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휴직 공무원에 가산점 부여대구시 인사정책, 일종의 특혜지만 인구 정책에 도움 된다면

640089, 559934, 496911, 495036, 476958, 471265, 435435, 438420, 406243, 357771.
통계청이 밝힌 2000년부터 2017년까지 우리나라의 출생아 수다. 중간 중간 생략하긴 했지만 해마다 줄어드는 추세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2002년 40만 명대로 떨어지더니 지난해엔 35만 명대로 추락했다. 올해는 32만 명대로 추산하는데 이런 추세라면 30만 명대가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 같다.
2017년 기준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1.052명, 2000년대 이래 1.3~1.1명대를 유지하고 있으나 2016년 이후 1.2명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17일 UN인구기금이 발표한 세계인구현황보고서는 우리나라의 출산율을 1.3명으로 기록했다.
출산율이 떨어지는데다 지방은 청년들의 유출로 인구가 줄어들고 있어 더욱 문제다. 2000년 3만2천477명이던 대구의 출생아 수는 지난해 1만5천946명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대구는 8천 명, 경북은 5천 명 인구가 줄어들었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수동적으로 지켜보고 있을 수만은 없는 문제다. 지방자치단체마다 인구 늘리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그래서다. 정말 지방 소멸단계에 들어섰다는 일부 자치단체들은 그야말로 인구 문제야말로 발등의 불이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셋째 아이를 낳으면 1천만 원의 출산장려금을 주는 곳도 있고 다섯째를 낳으면 1천만 원을 주는 곳도 있다. 모두가 다 대한민국의 아이인데, 결국 지역 간 인구이동에 불과하다는 싸늘한 반응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답답한 데서 나온 현실적 몸부림을 외면하기 어렵다.
대구시는 둘째아이를 낳으면 20만 원을, 셋째 이상은 50만 원을 출산축하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여기에다 둘째에게는 월 5만 원씩 24개월을, 셋째 이상은 월 20만 원을 18개월 지급하고 있다. 물론 다자녀 가정에는 고등학생 자녀에게 50만 원의 학자금을 지급하는 등 각종 지원정책을 펴고 있지만 주변에서 그 지원금 때문에 아이를 낳겠다는 부부는 아직 보지 못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과감한 출산지원책을 내놓았다가 역풍을 맞았다. 지난 9월 정기국회에서 “신생아 1인당 2천만 원의 출산장려금과 향후 20년간 월 33만 원의 지원수당을 주자”며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대신 ‘출산주도성장’론을 내놓은 것이다. 김 대표는 문재인 정권의 공무원 증원에 소요되는 예산을 미래 세대를 위한 예산으로 전용하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보편적 복지를 반대하는 자유한국당이 웬 출산장려금이냐며 “이거야말로 보이스피싱이다”는 반발이 돌아왔다.
아이 키울 환경이 된다면 왜 아이를 낳지 않겠나. 실효 없이 예산 퍼다 붓는 것보다는 출산장려금으로 현금을 지급하는 것은 그 돈이 지역에 쓰이고 육아에 보탬이 되는 데 굳이 반대할 이유를 모르겠다는 항변이다. 모든 분야에서 패러다임을 바꾸자고 이야기한다. 출산과 인구 문제야말로 과감할 필요가 있다.
특히 출산연령이 늦춰지고 있는데 주목해야 한다. 이미 30대의 출산율이 20대의 출산율을 초과했다. 그냥 초과한 것이 아니라 2배를 넘겼다. 대구시 자료에 따르면 2000년 20대 출산율이 189.5명으로 30대의 101.7명에 비해 2배였으나 2006년 역전된 뒤 2014년엔 30대의 출산율이 20대의 2배가 됐다.
세상이 바뀌고 있다. 결혼이 늦어지고 따라서 출산도 늦어지는 거다. 한 자녀는 이런 시대가 만든 필연이자 대세가 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 추세를 인정하고 거기에 맞는 정책들을 펴야 한다.
대구시가 전국 최초로 육아 휴직자는 남녀 모두에게 가산점을 주는 특단의 인사정책을 내놓은 것도 그 한 방책일 것이다. 육아 휴직자에게 성과상여금을 100% 지급하는 등 불이익이 없도록 하겠다는 인사상 배려는 일종의 특혜이기도 하다. 민간 기업에까지 확산되고 그래서 인구 정책에 도움이 된다면 대성공일 터다.
돈으로 아이를 살 순 없다. 그러나 돈이 아이를 키우는 데 도움을 줄 수는 있다. 아이 기르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면, 해 볼 수 있는 방법은 모두 해보자.

이경우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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