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나는 새가 나를 비웃네/ 날개도 없는 주제에 내 꿈의 높이가 하늘에 있는 줄 알고/ 그 꿈 키우다가 땅에 떨어져 이런 신세 철창신세 면치 못한 줄 알고/ 그러나 웃지 마라 새야/ (중략)/ 나에게도 날개가 있단다 꿈의 날개가/ (중략)/ 햇님의 은총을 받아 기름진 대지에/ 달무리의 원을 그리며 씨를 뿌리고/ 만인의 입술에 가을의 결실을 가져다주는/ 노동의 날개가 있단다/ (중략)/ 가장 높아야 내 꿈의 날개는/ 하늘 아래 첫동네 백두산에 있단다/ 그 산기슭에서 강가에서 숲 속에서/ 재롱을 피우며 자작나무 가지를 오르락내리락하는 다람쥐의 꼬리에 있단다/ 팔팔하게 뛰노는 붕어의 지느러미에 있단다/ (중략)/ 기차로 한나절쯤 달리면 닿을 수 있는 청천강 푸른 물결 위에 있단다/ 그 물결 위에 아롱진 이름이여 아침의 나라여/ “조국은 하나다”에 있단다/ “조국은 하나다”에 있단다
- 시집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미래사, 1991)
..............................................................................................................
평생 통일과 민주화를 위해 살다간 김남주 시인의 꿈은 당연히 조국이 하나 되는 일이다. 그 꿈은 물론 그만의 꿈이 아니다. 우리 모두 조국의 하나 됨을 위해 애쓰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소홀했던 시기도 없지 않았다. 누구보다 먼저 반외세 민족통일의 기치를 들었던 그 정신을 이어가기보다는 오히려 자주통일을 외친 그에게 올가미를 씌워 철장에 가두고, 쉰도 되기 전에 그를 세상에서 떠나게 했다.
그의 시 ‘조국은 하나다’에서는 피 토하듯 절규한다. “조국은 하나다 이것이 나의 슬로건이다 꿈속에서가 아니라 이제는 생시에 남 모르게가 아니라 이제는 공공연하게 조국은 하나다” “아메리카 카우보이와 자본가의 국경인 삼팔선 위에도 쓰리라 조국은 하나다”라고 “자유를 사랑하고 민족의 해방을 꿈꾸는 식민지 모든 인민이 우러러볼 수 있도록 겨레의 슬로건 조국은 하나다를!”
김남주는 이렇듯 미국이 분단의 원인이고 통일의 걸림돌이라고 외쳤다. 그리고 미 제국주의에 종속되어 있는 한 민족의 통일도 이룰 수 없다고 호소했다. 세월이 한참 흐른 지금까지 미국은 여전히 우리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치며 한반도의 운명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휴전 70년이 되어가는 지금껏 종전 선언조차 못 하고 있다.
북한을 주적으로 유지하며 이를 핑계로 막강해져 가는 중국을 견제하고 봉쇄하기 위한 미국의 아시아 정책 때문이다. 더욱 슬픈 일은 이에 편승하여 평화통일의 길에 재를 뿌리고 어깃장을 놓는 일부 세력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오랜 적대 관계를 단숨에 청산하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겠다. 거스를 수 없는 대세 앞에 쩨쩨하게 구는 일은 누구에게도 도움되지 않는다. 평화통일과 한반도의 번영에 방해만 될 뿐, 그들의 미래조차 암울해질 수밖에 없다.
이제 무엇으로도 발목이 잡혀서는 안 된다. 어제 능라경기장에서 행한 문 대통령의 역사적인 연설, 백두산 천지에서 서로 손을 잡아 치켜올린 양 정상의 모습, 김정숙 여사가 천지의 물을 담을 때 이설주 여사가 옷이 물에 젖을까 봐 살짝 옷깃을 잡아주던 모습 등 감동적인 순간들 앞에서 찔끔찔끔 눈물이 나오는 것을 주체하지 못했다. 혼자라서 몰래 울기도 좋았다. ‘나의 꿈 나의 날개’도 퍼덕였다. “조국은 하나”였다.
저작권자 © 대구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