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 토함산자연휴양림


몸과 마음을 동시에 편안하게 힐링 할 수 있는 곳은 아무래도 휴양림이 제격이다. 맑은 공기에다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 만들어지지 않은 자연의 소리가 기분을 저절로 상쾌하게 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에 관계없이 좋다. 경주 토함산휴양림은 특히 맑은 기운이 충만해 힐링하기에 좋은 휴양림으로 인기다.

토함산자연휴양림은 혼자서든 가족이든 친목을 다지는 모임이든 직장동료들끼리, 기업체의 교육훈련, 학생들의 체험학습 등의 다목적 휴양림으로 기능한다. 산책로는 물론 수영에서부터 족구, 풋살, 농구, 배구 등의 경기를 할 수 있다. 산책로 주변에는 맥문동과 비비추 등의 다양한 야생화를 관찰 할 수 있고, 작은 새를 키우는 우리가 있어 색다른 새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
인근지역에는 불국사와 석굴암을 비롯해 특이한 양식의 5층석탑이 있는 장항리사지, 한수원과 감은사지, 문무대왕릉 등의 역사문화사적지가 있다. 기림사와 골굴사도 가까이 있어 문화탐방을 즐길 수 있는 힐링의 본산 같은 휴양림이다.
토함산휴양림의 산책로 꼭대기 부분에는 바람길로 이름 지어진 풍력발전기가 우람한 체구의 위용을 자랑하며 웅웅 바람소리를 내면서 돌아간다. 산책로에서 동쪽으로 시선을 던지면 하늘과 바다가 같은 색으로 경계를 모호하게 하며 마음을 확 틔워준다.

◆바람길

경주 토함산자연휴양림으로 가는 길은 두 갈래길이다. 불국사에서 토함산 정상으로 오르다 동해쪽으로 내리막길을 선택하거나, 반대로 양북 문무대왕릉쪽에서 석굴암 방향으로 산길을 오르면 된다. 휴양림은 산중에 있지만 교통편은 크게 불편하지 않다. 불국사에서든 문무대왕릉에서든 모두 30분 거리에 있다.
불국사에서 토함산 꼬불꼬불한 산길을 오르다 석굴암 가는 길과 휴양림 가는 길 삼거리가 나온다. 이 산길은 짐승의 내장처럼 꼬불꼬불하기로 유명하다. 길 양쪽으로는 소나무가 많지만 그래도 참나무와 자귀나무 등의 특이한 수종들이 많아 식물학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휴양림 가는 길은 석굴암 삼거리가 정점이다. 여기서부터 석굴암 반대 방향 내리막길로 접어들면 휴양림은 금방이다. 내리막길을 접어들어 숲이 우거진 꼬부랑길을 내려오면 금방 토함정사, 해와달, 정다운산방, 토함산도예갤러리 등의 식당과 팬션 팻말들이 무더기로 서있다. 조금 내려오면 또 특이한 조각을 세운 목장이 보인다. 여기에서 오른쪽으로 갈라지는 좁은 길이 바람길이다.
바람이 시원하게 내닫는 길. 바람을 일으키는 길. 바람이 풍향계를 돌려 전기를 일으키는 길이 바람길이다. 능선을 따라 1㎞ 남짓 이어지는 숲길이다. 숲이라고 해도 키 큰 나무는 없고 갈대와 키 낮은 잡목들이어서 시야가 시원하게 뚫려 드라이브코스로도 그만이다.
바람길은 자전거동호인들에게도 인기다. 차량이 평일에도 심심치 않게 다니지만 산악자전거를 타는 매니아들도 가끔 만나게 되는 곳이다. 숨이 턱에 차도록 헉헉거리며 패달을 밟아야 되는 가파른 길이지만 바람길 끝부분에 이르면 아름다운 평화를 만끽할 수 있다.
바람길로 접어들면 풍력발전기가 지름 94m의 거대한 팔을 천천히 돌리며 우뚝 서 있는 모습이 이색적인 풍경으로 다가온다. 배경이 푸른 하늘이어서 하얗게 솟은 풍력발전기는 더욱 선명하게 눈 안으로 들어온다. 길옆으로 백색 기둥이 서 있고, 바람을 맞으며 웅웅거리는 앓는 소리로 돌아가는 바람개비는 신비스럽다.
바람길 끝에 주차장이 조성되어 있고, 팔각정자가 2층 높이로 세워져 있다. 정자는 전망대로도 활용되고, 둘러앉아 도시락을 먹으며 정나눔하는 사랑방 기능도 한다. 정자 꼭대기와 주변에는 이색적인 풍경을 기억하려 기념촬영하는 모습들이 자주 노출된다. 최근에는 빨강, 노랑, 파랑 등의 원색 바람개비들을 꽂아두어 풍경을 더욱 이색적으로 만든다. 바람을 돌리는 바람개비처럼 모두가 자연인이요 자유인이 되는 공간이다.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 공기는 아무리 마셔도 공짜다.
바람길은 토함산의 8부 능선에 위치하면서 주변에 높은 산도 없이 황량해 사방에서 바람이 불어온다. 한 여름에도 시원하게 바람을 맞을 수 있다. 가을 단풍이 드는 계절에는 원색으로 드러나는 칼라의 조화가 가슴을 무한정 뛰게 한다.
바람길의 인근 야산과 먼 산의 단풍, 하늘, 풍력발전기가 만드는 풍경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경치가 된다. 걸어서, 자전거를 타고, 승용차든 화물차든 운전해서 오르기만 하면 기분이 확 풀리는 곳이다. 힐링하기에도 좋고, 데이트코스로도 만점이다. 바람길은 경주사람들에게도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비밀스런 보물 같은 공간이다.

