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청도 ‘예쁜감농원’

▲ 씨 없는 감. 잘 익은 청도반시
▲ 씨 없는 감. 잘 익은 청도반시

청도군은 경북도 최남단에 있는 작은 군이다. 인구 4만3천여 명에 면적이 693.8㎢에 불과하다. 하지만, 청도군은 작지만 강한 지역이다. 수많은 명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부흥의 원동력이 된 새마을운동의 발상지, 전국 최고의 소싸움 고장, 청도반시, 청도복숭아, 한재미나리, 대한민국코미디 1번지 등 자랑거리가 많다. 이 중에서도 특히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청도반시와 한재미나리 같은 농산물이다. 특히 청도반씨는 씨 없는 감으로 유명하다. 최근에는 감말랭이를 생산해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다.
청도에서 ‘청도반시’와‘청도복숭아’를 재배하는 명품 강소농이 있다. ‘예쁜감농원’을 운영하는 예병희(49) 대표와 부인 김현숙(36)씨 부부다. 예 대표는 2만4천㎡의 과수원에서 청도반시와 청도복숭아를 재배해 연간 7천여만 원의 소득을 올린다. ‘예쁜감농원’은 자신의 성씨인 ‘예’자와 ‘감’을 합성한 농장이름이다. 자신의 성을 걸고, 아름답고 참된 농장을 만들겠다는 예 대표의 마음이 담겨 있다.

◆귀농…문중에서 대환영

예 대표는 귀농 10년차의 농부다. 자신은 ‘귀농’보다는 ‘귀향’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대구에서 학교를 마치고 삼성상용차에서 일하다가 IMF가 나면서 희망퇴직을 했다. 이후 부부는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나섰다. 우연하게 대구 칠성시장 인근에 있는 꽃시장을 둘러보다가 아름다운 꽃에 반해 꽃집을 시작했다. 부부는 꽃집 운영에 온 힘을 쏟았으나, 워낙 국가적으로 경제사정이 좋지 않았던 때라 경영이 여의치 않았다. 수입이 불규칙했다. 계속되는 경기침체로 꽃에 대한 수요도 줄어들자 부부는 결국 귀농을 결심했다.
귀농을 하면서 예 대표가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의흥 예씨’ 집성촌인 청도군 이서면 대전리의 문중이었다. 먼저 문중 어른들에게 귀농계획을 알렸다. 문중에서는 젊은 종친의 귀농을 대대적으로 환영했다. 그리고 문중의 종답(宗畓, 조상의 제사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종중에서 소유하고 있는 토지)을 예 대표에게 임대했다. 지금 재배하는 복숭아과수원이 의흥 예씨 종답이다. 문중에서는 대종회관도 체험장으로 제공했다. 의흥 예씨 대종회관은 1950년대 이서면 대전리 대전초등학교 건립을 위해 문중에서 토지를 기부했다가 학생 감소로 폐교되자, 문중에서 환매(한 번 매도한 물건을 대가를 지급하고 다시 매수하는 것)한 것이다.

◆체험으로 소득 증대

예쁜감농원에서 10월은 체험의 계절이다. 의흥 예씨 대종회관(문중에서 집회나 회의를 위해 지은 건물)의 잔디마당과 감나무 농원이 체험장이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생, 가족단위 체험이 대부분이다. 복지관 어르신들과 장애인들도 참여한다.
체험은 감따기를 시작으로 트랙터 타고 동네 한 바퀴 돌기와 넓은 잔디마당에서 각종 게임하기로 진행한다. 400년 수령의 은행나무와 기념사진 찍기도 필수 코스다. ‘청도 이서면 대전리 은행나무’는 높이가 30.4m, 둘레는 8.8m에 이르는 대형이다. 수령을 400년으로 추정하지만, 전설에 의하면 1천300년이나 되었다고 한다. 오랜 세월동안 주민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마을의 수호신 같은 존재다. 문화적ㆍ생물학적 자료로서의 가치가 인정돼 천연기념물 제301호로 지정됐다. 은행나무와 사진찍기는 과거로의 시간여행이면서 역사와의 동행이다.

◆농사는 종합프로젝트

▲ 예병희 대표가 방금 수확한 청도반시의 선별작업을 하고 있다.
▲ 예병희 대표가 방금 수확한 청도반시의 선별작업을 하고 있다.

