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비틀기는 부작용 낳을 가능성 크다


한국갤럽의 조사에 의하면 2015년 1월 여론조사에서 성장 우선(58%)이 복지 우선(36%)보다 많았다는 것. 이 수치는 2년 전 2013년 1월의 조사에는 복지 우선(62%)이 성장 우선(31%)보다 두 배나 많았었다. 한마디로 최고의 복지는 바로 일자리를 갖는 것이라는 결론의 다른 표현일 뿐이다. 복지선진국인 영국에서마저 일하는 복지(welfare to work)를 강조해야 할 만큼 서구사회는 복지병을 앓고 있는 것에 비하면 우리 국민은 스스로 일해서 벌겠다니 얼마나 자랑스러운 국민인가.
이제 우리나라에서는 ‘최고의 복지는 일자리’라는 점에 대해 모두 인정하고 있다. 여론에 민감한 문재인 정부는 숫제 ‘일자리 정부’임을 공식 천명하고 청와대집무실에는 대형 일자리 상황판을 내걸어 놓고 있다. 국민의 기대도 컸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자신만만하던 일자리 브리핑 차트가 대통령이 직접 브리핑한 그날 이후엔 사라져 버렸다는 점이다.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의 지적처럼 상황판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 일자리특별위원회가 1년이 넘어도 두 번밖에 회의를 하지 않았다니 더욱 그러하다.
왜 그랬을까? 일자리 상황이 쇼크에 가까울 정도로 심각하니 그랬던 것 같다. 올해 1월까지만 해도 작년 대비 취업자 증가 수가 30만 명이던 것이 2월 들어 갑자기 10만 명 선으로 떨어지더니 7월 들어서는 5천 명으로까지 떨어졌다. 실업률도 오르고, 그에 따라 실업자 수도 7개월 연속 100만 명 선에 머물고 있다. 그야말로 쇼크다. 일자리를 위해 33조 원이나 갖다 부었는데도 왜 일자리 파국을 맞은 것인가? 그리고 그동안 줄어왔던 농림어업 분야의 취업자는 이 정권 들어서는 왜 갑자기 6만 명 선으로 불어났는지도 궁금하다. 그러고도 5천 명으로 떨어졌는가?
이에 대해 이론적 책임자인 장하성 청와대정책실장은 “곧 소득주도성장의 효과가 날 것이니 정부를 믿고 기다려 달라”는 게 고작이다. 그런데 문제는 소득주도성장은 현재로서는 효과를 보일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전망에 있다. 그것은 올 2분기 국내총생산이 0.7% 증가에 그치고 있나 하면 내일의 경기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설비투자는 오히려 마이너스 6.6%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설비투자가 줄었다는 것은 ‘다음은 불경기’라는 증좌이기도 하기에 그렇다.
또 장 실장은 조선업 등 산업구조조정이 정리되고 자영업자 지원대책과 상가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되면 나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즉 임대료나 세금부담을 줄여주겠다는 말이다. 세금은 몰라도 임대료를 줄여주겠다니 무슨 수를 쓰는지 궁금해진다. 자칫 국가주의나 반헌법적이라는 논쟁이 나올 수도 있다. 결국 공무원들의 복지부동을 낳을 가능성이 있기에 효과가 걱정이다.
동시에 장 실장은 “정부는 경제활력을 불어넣고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하고, 이목희 일자리부위원장은 “기업들이 일자리를 잘 만들기 위한 각종 인프라 구축과 지원이 강화될 것”이라고 했다.
누가 들어도 이 말은 기업에 대한 정부의 팔 비틀기로 들린다. 그것이 청와대가 스스로 하지 말라고 했던 ‘투자 구걸’이든 정책적 유도이든 어떻든 헌법이 보장하는 기업의 자유의사에 반(反)하는 반헌법적 발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정부가 아무리 선의를 가지고 기업을 대해도 약자인 기업 측은 압력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이 한국적 현실이기 때문이다.
어느 경제정책이든 대체로 그 성패를 결정짓는 것은 10년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하이에크류의 신자유주의 실험이 그랬고 케인즈류의 수정자본주의가 그랬다. 그러나 소득주도성장론의 경우는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왜냐하면 성장론에 국한된 것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임금의 결정은 생산성증가율 범위 내에서 결정되는 것이 가장 합리적 결정이다. 다시 말해 돈을 번 범위 내에서 돈을 주어야 한다는 논리다. 그런데 주는 돈이 번 돈보다도 더 많더라도 나라가 정한 만큼은 주어야 한다는 것이 소위 최저임금제 아닌가. 따라서 일본처럼 업종이나 지역에 따라 차등을 두는 것이 무리가 없는 실효적인 처방이 아닐까?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원칙이 중요한가. 아니면 원칙을 조금 훼손하더라도 일자리를 더 만드는 것이 중요한가. 좌파 이념에 너무 빠진 결과가 바로 고용쇼크가 아닐까.

서상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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