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박재윤 나노레이 대표

▲ 박재윤 나노레이 대표가 자사의 포터블 엑스레이를 타사 제품과 비교해 차별화된 점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 박재윤 나노레이 대표가 자사의 포터블 엑스레이를 타사 제품과 비교해 차별화된 점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대구에서 인력을 양성해 이를 기반으로 성장하는 기업이 되는 게 꿈입니다.”
박재윤 나노레이 대표는 기업이 성장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력와 인재 양성이라고 강조했다.
나노레이는 2014년 11월 설립된 의료용 영상장비 제조업체다. 지난해 4월 경기도 화성에서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로 본사와 연구소를 이전했다.
대구ㆍ경북지역에서 의료용 영상장비를 개발하고 있는 유일한 기업으로 현재 16명의 직원들과 함께 하고 있다. 주력제품은 치아진단용 포터블 엑스레이다.
나노레이는 전세계 의료기기 시장을 점유하겠다는 목표로 오늘도 한걸음씩 전진해 나가고 있다.
◆제품 성능은 높이고 가격은 낮추고
포터블 엑스레이(Portable X-Ray)는 입 안 치아를 촬영하는 엑스레이 기기다. 주로 치주질환, 치아상태, 부분 치아진단용으로 쓰인다.
나노레이가 개발한 포터블 엑스레이의 가장 큰 특징은 배터리를 사용하지 않다는 점이다. 배터리 대신 슈퍼커패시터라는 고분자 절연 물질을 사용해 안정성과 소비자가 부담해야 할 유지관리비용을 절감시키고 부피와 무게를 줄였다.
슈퍼커패시터는 일반적으로 쓰이는 2차 전지에 비해 에너지 밀도(충전량)는 적지만 순간적으로 5배의 고출력을 낼 수 있다.
박 대표는 “자사 제품을 완전충전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단 10초로, 한번 충전으로 최대 10장의 엑스레이를 촬영할 수 있다”며 “치과에서 평균 엑스레이 촬영 횟수는 한 사람당 1∼2회이고 충전 시간이 빠르기 때문에 적은 촬영 횟수로도 충분한 활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제품들은 모두 2차 전지를 사용하고 있는데 시간이 지나면 수명이 떨어져 교체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제품에 대한 유지보수비용이 들지 않고 성능을 10년 간 보장한다. 2차 전지는 사용할수록 성능이 떨어져 배터리를 교체해야 하는 시기가 오는데 교체비용이 평균 20여 만 원 정도”라며 “배터리는 외부 충격이나 주변 온도에 따라 폭발할 가능성이 있으나 이러한 문제도 전혀 없어 안전하다”고 전했다.
나노레이의 포터블 엑스레이는 가볍다는 장점이 있다. 전체 무게가 1.6㎏로 사람이 한 손으로 들고 사용할 수 있고 연결선이 없어 자유롭게 쓰고 보관하기도 상대적으로 편리하다.
또 포커 스팟(초점 사이즈)은 0.4㎜로 일반 기기(0.8㎜)에 비해 선명도가 높다.
박 대표는 “시중에 나와 있는 제품들에 비해 부피와 무게를 절반 가까이 줄였다. 치과에서 보통 여성 간호사가 엑스레이 기기를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무게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나노레이는 포터블 엑스레이에 이어 CT(컴퓨터 단층촬영)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CT는 치아 신경치료를 하거나 사랑니를 뽑을 때 신경 상태를 3차원으로 확인하는 기기다. 나노레이가 개발 중인 치과용 콘빔 CT는 스파이럴(나선형) 방식으로 얼굴 주변을 360도 돌면서 엑스레이를 촬영해 3차원으로 보여준다.
나노레이의 콘빔 CT는 얼굴을 중심으로 작은 센서 기기가 여러 바퀴를 돌며 촬영해 선명하고 해상도가 높은 엑스레이 사진을 구현한다.
박 대표는 “나노레이의 콘빔 CT는 여러 번 촬영해 화질 좋은 사진을 구현한다. 콘빔 CT에 들어가는 작은 센서는 약 1천만 원대로 일반 CT에 쓰이는 5천만 원대의 큰 센서와 비교해 같은 성능이지만 가격은 5분의 1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CT의 엑스레이 사진의 구현 방식은 촬영한 2D 사진들을 조합해 3D로 보여준다. 보통 3D로 구현하는데 30초에서 3분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데 나노레이의 제품은 구현 시간이 1초 이내다.
박 대표는 “나노레이의 콘빔 CT의 핵심은 GPU(그래픽스 처리장치)칩의 자체 설계에 있는데 소프트웨어가 아닌 하드웨어적으로 구현한다”며 “타 기기들에 비해 최대 50배가량 많은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고 작업속도는 1천 배 가까이 더 빨라 고해상도의 결과물을 만들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모두가 No라고 할 때 ‘Yes’
박 대표는 국내에서 의료기기 시장점유율 90%를 차지하고 있는 기업에서 전무이사까지 지냈다. 당시에도 새로운 제품 개발에 관심이 많았고 포터블 엑스레이와 콘빔 CT에 대한 초기 아이디어도 준비했다. 아이디어를 회사에 제의했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박 대표는 2014년 차별화된 의료기기를 만들기 위해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는 “10여 년 넘게 몸 담은 회사였지만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었고 차별화된 제품을 만들 자신이 있었다”며 “동업자 2명과 함께 제품 개발에 몰두하기 시작했고 2016년 8월 포터블 엑스레이를 완성했다”고 전했다.
나노레이는 현재 전세계 의료용 영상장비 시장이 약 5조 원이며 이 중 휴대용 엑스레이 기기 시장은 9천억 원 규모로 약 10만 대로 추정하고 있다.
박 대표는 “인도, 일본, 미국, 중국 등 다양한 국가에 진출할 계획이다. 개발도상국부터 선진국까지 치아 관리에 대한 관심이 무척 높다”며 “개발도상국은 경제적인 상황이 나아짐에 따라 치아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고 국가가 선진화될수록 치아 교정 시장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나노레이는 포터블 엑스레이의 올해 전체 판매 목표를 3천 대로 예상하고 내년에는 1만 대, 2021년까지 3만 대를 판매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박 대표는 “전세계 시장의 30% 점유율을 차지하는 게 단기적인 목표다. 기기 대수로 약 3만 대 규모이고 금액으로는 약 400억 원대다”며 “포터블 엑스레이로 판로개척과 기업 신뢰성을 확고히 한 후 콘빔 CT로 해외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박 대표는 모든 분야의 기업이 차별화된 기술력 없이는 못 버티는 산업구조로 변화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특히 의료 분야는 이러한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에 설정한 목표에 도달하겠다는 강한 도전의식 없이는 살아남기 힘들다. 이를 뒷받침해주는 것은 인재”이라며 “지역 IT 관련 인재가 타 지역으로 빠져나가고 있는데 본사를 대구로 이전하면서 가장 먼저 결심했던 것은 지역 인재 양성이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기술력은 있지만 지역의 젊은 인재들과 함께 하지 못한다면 지역 기업으로써의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동고동락한 직원들과 함께 지역의 강소기업을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종윤 기자 kjyun@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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