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쉬쯔룽씨
“한국말은 중국말과는 다르게 단어를 외우는 건 쉬운데 문장으로 풀어쓰는 게 어려워요.”
한국에 온 지 15년이 된 쉬쯔룽(40ㆍ여ㆍ중국)씨는 2년째 다문화 한글 백일장에 참가하고 있다. 한국에 전자 기술을 배우려 왔다가 10년 전 지금의 남편을 만났단다.
8살 된 아들이 있는데 한국어와 중국어 모두를 능숙히 구사한다고 한다고 한다.
똑똑한 아들 덕분에 한글 공부가 늘었다고 자랑했다.
이번 백일장에서 ‘고향’에 대한 주제로 글을 적었다.
쉬쯔룽씨는 “백일장 대회도 아들이 엄마의 한글 실력을 뽐내 보라며 추천했다“며 ”올해는 고향의 아름다움 전경을 알리고 싶어 글짓기 대회에 나섰다”고 말했다.
◆베트남 판터타어니씨
“지난해 한국에 처음 여행 왔다가 지금 남편과 첫눈에 반해 결혼에 골인했어요.”
한국생활이 넉 달째라는 새댁 판터타어니(21ㆍ여ㆍ베트남)씨는 이날 다문화 백일장 행사의 최연소 참가자다.
판터타어니씨의 언니가 한국 사람과 결혼한 후 대구에서 살고 있는데 지난해 대구로 여행 왔다가 언니의 회사 동료와 첫눈에 반한 것.
그는 “베트남 날씨는 더워서 처음 맞이하는 가을, 겨울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는 농담을 할 정도로 여유를 보였다.
고향을 주제로 글과 그림을 그리며 최근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을 이끈 박항서 감독의 칭찬(?)도 잊지 않았다.
“박항서 감독 덕분에 베트남 축구가 한 단계 더 발전한 것 같다”며 “고향에 전화를 하면 온통 박 감독 칭찬 일색이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필리핀 헤이즐리씨
“한글에 능숙하진 않지만 화가의 경력을 살려 백일장의 모든 주제를 표현할 거예요.”
헤이즐리(39ㆍ여ㆍ필리핀)씨는 이번 백일장을 위해 개인 물감과 도구 등을 준비했다.
헤이즐리씨의 이력은 특이했다. 현재 대구에서 영어 강사를 하고 있지만 고향에서는 은행원에다 화가였단다.
남편과는 2001년에 만나 결혼해 필리핀과 대구를 오가며 지내고 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의 사업 관계로 대구에서 지냈다고 한다. 그래서 한국이 특히 대구가 전혀 낯설지가 않단다.
“한국은 가을이 너무 좋다. 백일장 대회도 글 대신 그림으로 단풍나무의 잎사귀와 모양을 알록달록하게 그려보려 한다”고 설명했다.
헤이즐리씨의 바램은 무엇보다도 가족의 건강.
그는 “아직 아이가 없어 남편과 함께 한국과 필리핀을 오가며 서로 몰랐던 문화를 배우고 있다. 아직도 배울 점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leedh@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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