◆토함산자연휴양림

▲ 휴양림에는 축구를 즐길 수 있는 풋살장과 농구장, 족구장이 설치되어 있다.
▲ 휴양림에는 축구를 즐길 수 있는 풋살장과 농구장, 족구장이 설치되어 있다.

토함산자연휴양림은 토함산의 동쪽 기슭에 위치해 있다. 경주시설관리공단이 직접 운영하는 다목적 휴양시설이다. 부지면적 121㏊에 이르는 대규모 자연휴양림이다. 다람쥐, 청설모는 수시로 보인다. 딱따구리, 산까치도 이나무 저나무를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영락없는 자연이다. 침엽수와 활엽수, 다양한 야생화들이 군락을 이루는 자연생태체험학습장으로 최적의 조건을 갖춘 곳이다.
-숙박시설로는 단독주택형으로 지어진 숲속의 집이 6동 있다. 6인실로 지어진 3동, 15인실로 2층 구조로 된 2동, 18인실 특실로 마련된 1동이 있다. 산 속 한적한 곳에 단독주택으로 지어져 오붓하게 팀을 구성해 편안하게 쉴 수 있다. 어지간한 소음도 숲속의 메아리로 흩어져 민원이 들어올리도 없다. 숲속의 집은 또 연립형으로 5인실과 6인실이 한 건물에 마련된 2동이 있다. 학생을 비롯해 단체가 숙박하기에 좋은 화랑관은 5인실 8개와 10인이 함께 숙박할 수 있는 3개가 있다. 300명을 한꺼번에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회의실: 전문적으로 회의를 비롯한 행사를 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도 있다. 20명이 회의할 수 있는 소회의실과 200명이 한꺼번에 회의를 할 수 있는 국학관이다. 휴양림 입구에 위치해 있다.
-야영장은 굴참나무숲이 우거진 가운데 목재데크로 조성한 40개가 있다. 산 중턱부분에 25개동, 윗자리에 15개동으로 살짝 구분되어 있다. 야영장 바로 옆에 화장실과 취사장, 샤워장도 마련돼 있어 야영하기에 큰 불편함은 없다.
-산책로와 등산로: 토함산 자연휴양림의 가장 큰 자랑거리 중의 하나가 산책로와 등산로다. 산책로는 크게 4코스로 나뉘어 있다. 2.5㎞~4.6㎞에 이르는 거리로 보통 걸음으로 50분, 1시간30분 2코스, 2시간20분 정도 소요되는 코스로 구분된다, 숲속의 집과 야영장 가까운 곳에는 지압로드, 목재데크로 만들어진 산책로가 있고, 야생화 관찰로드가 조성돼 있다. 등산로는 바람길로 이어져 토함산 정상까지 편안하게 다녀올 수 있는 잘 닦여진 길이다. 여성과 어린이, 초보 등산객도 자연의 신비를 체험하면서 함께 걸을 수 있다.
-휴양체험시설: 휴양림에 조성된 휴양체험시설은 체험학습용으로도 좋다. 맥문동과 비비추 등을 군락으로 심어 조성한 야생화단지, 목재로 아기자기하게 설치한 관찰데크로드가 숲의 기운을 제대로 받아들일 수 있게 시설돼 있다. 맨발로 건강산책을 할 수 있게 다듬어진 지압로, 산속의 새 동물원 조류사, 참나무를 베어 삼각발로 세운 숲 속의 표고버섯체험장 등이 체험시설로 준비되어 있다.
-체육시설: 산 속에서 누구나 마음껏 고함지르며 운동을 할 수 있는 운동장이 마련돼 있다. 5명씩 팀을 짜서 축구를 할 수 있게 설치된 풋살구장, 네트와 평평하게 다듬어진 땅에 라인을 그어 바로 시합을 할 수 있는 족구장이 있다. 또 맑은 공기를 마시며 하늘로 솟구쳐 덩크슛 체험도 가능한 농구장, 지붕 없이 하늘을 바라보며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야외수영장은 큰 자랑거리다.
-예약: 토함산자연휴양림은 철저한 예약제로 운영된다. 다음이나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하면 시설현황과 찾아오는 길까지 상세하게 안내되어 있다. 물론 사용 가능일자와 요금 등의 예약시스템도 이용하기 쉽게 되어 있다.
토함산자연휴양림은 기관단체, 기업체들이 연수를 할 수도 있고, 회의와 교육을 위한 장소로도 활용하기 좋다. 경주시는 가끔 읍면동장회의와 확대간부회의를 휴양림에서 개최하기도 한다. 직장인들의 삶에 활력소가 되기에 충분하다. 시가지에서 멀지 않고, 충분하게 자연의 숲 속에서 힐링할 수 있고, 가까운 곳에 역사문화자원이 풍부해서 쉼터로 제격이다. 가족단위 쉼터로 강추한다.

