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박스·페트병 등 활용직접 배 만들고 운항까지 자원재활용의 가치 배워

▲ 경북청소년에코보트대회에 참가한 학생들이 재활용품을 이용, 배를 설계해 제작하고 있다. 재활용품은 생수통, 페트병, 우유팩, 종이박스 등과 같은 폐품으로 구성됐다.
▲ 경북청소년에코보트대회에 참가한 학생들이 재활용품을 이용, 배를 설계해 제작하고 있다. 재활용품은 생수통, 페트병, 우유팩, 종이박스 등과 같은 폐품으로 구성됐다.

지난 15일. 제4회 경북청소년에코보트대회가 열리고 있는 포항운하에서는 여린 손으로 폐목을 직접 자르는 여학생, 페트병으로 배를 설계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진지하기만 하다.
경북지역 초등 9팀, 중등 4팀, 고등 11명이 참가한 이번 대회는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재활용품을 이용해 배를 설계하고 만들어 1차 심사를 받았다.
오후에는 만든 배를 포항운하에 띄워 타고 노를 저어 운항하는 과정을 심사했다.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5시간 가까이 만든 배가 가라앉아 안타까움을 주기도 하고 어떤 배는 상상이상으로 중심을 잘 잡아 저어 갈 때는 박수와 함성이 떠졌다.
비록 배가 뒤집히고 가라앉아 물에 빠졌지만, 학생들의 얼굴에는 즐거움으로 가득차다. 무의미하게 보낼 주말과 여가시간을 친구들과 함께 학교에서 연습하고 설계하면서 배의 원리도 배우고 함께 출전해 배를 만들며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소통의 시간도 가지는 등 학창시절의 좋은 우정을 쌓는 기회가 되었다.
올해로 4년째를 맞은 에코보트대회는 생활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생수통, 페트병, 우유팩, 종이박스와 같은 폐품을 활용해 배를 만든다.
학생들의 환경의 소중함과 자원 재활용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이번 대회는 교사나 학부모가 도우면 감점을 받는 등 학생들의 손으로 제작되어야 하는 심사기준으로 바라보는 선생님과 학부모들은 마음을 졸였다.
하지만 학생들이 만든 작품들은 상상이상이었다. 영덕고등학교는 지역 특산물인 대게 모티브로 배를 제작해 지역 홍보에 도움을 줬고 첨성대 모형으로 출전한 경주고, 남북통일이 되었을 때를 생각한 포철지곡초 등 모든 배들은 나름의 특성을 살렸다.
황태현 포항초 학생(6학년)은 “주변에 넘쳐나는 쓰레기를 활용해 배를 만들어 타고 싶었다”며 “이번에 출전한 배는 대회 금상인 황금고래상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고래 모양으로 만든 후 황금색으로 칠했다”고 말했다.
대회에서 학생들은 약 4시간에 걸쳐 만든 배를 친구와 함께 탑승해 노를 저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비록 뜨지 못하고 빠지는 배도 있었지만, 학생들에게는 환경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귀중한 시간이 되었다.
심사는 폐품의 활용도, 독창성, 디자인, 탑승 시연 등을 기준으로 이뤄다.
금상은 초등부부문에서 포철지곡초 ‘가자 러시아로’ 에게 돌아갔고 중등부는 신흥여중 ‘진짜 상 여자’, 고등부 이동고 ‘에코 팡팡’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태평양의 쓰레기 섬, 플라스틱 먹은 물고기 등 각종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구촌의 뉴스가 전해지는 이때 무분별하게 버려지는 자원재활용의 의미도 되살리고 상상력과 창의력도 키우는 계기가 된 에코보트대회는 미래의 세대인 학생들에게 재활용품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하는 기회가 되고 있다.
임종식 경북도교육감은 “이번 대회를 통해 재활용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할 수 있고 환경을 생각할 수 있다”며 “창의력과 협동심을 기를 수 있는 대회였다. 앞으로 경북 단위를 넘어 전국 단위 대회로 발전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에코보트대회가 또 다른 쓰레기를 생산한다고 한다. 하지만 어떤 일을 하든 부산물로 폐품은 나오기 마련이다. 이 날 학생들이 보여준 모습은 아주 모범적이었다.
제작을 마친 뒤 뒷정리를 깨끗이 하는 모습과 톱질하는 여학생은 이번 대회에서 상을 받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자신들의 생각을 작품으로 만들어 자원재활용의 소중함을 알리고 친구들과 추억을 만드는 그 자체에 참가 의의를 둔 뜻 깊은 대회라고 할 수 있다.
발끝에서 뒹굴던 폐품들이 멋진 작품으로 탄생한 모습에서 학생들의 무한한 가능성과 자원의 소중함이 묻어난다.

고규원
경북교육청학생기자단
경주고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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