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 복음의 파종자 이상근 목사

▲ 어느 해 봄날, 증경 총회장들과 함께한 이상근 목사(앞줄 왼쪽 두 번째). 한경직 목사(왼쪽 네 번째)의 모습도 보인다.
▲ 어느 해 봄날, 증경 총회장들과 함께한 이상근 목사(앞줄 왼쪽 두 번째). 한경직 목사(왼쪽 네 번째)의 모습도 보인다.

이상근 목사는 목회자이자 신학자였다. 방대한 성경 주해(註解)가 그러한 면모를 잘 보여준다. 교역자들의 성경 연구에 작은 도움이라도 주고자 1960년 9월부터 ‘요한복음’ 주해를 시작했다. 건강때문에 하나를 끝내면 감사한 마음으로 또 하나를 시작했다. 과로로 앓아눕기도 허다했다. 1975년 1월31일, 꼬박 15년만에 12권의 신약 주해를 끝냈다.
10여 년이 흘렀다. 건강이 닿는한 구약 주해서도 한두권 쓸 요량으로 ‘창세기’부터 시작해 1993년 3월, 총 15권의 구약 주해를 끝냈다. 전후 총 집필기간 20여 년, 신ㆍ구약 주해서 27권. 내친김에 외경 주해까지 했다. 신ㆍ구약과 외경까지 모두 주해한 경우는 세계적으로도 예를 찾기 어렵다고 한다.
이 목사는 교육자이기도 했다. 첫 유학에서 돌아온 1955년 대봉교회 목회와 대구 고등성경학교 교장직을 겸임했다. 이듬해, 개편된 영남신학교의 이사장과 교장으로 추대됐지만 첫 졸업식 후 바로 사임했다. 더 이상의 직분은 무리라고 생각했다. 두 번째 유학후 제일교회 목회와 함께 영남신학교 교장직을 맡았다. 1959년부터 1976년까지 17년. 후임 교장이 노회 분규로 사임하여 다시 5년간 교장직을 맡았다. 강의도 병행했다. 장로회 신학대에도 1961년부터 4년간 출강했다. 대구고등성경학교와 영남신학교, 장신대까지 제자였던 김영수(金永受ㆍ81) 목사는 스승을 회고했다. “한마디로 성자같은 분이셨습니다. 어려운 학생들도 많이 도와주셨고요.”
발의 병은 몸의 ‘가시’이자 은혜였다. 19세때 치료가 됐지만 1~2년에 한번씩은 앓았다. 74세때 극심한 통증이 왔다. 수술 결과 발에서 제거한 부골 안에서 길이 1.5cm, 머리털 굵기의 철사가 나왔다. 무려 60년동안 고통을 안겨줬던 철사였지만 병상에서 성경을 더 많이 읽을 수 있었으니 그것이 자신을 ‘이상근 목사’로 만들어주었다고 자서전에 썼다.
이상근 목사는 교계 리더로서도 신망이 높았다. 두차례의 경북노회장, 총회 목사고시위원장, 총회 국제선교위원장, 대한 예수교 장로회 통합측 총회장, 신앙고백 제정위원장 등 중책을 맡았다. 영광스러운 선물도 주어졌다. 1995년 1월엔 평양신학교 후신인 장로회 신학대 총동문회로부터 ‘장한 동문상’을 받았다. 5월에는 뉴욕신학대의 ‘파종자상(Sower Award)’도 받았다. 이 학교가 제정한 최고상으로 동양인 수상자는 이상근 목사가 최초였다.
슬하의 4남매 중 뒤를 이은 차남 이성희 목사(70ㆍ서울 연동교회)는 오는 12월 원로목사 추대를 앞두고 있다. 평양 태생 해방둥이 이문희 장로(73)는 뉴욕에서 심리학 교수 및 뉴욕 노회장을 지냈고, 삼남 이경희는 뉴질랜드, 딸 이신희는 로스앤젤리스에서 살고 있다. 한국교회의 역사이기도한 이상근 목사는 뇌종양으로 1999년 6월1일 소천했다. 향년 79세. 칠곡 동명의 제일교회 부활동산내 정류의 묘비에는 믿음의 경주(競走)를 다한 자의 기도문 같은 성경 구절이 새겨져 있다. ‘내가 선한 싸움을 싸우고 나의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으니~~’(디모데 후서 4:7-8).
전경옥 언론인

사진 제일교회 제공

연보

ㆍ1920년 대구시 중구 인교동 출생

ㆍ1932년 수창보통학교 졸업

ㆍ1944년 평양신학교 졸업

ㆍ1945년 목사 안수후 평양신학교 종교교육 목사 겸 장대현 교회 부목사

ㆍ1948~1957년 대봉교회 개척 및 목회

ㆍ1955년 미국 뉴욕 비브리컬 신학대 졸업(신학 석사)

ㆍ1955~1957년 대구 고등성경학교 교장 취임

ㆍ1956년 영남신학교 이사장 겸 교장 취임(제1회 졸업식 후 사임)

ㆍ1957년 대구제일교회 부임, 도미 유학

ㆍ1959년 미국 댈러스 신학대 졸업(신학 박사)

ㆍ1959~1976년 영남신학교 교장 겸 교수

ㆍ1959, 1965년 경북노회장 피선

ㆍ1960~1975년 신약 주해서 12권 집필 완료

ㆍ1974년 대한예수교 장로회 통합측 총회장 피선

ㆍ1991년 대구제일교회 은퇴, 원로목사로 추대

ㆍ1993년 구약 주해서 15권 집필 완료

ㆍ1999년 6월 1일 79세로 영면

<배재욱 목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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