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꺼진 눈을 닮은 자매



얼굴의 모습을 결정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무엇일까? 가끔 진료실로 찾아오는 환자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가끔 이런 질문을 듣게 된다. “선생님, 저는 왜 이렇게 생겼을까요?” 그러면 이렇게 대답해 준다. “혹시 당신 모습을 닮은 가족이 있나요? 부모님, 친가나 외가에서 닮은 분이 있는지 기억을 떠올려 보세요.” 그러면 대부분 답이 나온다. 적어도 위에 언급한 가족 중에 분명히 자신과 닮은 모습의 얼굴을 찾아낼 수 있는 것이다.

얼굴의 모습을 결정하는 요인들은 많이 있다. 그러나 어떤 것이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알려진 것 중 가장 큰 것은 바로 유전적인 요인이다. 즉 부모, 조부모, 외조부모와 그 형제ㆍ자매들 사이에서 유전적인 정보가 공유되기 때문에 이 중 일부의 공통되는 정보들에서 자신의 모습이 공유되는 것이다. 이렇게 답을 해 주면 대부분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한다.

오늘 앞에 앉아 있는 중년의 여성 환자는 꺼진 눈이 고민이다. 눈꺼풀이 처져 내려온 것은 나이 탓이겠거니 하고 받아들이려고 했지만, 더 속상한 것은 눈썹 아랫부분이 안으로 쑥 꺼져 들어간 것이다. 타계하신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라 불만이라 할 수는 없었지만, 중년이 넘어가면서 꺼진 눈 때문에 주위로부터 “어디 아프냐”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고 한다. 더 속상한 것은 자신의 형제 중에서 딸들만 이런 모습의 눈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명절에 가족이 함께 모이면 자매들끼리 서로 눈을 쳐다보면서 누가 먼저 이것을 고칠지 서로 의논하곤 했었다고 한다.

자매 중 한 여성이 여러 곳의 병원들을 순례하면서 수술에 대한 내용을 상의하다가 이번에 내 차례가 된 것이다. 대부분 쌍꺼풀 수술과 함께 꺼진 부위에 배꼽에서 주사기로 아랫배의 지방을 채취해서 이식해 주는 방법을 들었다고 한다. 흡수가 잘 되는 경향이 있어서 두세 차례 반복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가장 일반적으로 시행하는 방법이라 하겠다. 그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눈 상태를 자세히 확인했다.

눈가에 주름이 많이 있고 눈썹이 아래로 처져 내려와 있는데다, 눈과 눈썹 사이의 거리가 좁은 것이 눈 수술만으로는 해결이 어려운 상태로 보였다. 눈 수술만 했다가는 눈과 눈썹 사이의 거리가 더 좁아져서 마치 외국인의 눈처럼 어색한 모습이 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래서 고민 끝에 처져 내려온 눈썹을 당겨 올려주고 이 과정에서 제거된 피부와 피하조직 일부로 꺼진 눈을 해결하는 것으로 서로 의견의 일치를 본 다음 스케줄을 잡았다.

수술 당일, 먼저 수술하게 된 막내를 응원하고자 두 언니도 함께 병원을 찾았다. 세 자매에게 자세한 설명을 다시 하고 수술을 진행했다. 눈썹의 아래쪽 경계를 따라 피부를 절개한 다음 눈꺼풀이 처진 양만큼 측정해서 피부와 그 아래 피하조직을 한 번에 두툼하게 떼어냈다. 눈썹을 계획한 자리까지 위로 당겨 올려 고정해 주고 피부를 꼼꼼하게 봉합해 주었다. 떼어낸 눈썹 조직은 수술 확대경을 보면서 피부 조직을 다 제거하고 피부 아래 조직만 남도록 분리했다.

이제 꺼진 눈을 해결해 줄 차례다. 쌍꺼풀 수술을 하듯 피부를 절개해서 꺼진 부위까지 접근했다. 눈 안쪽의 지방주머니를 찾아 열어젖힌 다음, 눈썹을 당겨 올리면서 나온 피부 아래 조직으로 꺼진 부위를 메워주었다. 수술을 끝낸 후 눈 모습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이마도 당겨 올라가면서 이마의 굵은 주름살도 펴지고 눈가의 주름도 펴진 것이 보였다. 가장 신경 쓰이던 꺼진 눈은 젊었을 때의 도톰한 모습으로 바뀌었다. 원하던 모습이 이루어진 것이다.

꺼진 눈이 해결된 것을 보고 세 자매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고, 나도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아랫배의 지방을 쓰지 않고도 떼어낸 피부의 조직으로 꺼진 눈을 해결한 것이다. 이런 방법을 쓰지 않았다면, 폐기되고 말았을 자신의 조직으로 재건한 셈이다. 조직을 활용한다는 측면에서 더 바람직하다는 점이 있고, 이 조직 속에는 진피와 지방이 함께 있어서 지방만 이식하는 것보다 지속기간이 더 오랫동안 유지되는 장점도 있다. 또한 아랫배의 지방을 빼내기 위해 아픈 수술을 한 번 더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환자를 위해 좋은 장점이라 하겠다.

누군가의 얼굴을 닮는다는 것은 어찌 보면, 부모로부터, 아니 조상으로부터 대대로 이어져 내려오는 전통을 계승하고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스스로에게 각인시켜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나쁜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시대에 따라서 조금씩 변해가는 아름다움의 기준에 맞추어서 조금씩 개선해 나가는 것 역시 자손들이 현대 사회에 조금 더 잘 적응해나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이것 역시 좋은 일이라 해야겠다.이동은리즈성형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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