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조승형 월드로 대표

▲ 조승형 월드로 대표가 재생섬유 생산라인(PSF)에 적용된 멀티 방사기와 논스톱 스크린체인져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조승형 월드로 대표가 재생섬유 생산라인(PSF)에 적용된 멀티 방사기와 논스톱 스크린체인져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월드로는 1991년 7월 설립돼 대구 북구에서 재생섬유기계를 제작하는 기업이다. 폐페트병, 필름 등 플라스틱류 원료를 재활용해 재생섬유(폴리에스테르)를 만드는 기계를 생산한다.
산업용 부산물로 만든 섬유로 실생활에서 흔히 쓰인다. 이불, 침대 매트릭스, 자동차 및 기차 내 실내내장재 등 다양한 곳에 사용되고 있다. 방음과 보온이 되기 때문에 내장재로 주로 쓰인다.
윌드로는 전체 매출의 약 40∼50%를 해외로 수출한다. 미국, 방글라데시, 우즈베키스탄 등 약 15개국을 대상으로 한다.
2012년 500만불 수출탑을 수상했고 관련 분야 특허등록 9건, 서비스표등록 1건, 특허출원 1건 등 기술력을 바탕으로 하는 기업이다.
조승형 월드로 대표는 “기술력이 없는 기업은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연구개발(R&D)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고객을 위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속성과 효율성을 지닌 제품 만들자
재생섬유가 생산되는 과정은 크게 △건조 △방사 △와이딩 △연신 △세팅 △커팅 △포장 순을 거쳐 완성된다. 원료를 건조시켜 수분을 제거한 후 압축해 실을 뽑는다. 이 실은 감아서 가늘게 늘이고 주름을 만든다. 이후 재건조하고 약품처리를 통한 코딩을 하면 제품이 완성된다. 재생섬유기계는 이러한 전 과정을 포함한 생산라인 형태를 의미한다.
월드로의 재생섬유 생산라인(PSF)에는 특별한 기술들이 적용돼 있다. 바로 멀티 방사기와 논스톱 스크린체인져다.
방사기는 실을 뽑아내는 기기로 섬유업계에서는 싱글 방사기가 흔히 쓰인다. 압출기 한 대에 방사노즐 1개가 달려 있고 월 생산량은 50∼60t 수준이다.
반면 월드로의 멀티 방사기는 압출기 한 대에 8개의 방사노즐이 있다. 방사노즐이 늘어나면서 싱글 방사기에 비해 생산성이 11% 향상됐고 기계의 부피도 줄어들어 공간 효율성도 최대 3분의 2까지 감소시킨다. 에너지 사용량도 75% 절감되고 월 550t의 생산이 가능하다.
조 대표는 “일반적으로 싱글 방사기를 사용할 경우 방사 공정에서 8대를 한 라인으로 보는데 자사제품의 멀티 방사기 하나와 성능을 견줄 수 있다. 섬유기계는 관리직원이 항상 있어야 하는데 싱글 방사기에 3명이 필요하다면 멀티 방사기에는 2명이면 충분하다”고 전했다.
재생섬유 생산라인의 또다른 특징은 논스톱 스크린체인져다. 생활 속에서 사용하던 원료를 재활용하기 때문에 재생섬유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불순물이 생긴다. 불순물을 제거하기 위해 방사기에 여과 장치가 장착돼 있는데 문제는 이를 교체하려면 기계를 멈춰야 한다.
논스톱 스크린체인져는 이러한 문제점을 한 번에 해결한다. 기계가 작동하는 도중에 여과 장치를 교환할 수 있다.
