화가 심하거나 하천, 호수, 바다 등과 같이 수증기를 만들 수 있는 곳 또는 비가 내린 뒤 공기 중에 수증기가 많을 때 잘 생긴다. 즉, 대기 중 수증기가 많고 물방울을 만드는 응결핵과 같은 물질이 있으며, 공기가 차가워질 때 잘 생긴다. 응결핵은 수증기의 응결을 촉진하는 흡습성의 작은 입자로, 상대적으로 낮은 습도에서도 안개를 발생시키는 촉매제와 같은 역할을 한다.
안개는 저시정과 저온 그리고 높은 습도 때문에 항공기 운항과 해상 및 육상교통 농업 등에 해로운 영향을 끼칠 수 있으며 특히, 항공과 어업활동에 막대한 피해를 주기도 한다. 눈이나 비 등 다른 기상현상에 대한 교통사고에 비해 안개에 의한 사고율은 적은 편이지만, 사망률은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에 따르면, 기상상태에 따른 국내 교통사고 치사율(교통사고 100건당 사망자 수)은 안개 낀 날 8.9명, 흐린 날씨 3.9명, 비 오는 날 3명, 눈 오는 날 2.5명, 맑은 날 2.4명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육상의 안개는 일출 직전에 가장 짙게 나타나고, 1~3시간 안에 대부분 소산되는 반면, 해상의 안개는 육상보다 지속 시간이 비교적 길고 일출 후에도 쉽게 소산되지 않아 해상에서 발생하는 위험기상 중 가장 빈번한 기상현상이라 할 수 있다. 해상에서 짙은 안개가 끼면 시계 불량으로 다른 배나 빙산과의 충돌, 암초에 좌초하는 등 큰 해상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바다에 끼는 안개를 이르는 해무는 따뜻한 해수면에 있던 공기가 차가운 해수면 쪽으로 이동할 때 공기가 냉각되면서 수증기가 물방울로 변해 발생한다. 이때 바다 위 공기 속의 작은 염분 입자 등이 응결핵의 역할을 하게 된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3~2017년) 계절별 해양사고 발생 건수는 가을이 가장 많다고 한다. 봄철 2천126건, 여름철 2천583건, 가을철 2천732건, 겨울철 1천972건으로 평온한 가을 날씨와는 대조적으로 해양에서는 해양 사고가 상대적으로 잦은 것이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으나 가을철에는 여름에 비해 강해진 태풍이 크게 영향을 미쳐 해양 사고가 잦아진다. 또한 가을에는 조업하는 어선이 늘어나고 여가 활동이 활발해져 여객선 운항 확대 등으로 선박 교통량이 증가하는 것도 하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더불어 일교차가 큰 가을철에는 짙은 안개가 잘 발생하기 때문에 선박 운항에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안개와 해무는 바람, 온도, 기압계의 패턴, 습도, 대기 상태 등 전반적인 기상 요소의 분포와 특성에 관련되어 있으나, 국지적 특성과 발생 원인이 복잡하여 발생 가능성을 분석하고 예보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국민의 교통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주요한 기상 요소 중 하나이기에 기상청에서는 지난 2011년부터 상세 안개정보를 서비스해왔다. 상세 안개정보는 안개 발생 현황과 앞으로 안개가 발생할 수 있는 지역, 예상 지속 시간에 대한 정보를 39개 권역으로 나누어 안개 다발구간 정보와 함께 제공한다. 또한 주요 도시별 육안관측에 근거한 가시거리 자료와 천리안 위성의 안개 관측 정보를 통해 전국 및 해상의 안개 현황을 제공하고 있다.

김종석

기상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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