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섭연변과학기술대 겸직교수전 경북도립대교수

더불어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지난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2017년 4월30일)에 “보수세력을 궤멸시키고 박원순, 안희정, 이재명 같은 사람들이 쭉 장기 집권해야 한다”며 ‘20년 집권론’을 제기하였다. 그는 지난 8월25일, 당 대표가 된 후 일성으로 “20년을 집권하는 당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곧 장기집권 프로젝트도 가동할 거라고 한다. 평소 당내 기획통이고 면도칼로 불리며 허튼소리 하지 않던 이해찬이었기에 가볍게 들리지가 않는다. 결국은 20년 집권의 목표가 ‘보수궤멸’로 보인다.
20년으론 양(量)이 안 차는지 지난달 17일, 창당 기념식에선 한발 더 나아가 아예 ‘50년 집권론’을 꺼내 들었다. “민주당이 앞으로 대통령 열 분은 더 당선시켜야 한다”며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유일한 기둥이 민주당”이라는 게 그 논거다.
이에 대해 야당은 ‘민생에나 치중하라’ ‘오만불손한 발언’이라 비판하였고, 그를 잘 아는 여당에선 ‘드디어 올 것이 왔다’며 꽤 놀란 눈치다. 민주당이 신당 창당 때마다 내걸었던 ‘백년 정당’하곤 사뭇 느낌이 다르다. 민주당 당명 앞에 붙은 ‘더불어’처럼 지향적 함축(指向的 含蓄)이 있어 보인다. 아마도 문재인 정부 임기 동안에 추구할 핵심 강령이자 지상 목표를 이 대표가 대신 선언하는 듯 읽힌다.
아무리 정당이 정권을 획득하기 위한 집단이라지만 50년 장기집권은 나가도 너무 나간 것 같다. 대통령과 당의 지지율만 믿고 너무 자만한 건 아닌지 의아해하는 반응들이다. “역시 이해찬이다” “국민을 개, 돼지로 안다”는 댓글도 있고, 과거 참여정부에서 한솥밥을 먹은 유인태 국회사무총장마저도 “그런 헛소리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 그건 국민이 선택하는 거고, 쓸데없는 이야기”(월간조선)라고 지적하는 등 다양하다. 북한(70년), 쿠바(59년), 가봉(51년)처럼 장기 집권하는 독재국가가 아니고선 상상도 못할 난센스며 국제사회의 웃음거리다.
참 이상한 일은, 얼마 전 중앙정치에 오래 몸담았던 지인을 만났는데 주석에서 그는 “현 정부는 적폐청산으로 보수의 씨를 말려 재집권하고, 역사교과서를 바꾸고 남북 정상 간 대화만 이어지면 롱런도 가능하다”며 향후 연령별 유권자 분석까지 덧붙인 평론을 했다. 설마했는데, 근래 좌편향 한국사 부교재 배포 논란이 불거지면서 아차 싶다. 장기집권 플랜과 좌편향 한국사. 오비이락(烏飛梨落)은 아닌 듯 보이고 치밀하게 기획된 이념화의 장기적 포석처럼 비친다.
친전교조 성향의 교육감들이 만들어 배포한 한국사 부교재는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한국사 교과서 집필 기준과 내용이 거의 같다. 여기엔 ‘자유민주주의’라는 표현 외에도 대한민국이 유엔으로부터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로 승인받은 사실이나, 6ㆍ25전쟁에 미국 등 우방국의 희생, 천안함 폭침 등 북한의 군사도발과 인권문제는 빠졌다. 더욱이 중학교 교재엔 ‘남침’이란 표현도 빼버렸다.
그 대신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대해서는 상당한 분량에 부정적 내용만을 일방적으로 서술한 반면에 김대중·노무현 정부와 촛불집회는 극찬 일색이다. 교재와 부교재가 180도나 달라 수험생들 혼란이 걱정이다. 정치선전물 같은 편향된 교재로 학생들이 공부해선 균형 잡힌 역사의식을 갖기가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고 보면 분명 이건 아닌 듯싶다.
모름지기 교과서는 모든 교육의 중심이고 길잡이다. 이처럼 객관적이고 중립적이어야 할 교재가 형평을 잃는다면 우리 역사를 왜곡하는 다른 나라에 대해 말 한마디 할 수가 없게 된다. 교육의 다양성도 좋으나 정권의 입맛에 따라 기준과 팩트가 달라지고 교육감의 이념에 따라 춤을 춘다면 교육의 백년대계는 허울뿐이다.
아무리 평화무드에 취하고 눈치가 보여도 정치가 역사까지 지배해 버린다면 만고에 대죄가 된다. 이해찬은 평양에서도 집권 타령이다. 남북 교류가 이유란다. 정말 무치(無恥)하다. 장기집권 여부는 국민이 정한다. 어쨌든 아이들을 정치 세뇌시키는 역사교육만은 결단코 막아야 한다. 자유한국당의 존립 유무가 여기에 달렸다. 이는 지상과제다. 그래야 나라가 산다.

이상섭

연변과학기술대 겸직교수

전 경북도립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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