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끝> 누른국수
“해물칼국수, 안동건진국수, 소고기와 같이 육수를 내는 장국수와는 전혀 다른 대구만의 국수가 바로 ‘누른국수’입니다. 맹물에 면을 끓여서 나온 국물이라 그 맛이 어느 국수와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죠.”
3대(代)에 걸쳐 60여 년째 한 자리에서 누른국수집을 운영하고 김옥희(64) 동곡원조할매손칼국수 대표는 누른국수의 장점을 간단하면서도 명확히 설명했다.
김 대표의 말처럼 누른국수는 대구에만 있는 독특한 국수로 대구판 ‘칼국수’다.
누른국수의 명칭은 밀가루에 적당히 콩가루를 섞어 얇고 널찍하게 홍두깨로 밀고 겹쳐 가늘게 채 썬다고 해서 붙여졌다.
국수요리는 여름 한 철은 물론 입맛을 잃거나 비가 오락가락하는 요즘 같은 날이면 떠올리게 되는 부담없는 별식이다. 누른국수를 파는 음식점은 서문시장과 달성군 하빈면에 밀집해 있다.
한 그릇 가격은 5천∼6천 원대로 저렴하지만 양은 배불리 먹을 만큼 충분하다.
그는 “스트레스가 쌓일 때 국수를 먹으면 국수에 함유된 많은 양의 탄수화물이 인슐린 분비량을 늘리고 세로토닌이라는 진정효과가 있는 화학물질 분비를 촉진해 스트레스 해소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누른국수의 겉모습은 비교적 단순(?)하다. 칼국수처럼 생긴 면에 애호박, 김 가루 등이 전부. 밑반찬도 김치와 고추, 양파, 된장뿐이다.
하지만 단순해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맛은 일품이다. 한 번 맛보면 대를 이어 누른국수를 찾는다고 자신했다.
누른국수를 그 자체로도 맛이 뛰어나지만 함께 먹으면 맛이 두 배가 되는 단짝이 있다. 돼지 암뽕과 수육이다.
김 대표는 “암뽕은 암퇘지의 아기보(자궁)를 일컫는데 누른국수와 곁들여 먹으면 일품”이라며 “누른국수를 찾는 손님들 대부분 암뽕을 함께 주문한다”고 추천했다.
수육도 암뽕 못지않게 누른국수와의 조화를 자랑한다.
수육을 국수에 한 점 올리고 나서 김치와 함께 싸먹으면 입속 즐거움은 배가 된다.
특히 수육을 국수에 넣어 먹으면 제주도의 국수인 고기국수 같은 맛이 난다.
또 개인 취향에 따라 일부는 누른국수에 ‘식초’나 ‘설탕’을 넣어 먹기도 한다. 더 맵게 국수를 즐기고 싶다면 국수 한 점에 고추와 양파를 된장에 찍어 먹으면 된다.
김옥희 대표는 “맛이 뛰어난 누른국수 한 그릇만 먹으면 속이 든든하고 개운해진다”며 “그래서 누른국수를 한 번도 안 먹어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은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자부했다.
신헌호 기자 shh24@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