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에서 발암물질 라돈이 검출되었다고 매스컴에 보도되었다. 우리 집에서 사용하고 있는 침대가 라돈이 검출된 D회사 제품이다. 아내는 걱정이 되어 집안을 ‘왔다 갔다’ 분주하다. 컴퓨터를 두어 시간쯤 붙잡고 있더니 우리 것은 안전한 제품인 것 같다고 했다. ‘휴!’ 안심이 되었다. 나만 괜찮으면 된다는 심보가 발동했다.
그리고 두 달 후 할머니 제사를 지내러 아들이 집에 왔다. 침대 제품 설명서와 컴퓨터 정보를 찬찬히 살폈다. 라돈 침대란다. 그동안 잘못 알고 있었다. 아들은 컴퓨터에 한 시간여를 매달려 후속 조치를 취했다. 컴퓨터로 D회사에 신고를 하고, D회사의 라돈 관련 관계자의 전화번호를 알아내어 메일을 보냈다. 아들은 내일 D회사의 근무시간이 되면 전화연락이 올 것이란다. 그러나 다음날이 되어도 아무 소식이 없다. 전화기의 벨은 온종일 울리지 않았다. 우리가 역으로 D회사에 전화를 했다. 몇 번이나 통화를 시도했지만 받지 않았다. 다시 메일을 보냈다. 이틀 동안 전화나 메일은 깜깜무소식이다.
3일째가 되었다. 역시 상황은 변화가 없다. 컴퓨터로 D회사 대리점을 검색하였다. 몇 군데에 전화를 했다. 한 곳이 받았다. “본사에서 구체적인 수거 계획이 없는데 다음에 연락을 주겠다.” 기약 없는 약속 같았다. 한국소비자원의 문을 두드렸다. 어렵사리 상담원과 통화가 되었다. 상담원은 관련 전화번호를 가르쳐주었다. 이미 우리가 전화를 시도한 D회사 번호이다. “그 번호는 전화해도 받지 않는 번호”라고 하니, 회사에서 소식이 없으면 자기들도 별다른 방법이 없단다. 이제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찾았다. 그곳도 역시 별다른 방법이 없는 모양이다. 침대를 보관할 물품을 보내 줄 터이니 우선 보관하고 있으란다. 일말의 기대를 걸었는데, 침대를 방에 오래 두기가 꺼림칙했다. 억지 힘을 써서 침대를 현관문 밖 복도에 내어놓았다.
며칠 후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보내 준다던 물건이 왔다. 포장용 비닐이다. 침대를 비닐로 싸서 보관하라는 뜻인 것 같다. 어처구니가 없다. 침대를 복도에 마냥 둘 수도 없어 리콜을 포기하고 아파트 쓰레기 분리수거장에 버리기로 했다. 시청 민원실에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시청 민원실 직원은 자기 소관이 아니란다. 그러다 한 직원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방사능 관계는 시청에서 취급하지 않으니 동사무소에 알아보세요.” 동사무소에 전화했다. “그 일이 우리 담당이라고 누가 그래요?” 동사무소 직원 역시 자신들의 소관이 아니란다. 성질이 나지만 참고, 그간의 과정을 자세히 설명하였다. 그제야 동사무소 직원은 자기들끼리 의논하더니 다른 여직원을 바꾸어 주었다. 여직원에게 다시 그간의 과정을 설명하였다. 레코드가 되었다. 여직원은 침대에 8천 원 짜리 딱지를 붙여서 아파트 쓰레기 분리수거장에 내다 놓으란다.
아파트 경비원의 협조로 침대를 옮겼다. 지나가던 청소부 아주머니가 자기 일처럼 적극 도와주었다. 고마운 일이다. 겨우 침대를 옮겨놓고 나니 동사무소 여직원에게서 전화가 왔다. “큰일 났어요. 폐기물 수거업자가 라돈 침대는 안 받는대요.” “이제 방금 아파트 쓰레기 분리수거장에 힘들여 옮겨 놓았는데 어떻게 하지요?” 대답이 없다. 자기가 말한 책임이 있으니 그런 모양이다. 다시 침대를 현관문 밖 복도로 옮기자니 엄두가 나지 않았고, 옮겨 놓아도 옆집이 좋아할 리 없다. 이제 어쩔 수 없다. 그대로 둘 수밖에, 동사무소 여직원에게 그대로 두겠다고 일방적으로 통고했다. 여직원은 아무 말 없이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2박3일 서울에 다녀왔다. 그사이 침대가 없어졌다. 누가 어떻게 했는지 모른다. 사정을 물어보려고 하다 긁어 부스럼 날까 봐 모른척했다. 라돈 침대 사건은 그렇게 끝이 났다. 뒤 끝이 찜찜했다.
원래 라돈 침대 사건은 정부에서 품질검사를 하다가 라돈이 나온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우연히 알아낸 것이다. 한 가정주부가 보급형 라돈측정기 ‘라돈 아이’를 한 번 썼다가 수치가 너무 높게 나와 놀라서 신고한 것이다. 이 주부가 아니었으면 계속 발견되지 않은 채 지금까지 판매될 뻔했다. 처리 과정도 무엇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다. 해당 침대 회사에서, 제품을 수거 및 리콜 조치하겠다고 하였으나 신고를 받고도 연락 한 번 없었고, 전화도 불통이었다. 정부에서도 관련 제품을 수거 조치한다고 하였으나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보내온 내용은 침대를 포장할 비닐조각뿐이었다. 그리고 연락도 없었다. 일선 행정기관 역시 서로 소관 다툼만 하였다.
국민의 시민의식이 깨어 있는 한 이런 일은 계속 일어날지 모르는데. 책임지는 사람 한 사람 없고, 나처럼 헤매는 국민만 있을 것을 생각하니, 앞일도 찜찜했다.

신동환

객원논설위원

전 경산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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