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직접 만든 한글 캘라그라피 엽서를 빨리 고향에 계신 부모님께 부치고 싶어요.”
11일 오전 10시30분 조용했던 대구 달서구 병암서원이 백일장에 참여한 외국인과 다문화 가족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이날 행사는 제572돌 한글날을 기념하는 축제의 장인 만큼 병암서원 입구에는 한글을 이용한 ‘캘라그라피 엽서 만들기’ 체험장이 마련돼 참가자들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캘라그라피 체험을 한 원티다오(30ㆍ여ㆍ베트남)씨는 “가족을 생각하며 엽서를 만들어 봤다. 지난해는 티셔츠 만들기를 했는데 올해는 한글 엽서로 가족에게 사랑을 전하게 돼 기분이 좋다”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본격적인 행사에 앞서 축하공연도 진행됐다.
김천시립국악단 박효주(28ㆍ여)씨의 ‘선반 설장구’와 구미시립무용단 이선민(29ㆍ여)씨의 ‘서한우 버꾸춤’은 관람객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흥겨운 장구 소리에 몇몇 유치원생들은 장단에 맞춰 덩실덩실 춤을 추기도 했다.
본격적인 백일장이 열리자 은초롱유치원과 선화유치원 등 원생들은 토끼 눈을 하고 각 나라의 문화체험을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베트남 전통 모자 ‘논라’ 만들기, 중국의 전통춤인 팔각ㆍ부채 돌리기, 인도의 전통팔찌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아이들은 일본의 전통 장난감 ‘켄다마(본체와 공이 줄로 이어져 있는 장난감을 요요처럼 당겨서 양옆 받침대 혹은 위쪽 뾰족한 곳에 끼워넣는 놀이)’를 가지고 놀거나 직접 만든 베트남 전통 모자 ‘논라’를 쓰고 병암서원 이곳저곳을 누비고 다녔다.
이와 대조적으로 병암서원 중앙마당에는 학구열에 불타는 백일장 참가자들의 열기로 가득 찼다.
한국에 온 지 6년이 된 엠아(25ㆍ여ㆍ인도네시아)씨는 고향을 주제로 하얀 원고지에 까만 글씨를 빼곡히 채워가고 있었다.
그는 “지난해 7월 아들 지원(8)이와 고향인 인도네시아 만둥에 다녀왔다”며 “고향을 주제로 글을 쓰다 보니 부모님 생각에 다시 눈물이 날 것 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옆에 있던 응원옌투엔(24ㆍ여ㆍ베트남)씨는 “내 고향인 베트남 다낭까지 비행기 타고 4시간 걸린다. 이번 추석에 남편 고향인 서울까지 가는 데 6시간이 걸린 걸 보니 남편이 다문화 이주 남성인 것 같았다”고 농담해 병암서원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김현수 기자 khsoo@idaegu.com
이동현 기자 leedh@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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