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욱의 교육이야기

‘비꼼’과 ‘속임수’는 비언어적 의미와 언어적 표현을 가지고 있다.
비꼼은 언어적 표현으로 나타나는 외형보다 비언어적 숨겨진 의미가 목적이다. 속임은 언어적으로 표현되는 의미로 상대방을 속이고자 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교육사업과 이 말은 무관치 않다. 이들 단어가 가지는 언어적 의미는 단순히 사업의 종류를 나타내는 의미와 교육을 우선시하는 교육철학을 가진 사업이라는 점에서 다르다.
비록 사교육이라는 한계가 있다지만 국가의 한 축을 담당한 사교육 담당자들은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받는다.
특히 유아와 초등학생을 담당하는 교육 분야는 가치관이 정립되지 못한 피교육자를 가르친다는 노고와 노력에 대해 학부모들과 사회로부터 격려와 존중을 받고 있다. 현대 사회의 핵가족화와 부모의 경제 활동 참여는 어린이집 및 유치원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다.
우스갯소리로 스승의 날이면 영ㆍ유아 교육기관 앞에 학부모가 진을 친다는 말이 있을 만큼 ‘한 자녀 가정’의 현실은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기댈 수밖에 없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교육자였고 산과 들이 교육 현장이었던 지난 시절과는 너무나도 다른 사회적 구조이기에 미취학 아동 교육은 국가와 학부모의 걱정과 관심의 중심에 있다.
최근에 불거진 사립유치원 사태는 교육사업이라는 언어적 모호성을 가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교육사업을 두고 교육과 사업의 이중적 시각으로 보고 있다.
개인의 설립과 재산을 기반으로 부를 창출하는 사업이란 점에서는 사립유치원은 사적 재산 영역이다. 창출된 수익으로 개인의 소비지출과 행복을 추구하는 행위를 한다 해도 비난할 수 없음이 사실이다. 공익이라는 프레임 속에서 사교육에 대한 전면적 금지의 근거 또한 있을 수 없기에 사립유치원 설립자들의 항변은 일견 타당해 보일 수도 있다. 이런 시각으로 한국유치원총연합회는 마치 사유재산에 대한 국가의 간섭과 권리의 충돌인 것처럼 말을 하고 있다.
하지만 영유아 교육기관인 사립유치원에 대해 정부예산이 매년 2조 원 이상 투입되고 있다. 단순 계산으로 유치원당 5억 원에 가까운 돈이 지원되고 있다는 점은 사유재산이라는 논리로 항변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 부분에 대한 회계 시스템의 미비와 자의적 소비는 사유재산의 처분이 아니라 공적 자금 유용임이 분명하다. 특히 일부 사립유치원의 지원금 사용처와 구매 물품은 혀를 내두르게 한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영유아 교육의 지원책으로 지원한 자금을 자신의 쌈짓돈으로 착각한 훌륭한 교육자(?)의 경제철학은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하물며 국가의 회계감사 예고와 비리 유치원 명단 공개에 대해 폐원과 신규 원아 모집을 전면 중단하겠다는 사고의 발상은 역설적으로 용감한 참교육의 선구자로 보인다.
폐원을 결정한 모 사립유치원 원장은 “5세 미만 친구들은 받지 않아요. 폐원을 결정한 시점에서 우리 친구들에게 불이익을 줄 수 없잖아요”라는 말은 숨이 막힐 지경이다.
‘비꼼’과 ‘속임수’의 언어적 표출과 의미의 모순처럼 자신을 참교육자로 알고 있는 이들의 착각을 보노라면 교육자는 없고 ‘훌륭하고 용감한 장사꾼(?)’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잘못된 관행을 인정하고 다시금 영유아의 미소를 닮은 참교육자로 돌아오길 기대해 본다.

김시욱

영어전문학원 에녹(Enoch)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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