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원교육문화체육부장

올해 대입 수험생들의 마지막 모의평가 시험이 지난 5일 전국에서 일제히 치러졌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이번 9월 모의평가는 수학 가, 나형의 경우 6월 모의평가에 비해 다소 쉽고, 지난해 수능보다는 어려운 수준에서 출제됐다는 분석이다.
모의평가에 수험생들이 민감한 까닭은 모의평가를 수능의 ‘가늠자’라고 보기 때문이다. 수능시험은 6월 모의평가와 9월 모의평가 채점 결과를 바탕으로 난이도를 조정해 출제한다. 이런 이유로 수험생은 비록 모의평가라도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교육 당국은 해마다 수능 난이도에 대한 고민을 되풀이하고 있다. 하지만 수능시험이 끝나고 나면 난이도에 대한 논란은 재연되고 있다. 난이도 논란은 한 두 문제 실수로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한 많은 수험생과 입학 후 현재 다니는 학교에 만족하지 못해 반수 대열에 합류하는 결과에서도 나타난다. 이들 수험생은 수능 난이도에 의해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했다는 생각에서다. 이제는 수험생들이 느끼는 난이도 조절 실패에 따른 수능 불복과 함께, 대학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각 자체를 재검토해 볼 시점이다.
교육의 기회균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국가의 장래는 교육의 수월성(秀越性)에 달려 있다는 인식도 필요하다. 자율적 책임으로 수월성을 추구할 때 국가 경쟁력의 바탕이 되는 훌륭한 인재를 길러낼 수 있어서다.
이와 함께 우리 사회는 오랜 시간 학력 우월주의에 빠져 있다. 이러한 현상은 대학을 나오지 않은 젊은이는 사회적 낙오자로 간주하고, 취직이나 사회진출 등 여러 면에서 불이익을 받는다는 생각이 팽배해 이른바 묻지마식 대학 진학을 부추겼다. 이런 이유로 넘치는 대졸자는 청년실업을 일으켜 사회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동시에 국가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또 명문대 지상주의는 사회 여러 분야에서 공정한 경쟁을 가로막고 있다. 결과적으로 교육이 사회적 유동성을 억압하고, 사회적 카스트화를 촉진하고 있다는 이야기마저 나온다. 명문대 졸업자들이 좋은 직장과 배우자 선택의 가능성 폭이 넓다는 인식에서다.
대학의 서열화가 사회적 통합을 저해하고 사회구성원의 분열과 갈등을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때, 창의적인 인재 육성과 사회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교육의 수월성과 평등론은 양날의 칼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수월성과 평등론 모두를 받아들이기는 하지만 실질적 결과에 대해서는 크게 따져보지 않는다.
교육에서의 평등론은 대중의 지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우위에 있다는 사람들은 물밑에서 은밀하게 소수에게만 가능한 수월성 교육을 추구한다. 자본과 정보를 가진 사람들이 소수 엘리트 교육을 독점하고, 결국에는 거의 모든 점에서 유리한 고지를 독점하게 된다.
본고사와 학력고사, 수능시험을 거쳐 오면서 시험 문제의 난이도에 대한 반응은 사람마다 다르다. 난이도가 높으면 어떤 특정 과목에 부담을 가지는 학생은 아무리 학원에 다니고 과외를 받아도 크게 진전이 없다. 그러나 문제가 쉬우면 평범한 학생도 선행학습과 반복학습을 되풀이하면서 적절하게 관리만 받으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을수록 높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다.
해마다 수능에서 고득점을 받은 학생들의 부모 상당수가 전문직 종사자라는 사실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이런 현상은 가난한 수재가 계층 이동할 수 있는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수능시험은 절대평가가 아니고 상대평가이다. 상대평가에서는 수험생의 실력을 제대로 변별해낼 수 있는 정도의 난이도가 유지되어야 특정 집단이 이익을 보거나 손해를 보지 않는다. 성실하게 노력하며 실력을 쌓은 학생이 실력 발휘보다는 실수를 두려워하고, 최선을 다하지 않은 학생이 요행을 바라는 문제가 출제된다면, 학교 수업이 더욱 파행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커지고, 상위권 대학의 본고사 도입 요구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이다. 수능시험의 적정 난이도 유지에 대한 토론과 사회적 공론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창원

교육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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