◆주변 관광자원

▲ 산책로는 걷기 편안하게 데크 등으로 조성되어 있다. 4개 코스로 나뉘어 50분, 1시간30분 내외, 2시간20분 정도 소요되는 코스 등이 있다. 바람길로 이어져 토함산 정상까지 갈 수 있는 등산로도 편안하게 조성돼 있다.
▲ 산책로는 걷기 편안하게 데크 등으로 조성되어 있다. 4개 코스로 나뉘어 50분, 1시간30분 내외, 2시간20분 정도 소요되는 코스 등이 있다. 바람길로 이어져 토함산 정상까지 갈 수 있는 등산로도 편안하게 조성돼 있다.

토함산자연휴양림의 가장 좋은 장점 중의 하나가 주변 관광인프라가 충분하다는 점이다. 휴양림 문을 나서면 바로 지척에 장항리사지 유적을 만나볼 수 있다. 장항리사지에는 금당터가 뚜렷이 남아 있고, 국보 제236호로 지정된 5층석탑 2기가 있다. 신라의 터에 5층석탑 양식은 좀체 보기 어렵다. 또 석탑의 기단석과 몸돌에 새겨진 문과 문고리, 두텁게 새긴 인왕상은 예술적으로도 감탄할 만하다. 금당터에 남은 불상대좌도 특이하다. 대좌 기단 8면에 새겨진 익살스런 조각상은 흔하지 않은 양식이다. 이 불상대좌의 주인공으로 짐작되는 불상은 여러 차례 수술을 거쳐 다듬어진 상반신만 국립경주박물관 옥외전시장에 서있다. 장항리사지는 역사문화답사객들의 필수코스처럼 되어 있다.
장항리사지에서 동해쪽으로 나아가면 한수원이 예술적 감각을 더한 날렵한 형태의 건물로 나타난다. 한수원은 에너지 원리를 설명하는 자체적인 홍보관과 전시관, 다양한 스포츠시설, 아름답게 꾸민 공원시설로 방문객들을 맞는다.
한수원에서 동해바다까지는 금방이다. 바다와 가까운 곳에 감은사지3층석탑 2기가 나란히 서 있는 감은사지가 도로변에서도 시야에 들어온다. 감은사는 문무왕이 호국사찰로 짓기 시작했지만 중간에 사망하고, 아들 신문왕이 사찰의 성격을 바꾸어 문무왕의 업적을 기리는 사찰로 조성했다. 감은사지에서 바다로 나가면 이견대가 먼저 보인다. 이견대에서 쉽게 조망되는 문무왕릉은 해수면과 높이를 같이하고 갈매기들의 군집터로 바다 위에 떠있는 섬처럼 눈에 들어온다.
문무왕릉을 돌아보고 동해안선을 따라 울산 방향으로 가면 양남주상절리군, 포항 방향으로 올라가면 감포관광단지와 깍지길 등의 역사문화관광 인프라가 무궁무진 펼쳐진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되고,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될만큼 아름답고 가치가 있는 자연의 보고이다.
휴양림에서 다시 서쪽으로 오르막길을 택하면 석굴암과 불국사, 동리목월문학관을 둘러볼 수 있는 코스가 있고, 신라천년의 향기가 짙은 역사문화도시 경주의 곳곳으로 이어진다.
경주 토함산자락에 위치한 토함산자연휴양림은 천혜의 조건을 안고 조성된 최고의 힐링 자원이다.
강시일 기자 kangsy@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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