조 대표는 “논스톱 스크린체인져는 기계가 작동하고 있는 상태에서도 교체가 가능해 제품 생산에 있어 매우 효율적이다”며 “보통 여과 장치는 하루에 최소 10번에서 최대 20번까지 교체해줘야 하는데 그때마다 기계를 멈추고 교체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기계를 멈추게 되면 제품에 대한 불량률이 높아진다. 관리 측면에서의 번거로움과 제품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포기란 없다
조 대표는 전라북도 정읍시에서 태어나 중학교를 졸업한 후 서울과 광주 등을 돌며 10여 년 동안 객지 생활을 했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어릴 때부터 돈을 벌어야 했기 때문이다.
1979년 지인의 소개로 대구 섬유공장에 취업했고 그때부터 대구에 터를 잡고 생활하기 시작했다.
조 대표는 “기계를 만들고 싶었다. 독특하고 창조적인 활동으로 돈을 벌고 싶었지만 단순 노동에 불과한 당시 업무는 답답함으로 느껴졌다. 오랜 결심 끝에 기계 제작을 하는 업체로 취직했고 그곳에서 플라스틱 재활용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일자리는 옮겨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됐으나 경제적으로 궁핍하게 됐다.
그는 “이전 섬유회사에 비해 출퇴근길은 멀었고 월급도 절반밖에 되지 않았지만 기계를 만드는 일이 즐거웠다”며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가족들이 옆에서 믿어주고 많이 도와줬다. 늘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를 기반으로 1991년 7월 석산기계공업으로 이름을 달고 직접 사업을 시작했다.
조 대표는 “사업을 시작하고 초기에는 운영을 잘 했었으나 IMF가 터지면서 모든 것을 잃었다”며 “당시 중국기업에 수출대금을 받기 위해 현지로 갔지만 결국 받지 못했고 자살까지 생각할 만큼 힘든 시기를 보냈다”고 전했다.
하지만 조 대표는 포기하지 않았고 1999년 월드석산이라는 이름으로 재기했다. 2011년까지 연매출 70억 원을 기록하며 가파른 성장을 했고 2012년에는 세계로 뻗어나가자는 의미에서 월드로라는 상호로 재변경했다.
하지만 2013년부터 매출은 7억 원으로 급격히 떨어졌고 기업이 존폐위기에 다다를 만큼 어려워졌다. 조 대표는 기술개발만이 돌파구라고 생각했다.
그는 “국제 흐름 속에서 경기가 장기적으로 침체되다 보니 작은 중소기업은 힘없이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2014년까지 기업을 힘겹게 운영했다”며 “매출이 떨어지는 원인으로 기술력 부족이라는 결론을 냈고 그때부터 기술개발에 모든 전력을 쏟아 부었다”고 설명했다.
2013년 기술개발을 시작해 2016년 마침내 월드로만의 재생섬유 생산라인이 완성됐다. 이때 탄생한 기술이 멀티 방사기와 논스톱 스크린체인져다.
조 대표는 “3여 년 간 기술개발에만 매달렸고 미래를 위한 올인을 했다”며 “당시 멀티 방사기와 논스톱 스크린체인져라는 두 가지 기술이 함께 완성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연속적인 생산성과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한 기계를 만들어야만 시장에서 반응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고 끊임없이 연구에만 몰두했다”고 말했다.
월드로의 올해 상반기 매출만 60억 원으로, 수출은 500만 달러(약 55억 원)를 기록했다. 또 기계설비뿐만 아니라 지난 5월부터 의성군에서 월드로가 제작한 재생섬유 생산라인을 이용해 재생섬유를 생산하고 판매하는 ‘프린스’ 기업도 운영하고 있다.
조 대표는 “대구 섬유기업들은 30여 년 전 도입한 섬유기기들이 노후화돼 교체할 시기가 돌아왔다”며 “국내 교체 시기에 있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다면 300억 원 이상의 시장이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조 대표는 “도태되는 기업은 기술개발을 하지 않아 뒷걸음질 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장 내일 기업 문을 닫더라도 창조적이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겠다는 정신이 바탕이 돼야 한다. 늘 고객의 니즈를 고민하는 기업이 되겠다”고 덧붙였다.
김종윤 기자 kjyun@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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