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안에 있는 신라 석조여래좌상 일명‘청와대 불상’은 일제강점기인 1913년 경북 경주에서 옮겨간 불상으로 전해진다. 현재 대통령 관저 뒤편 침류각 샘터에 있지만 일반인 출입제한구역이어서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 불상은 경주 남산 모 절터에 있던 것을 당시 경주금융조합 이사인 오히라(小平)가 자신의 집 마당에 가져다 놓았다. 당시 경주를 순시하던 초대총독 데라우치가 오히라의 집에 들렀다가 보고는 몹시 탐냈다. 이를 본 오히라는 총독의 환심을 사기 위해 서울 남산 조선총독 관저로 옮겨 주었다.
이후 1927년 현 청와대 자리에 새로운 총독 관저가 지어지자 다시 옮겨져 현 위치에 자리하게 됐다. 이 불상은 ‘경주 방형 대좌 석조여래좌상’이라는 이름으로 보물 1977호로 지정돼 있다. 9세기 제작으로 추정되며 높이 108㎝, 어깨 너비 54.5㎝, 무릎 너비 86㎝ 크기다. 풍만한 안면과 살짝 치켜 올라간 눈이 특징이다.
경주 석굴암 본존불 양식으로 통일신라시대 유행한 팔각형 대좌 대신 사각형 대좌를 독창적으로 사용한 점이 특징이다. 중대석과 하대석은 사라졌지만 나머지 보존 상태는 양호하다. 불상 제자리 찾기 움직임은 문재인 정부가 권위주의 시절 청와대에서 벗어나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고 각오를 밝히면서 시작됐다.
지난해 8월 광복절을 계기로 경주시민들은 청와대와 국회 등지에 진정서를 내면서 움직임은 본격적으로 불붙었다. 이미 오래전부터 청와대 불상을 되돌려받아야 한다는 얘기가 보다 구체화한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신라문화원ㆍ경주발전협의회 등 문화ㆍ시민단체들이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문화재청 측은 원래 자리로 추정되는 경주 남산과 도지동 절터 중 한 곳을 특정할 만큼 유의미한 차이가 확인되지 않았다면서 뚜렷한 결론을 못 내리고 있다. 청와대도 종교계와 전문가 등의 다양한 의견 수렴 등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며 시간을 두고 결정하겠다는 입장만 밝히고 되돌려 주겠다는 명확한 의사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마침내 경주시의회가 제236회 1차 정례회에서 청와대 내 ‘경주 방형 대좌 석조여래좌상 반환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경주를 떠난 지 105년 된 불상이 제자리로 돌아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조속한 반환을 촉구한 것이다.
시의회 차원의 결의안 채택은 시의적절하다. 청와대 불상이 경주 남산 제자리로 되돌아오는데 실질적인 역할을 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경주시민들의 뜻을 귀담아듣고 권위주의 시대와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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