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보다는 현실에 맞는 정책이라야


문재인 대통령은 더민주당전당대회에서 영상메시지를 통해 “우리는 올바른 경제정책기조로 가고 있다”고 선언했다. 말 많은 소득주도성장정책도 올바른 정책이라는 것이다. 경제학계에선 비주류에다 소수의견 취급을 받던 소득주도성장론이긴 하나 대통령의 한마디로 다시 힘을 얻어 격상될 가능성이 커진 것 같다.
사실 따지고 보면 소득주도성장론이 전혀 터무니없는 얘기는 아니다. 왜냐하면 지금 자본주의가 병들어 비실거리고 있는데 그 주요 원인이 양극화에 있다는 데 모두 동의하고 있고, 소득주도성장론은 양극화의 해소책의 하나로 나온 이론이기 때문이다.
찬성론자들은 주장한다. “지금 우리 경제의 성장모델이 한계에 부딪혀 있으므로 그 대안으로 내놓은 것”이라고. 그리고 그 이유로 몇 가지를 제기한다. 그 하나가 ‘임금주도 체제론’이다. 우리나라는 노동소득이 높아지면 총수요가 확대되는 구조라는 주장이다. 임금효과가 크다는 것.
실제로 1997년 IMF위기(외환위기) 이후 실질임금이 1%P 오르니 경제성장은 0.68~1.09%P 올랐고, 노동생산성도 0.45~0.50%P 올랐다는 추산이 있다는 주장이다. 여기에다 국제통화기금(IMF)의 보고서도 한 몫 거든다. 1980~2012년까지 159개국의 소득과 경제성장 관계를 분석한 결과, 소득 상위 20%의 소득비중이 늘어봐야 경제성장은 5년간 오히려 0.08% 낮아지지만 소득 하위 20%의 소득비중이 늘어나면 5년간 0.38%의 성장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집계됐다는 것.
한마디로 상위 소득층은 소득이 늘어봤자 낙수효과를 낳지 못하니 하위 소득자를 우대하여 분수효과를 보자는 주장이다. 소득주도성장론에 딱 맞는 이론이다.
그런데 왜 세계적 주목은 받지 못하는 걸까? 국제노동기구(ILO)가 2012년 세계경제의 저성장원인을 임금격차에서 찾는 보고서를 내놓은 데다 2015년 토마 피케티의 ‘민주주의가 왜 불평등해소에 실패하였는가’라는 화두를 던진 ‘21세기 자본’이 나오면서 경제의 양극화는 더욱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시점임에도 말이다.
우선 원론부터 따져보자. ‘성장의 결과가 소득인데, 소득을 높여서 성장하자’는 뒤틀린 논리가 주류경제학계를 이해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IMF위기 이후 임금이 오르니 경제도 성장하더라는 논리는 지극히 아전인수격이다. 당시 우리나라 수출업계는 환율이 2배 이상 올라 반값만 받아도 이익이 나는 단군 이래 최대의 수출호황기였다. 따라서 수출업계가 스스로 근로자 이동을 막으려 임금을 올렸다. 그야말로 성장의 결과였다. 아무나 찡그린다고 아름다워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소득주도성장론의 비판에는 무엇보다 문재인 대통령후보 공약에 관여했던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의 지적이 세간의 주목을 받는다. 그것은 소득주도성장론이 ‘아비 없는 자식’이라는 점이다. 누가 주장한 건지, 예상효과 분석도 모호하다는 것. 노조의 선무당 같은 소리를 당론이라고 덥석 받은 것이 아니냐 하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소득주도성장론은 마중물이라는 사람도 있다.’ 그러면 ‘퍼 올릴 지하수는 어디서 나오나?’ 하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또 우리의 최저임금은 국제적 기준으로 그렇게 낮지 않다는 것. ‘1만 원이면 중위소득 50%를 훨씬 넘어버린다’고 지적했다. 현실에 맞나 하는 의문을 낳는다.
그리고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자 한국 등 아시아 외환위기를 2년 전에 예고해서 명성을 떨친 폴 크루그먼 교수의 지적도 예리하다. “개도국이 성공적으로 발전하다가 선진국이 되기 전에 멈춰서는 중진국 함정의 신호들이 세계도처에서 발견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은 항상 좋은 게 아니라 적정수준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일침을 놨다.
친문 교수로 알려진 이경전 교수의 ‘정책 불복종운동을 하자’는 주장도 J노믹스에 대한 강한 불안감을 나타내고 있다. 현실과 너무 다른 주장을 한다는 내용이다. 사실이 그렇다. 수출이 잘 되고 있다지만 반도체를 빼고 나면 그렇지 않다. 그리고 현 정부의 모토인 ‘더불어 사는 경제’에서 ‘우리도 국민이다’고 외치는 ‘소상공인은 누구냐’하는 의문이 남아 있는 한 힘을 얻기 어려울 것 같다.

서상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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