“농사는 사람이 아무리 애를 써도 하늘이 도와주지 않으면 되지 않고, 하늘만 믿고 내버려 두어서도 안 되는 것이 농사”라고 설명한다. 무조건 열심히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섭리에 따라 계절에 맞춰 씨를 뿌리고, 정성 드려 가꾸어야 수확할 수 있는 것이 농사라며 체험담을 들려준다.
2012년 5월8일 어버이날에 갑자기 우박이 쏟아졌다. 마을 사람들과 함께 경로당에서 어르신들을 대접하고 마무리를 할 무렵, 밤톨 같은 우박이 20여 분간 쏟아졌다. 마른하늘의 날벼락이었다. 이서면과 풍각ㆍ각북면 일대의 농작물이 초토화되었다. 예 대표의 농장도 예외가 아니었다. 복숭아와 감나무는 줄기만 앙상하게 남았다. 귀농 4년 만의 첫 시련이었다.
그해 복숭아는 하나도 건지지 못했다. 감도 수확량이 절반으로 줄었다. 그나마 남은 것도 대부분 상품성이 없는 것 뿐이었다. 농사는 하늘의 도움이 없으면 안 된다는 말을 실감했다. 의욕에 차서 일하던 농사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졌고, 일할 맛도 없어졌다. 몇 날 며칠을 허탈감에 빠져 있었다. 당장 내년 농사를 할 것인지, 중단할 것인지 고민했다.
“한 해 농사 망쳤다고 낙담하지 말고, 내년에 잘 지어 복구하면 된다”고 격려하는 아내의 말에 다시 힘을 냈다. 아내의 권유로 재해보험에 가입해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아내 김현숙 씨는 억척이다. 낮에는 인근 버섯농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예쁜감농원’에서 수확한 농산물의 선별과 포장, 택배 발송 등을 도맡아 한다. 주말이면 체험객들과 함께 농장과 마을 곳곳을 누비면서 체험활동도 진행한다. 예 대표도 “귀농 10년 만에 중견농부로 자리잡기까지 아내의 역할이 크다”고 말한다.

◆고객관리가 농사의 성패 관건

▲ 예쁜감농원의 체험장인 의흥 예씨 대종회관 잔디마당에서 포즈를 취한 예병희 대표.
▲ 예쁜감농원의 체험장인 의흥 예씨 대종회관 잔디마당에서 포즈를 취한 예병희 대표.

농사일은 기계화가 대부분이지만, 꼭 사람이 해내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고객관리’다. 아무리 잘 지어놓은 농산물이라도 판매를 못 하면 모든 것이 허사다. 판매는 농사 못지않게 중요하고 갈수록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고객관리는 바로 판매망 확보와 연결돼 있다.
현재 예 대표가 관리하는 고객은 대략 2천여 명이다. 예쁜감농원의 감과 복숭아를 구매하는 소비자와 체험객들이다. 예 대표는 이들 고객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소통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고객관리는 꽃집을 경영하면서 체득한 단골손님 관리 경험이 큰 자산이 됐다. 한 사람의 단골손님이 주변에 전파시키는 소문의 힘은 어마어마하다. 이들 고객을 통한 농산물 판매는 곧바로 농가소득과 직결된다. 공판장을 통한 판매도 이루어지지만, 가격 변동폭이 크다. 따라서 정기적으로 팜파티를 개최하고, 시골의 정취를 느끼고 추억을 만드는 체험마당을 펼쳐 도시인들을 초청하는 등 고객관리를 한다.

◆교육은 나를 키우는 힘

예병희 대표는 영농경력 10년을 넘어선 중견농부이지만, 신기술의 영농교육장은 어디든지 찾아간다. 청도군농업기술센터를 비롯해 경북농업기술원, 농민사관학교 등 단골교육기관도 다양하다. 강소농 교육은 물론이고 복숭아와 감 재배 기술교육, 감 고부가가치 클러스트반 등 주로 재배와 유통, 농산물가공에 대해 집중적으로 교육을 받고 있다.
최근엔 강소농 15명이 모여 자율 학습체를 만들어 ‘영농조합법인 농울림’으로 발전시켰다. 농울림은 39세에서 75세의 다양한 연령층의 농민들로 구성된 영농조합법인으로, 감과 복숭아 등 청도특산품의 생산과 가공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한다. 월 1회 교육과 연 2회 선진지 견학을 통해 기술과 정보를 교환하고 공동사업을 추진한다. 올해 말 농산물 가공공장이 준공되면, 본격적으로 가공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농촌

예 대표가 꿈꾸는 세상은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농촌이다. 요즘 농울림 회원을 중심으로 꾸러미사업을 준비 중이다. 회원들이 생산한 농산물로 꾸러미를 만들어 도시 소비자들에게 판매해 공동의 이익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일차적으로 농울림 회원이 중심이지만, 정착되면 인근의 모든 농가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 다른 꿈은 후계농을 육성하는 것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지원입대한 아들이 제대하면 전문농업인으로 키우는 일이다. 다행히 아들도 농사일을 하겠다는 결심을 하고 있어 영농대잇기에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예 대표는 아들이 제대하면 농과대학이나 농수산대학에 진학시킬 예정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조만간 대를 이은 청년창업농의 출현을 기대해도 될 것 같다.

▲농장명: 예쁜감농원
▲농장주: 예병희 (2015강소농)
▲구입문의: 010-3531-4978
▲블로그: https://blog.daum.net/dpqmsrka
▲소재지: 청도군 이서면 대전칠엽길129
▲이메일: ybh4978@hanmail.net
글ㆍ사진 홍상철 대구일보 객원편집위원
경북도농업기술원 강소농 민간전문위원
팜라이터, ilsok@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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