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현지성교육문화센터이사장
“선생님, 딸아이가 쓴 자기소개서를 들고 첨삭 컨설팅을 잘해준다고 소문난 입시컨설턴트에게 갔습니다. 전문가라는 분이 한 번 죽 읽어보더니, ‘돼도 안 했네요. 이대로는 제출하기 어렵겠습니다’라고 말하며 소개서를 던지듯이 저에게 돌려줬습니다. 너무 황당하여 사무실을 나오려 하자, ‘생각해 보시고 도움이 필요하시면 다시 오세요’라고 말했습니다. 저녁에 자율학습을 마치고 돌아온 딸아이에게 전문가라는 사람이 한 말을 그대로 전했습니다. 딸아이는 불같이 화를 내며 ‘엄마 나는 돼도 안 한 그 자소서 쓴다고 여름 다 보냈어. 내 능력의 한계니 수시 포기할래.’ 방에 들어가며 다시는 자소서 이야기를 하지 말라며 고함을 지르며 울부짖었습니다. 선생님, 정말 아이가 쓴 자소서가 그렇게 형편없는지 한 번 읽어봐 주십시오. 직장 생활한다고 아이에게 신경 못 쓴 제 잘못이 큽니다. 지금까지 버틴 직장을 그만둘 수도 없고, 그냥 죄인의 심정으로 답답하기만 합니다.” 엄마가 내민 자기소개서를 읽어보았다. 문장이 다소 투박했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진실하게 적고 있었다. 나는 놀라서 “어머니, 이 글 고치지 말고 그대로 제출하십시오. 자기소개서는 남이 손댈수록 나빠질 가능성이 큽니다”라고 말했다. 이 학생은 수시에 최초 합격했다. 입시컨설팅을 하는 사람 중 일부는 학부모와 학생에게 일단 부정적인 말로 기를 죽이고 시작한다. 그래야 더욱 매달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있었던 실제 이야기다. 이런 고통이 일상적으로 일어난다면 누가 아이를 낳아 기르고 싶겠는가.
“선생님, 저는 중학교 교사인데 대입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아이가 내신이 썩 좋지도 않고 그렇다고 완전히 나쁘지도 않아 학생부 종합전형에 지원하려고 합니다. 입시업체에 돈을 내고 찾게 된 지원 가능 대학을 가지고 학교에 갔더니 담임 선생님께서 학생부 교과와 비교과 모두를 고려할 때 입시업체에서 뽑아준 곳이 하나도 맞지 않다고 했습니다. 선생님 생각은 어떤지 좀 봐 주십시오.” 나는 “학생부 종합전형은 반드시 학교 담임 선생님이나 진학 담당 선생님과 상담해야 합니다. 대학들은 각 고교에 대해 나름의 누적된 자료를 가지고 고교마다 다소 다른 점수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학생과 비슷한 성적의 선배가 지난해 그 학교에 합격했는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컨설팅 업체의 말을 믿어서는 안 됩니다”라고 말했다. 그 엄마는 “아니, 그럼 고교 등급제를 적용한단 말입니까, 대학에 전화해 보면 절대 그런 일이 없다고 합니다. 학교 차별을 하면 한다고 분명히 말해주고, 안 되는 줄 뻔히 알고 지원하는 일은 없도록 막아주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자사고나 특목고, 좋은 학군에 못 보낸 게 정말 후회됩니다. 우리는 어느 장단에 맞추어 춤춰야 합니까?” 대학입시가 예측 가능하지 않으면 온갖 억측이 난무한다. 불확실성은 요령과 편법, 탈법과 불법을 조장하게 된다. 교육 당국은 학부모들의 고통을 헤아리고, 그들이 겪고 있는 고통에 진지하게 귀를 기울여야 한다. 아이를 키우는 과정이 행복하지 않고 항상 불안하다면 누가 아이를 낳아 기르고 싶겠는가?
윤일현
지성교육문화센터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