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개인 사유지로 모든 토지의 훼손 행위를 일체 금합니다.’ 도시공원일몰제에 포함된 한 공원에 붙은 플래카드다.
대구시의 안일한 행정으로 시민들의 허파역할을 해야 할 도시공원 기능이 멈출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도시공원일몰제란 공원으로 지정만 해놓고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인 재산권 보호를 위해 공원에서 풀어주는 것을 말한다.
2020년 6월 말 해제되기까지 2년도 채 남지 않았다. 대구에는 40여 개 가까운 공원이 있다. 시민들의 재산권과 직결되기에 시행날짜가 다가온다는 건 엄청난 시한폭탄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걸 의미한다. 2015년 기준으로 대구의 공원매입 예산은 1조2천억 원. 대구 1년 예산의 7분 1에 달하는 많은 액수다.
재원 마련이 만만치 않다. 다른 도시 역시 재원 확보는 어려운 문제다. 다만 전국 20개 도시 59개 공원은 이미 일몰제에 대비해 수년 전부터 공청회를 하고 개발을 위한 제안서를 받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 대구와 다르다. 의정부는 일찌감치 특례사업을 해 아파트 입주가 이미 완료됐다. 부산도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60여 차례의 공청회를 열고 개발제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해결책을 찾고 있다.
현행법은 공원의 30%까지만 개발하고 나머지 녹지는 그대로 살려두라는 것이다. 100% 그대로 공원을 보존한 채 지주들에게 땅값을 줄 수 있으면 정부에서 이런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최소한의 훼손으로 개발을 하고 그 이익으로 땅값을 확보하라는 의미인 셈이다.
대구시도 대책을 내놓긴 했다. 865억 원을 들여 공원 진입로만 사들인 다음 나머지 땅을 맹지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 예산도 다 확보 못 해 4분의 1정도만 지방채를 발행, 매입에 나서고 있다. 엄청난 발상이란 생각이 들지만 범어공원의 사례만 들어봐도 이 생각이 얼마나 무의미한지 잘 알 수 있다. 124억 원을 들여 120m 정도 입구 땅을 매입할 계획인 범어공원은 둘레만 6㎞다. 누가 보더라도 혈세 낭비다.
공원 특성도 전혀 파악이 안 돼 있다. 핫플레이스로 알려진 범어공원은 사실 주위가 아파트 및 주택가로 둘러싸여 새 아파트 시공이 불가능한 곳이다. 달서구 학산공원은 공원 전체가 선사유적지라서 원천적으로 개발에 애로가 있다. 공영개발로 가닥이 잡힌 연호대공원 역시 대구도시공사가 계속사업 확보 성격에서 자체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이렇듯 공원마다 사정이 다르지만 대구시는 앉아서 천 리를 보듯 뭉뚱그려 대책을 말한다.
그런 점에서 성서1산단 갈산공원만 속도를 내는 건 의아하다. 공해배출량이 많은 산단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공원이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 큰 힘이 된다. 그런데도 개발을 위해 녹지율을 8.07%에서 7.05%로 낮추기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알려져 있다.
의심의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공구 도소매시설 건립을 위해 개발비율 30%를 다 채울 수 있도록 녹지율을 낮추려 정부 부처를 오가는 ‘친절함’을 다른 공원에서는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다른 한 공원은 10%대 개발안도 수용하지 않고 반려한 게 대구시다. 애당초 산불예방, 녹지관리 전담인 공원녹지과에서 도시개발사업인 민간공원특례사업을 맡았다는 자체가 맞지 않는 옷을 입었는지도 모른다.
어차피 선제적 대응은 물 건너갔다. 다만 지금이라도 대구시는 토목, 건축, 도시계획 등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추진단을 발족해 시장 직속으로 독립성과 소신을 갖고 투명하고 속도감 있게 도시공원일몰제 시행에 대비해야 한다. 서울시처럼 재정적 전략과 도시계획적 전략을 동시에 수립하고 시민과 전문가가 참여하는 보상심의위원회와 같은 것도 벤치마킹해야 한다.
권영진 시장에게도 지금까지의 모든 일과 앞으로의 계획을 소상하게 보고해야 한다. 보고 누락으로 단체장이 정확한 판단을 하지 못하게 하는 건 또 다른 직무유기이기 때문이다. 특혜시비까지 휘말리게 될 경우 다른 어떤 것도 아닌 ‘내 재산’과 관련된 민원이기에 그 크기와 후폭풍은 나라님이라도 감당할 수 없다는 걸 지금이라도 깨달아야 한다.

김승근

부국장대우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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