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과 고령화로 국민연금이 뜨거운 감자가 된 지 오래다. 저출산으로 연금을 부담할 생산가능인구가 줄고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연금수령인구가 급격히 늘어났다. 설상가상 최근 국민연금기금 투자수익률이 큰 폭으로 떨어져 기금고갈 시기가 3년 앞당겨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대체율의 인하, 보험료율의 인상, 연금수급 개시 연령 상향 조정(65세에서 68세) 등을 검토하고 있는 모양이다. 정말 어이가 없다. 뒤통수를 망치로 맞은 기분이다.
여건이 변화하면 제도 개혁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그렇다고 피상적이고 안이한 처방은 곤란하다. 그것은 개혁이 아니고 미봉책이다. 미봉책은 일시적인 처방이고 조만간 또 바꿔야 한다는 전제를 달고 있다. 치유가능한 문제점을 발본색원하고 제도를 수호할 노력이 선행적으로 이루어진 연후에 비로소 제도 개혁이 논의되는 게 순리다.
저출산과 고령화가 국민연금 위기의 근본 원인이고 그들이 바람직한 것이 아니라면, 선행적으로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바른 처방이다. 저출산과 고령화는 상호 연계된 문제로 저출산 문제를 풀면 고령화 문제는 저절로 해결된다. 저출산을 그냥 내버려둘 작정이 아니라면 저출산 문제 해결부터 우선 진력해야 한다.
저출산과 고령화가 장기적인 과제라면 국민연금기금 투자수익률 하락은 비교적 풀기 수월한 단기적 문제일 수 있다. 국민연금의 투자 부진은 기금운용본부 운용자의 능력과 관련 있다. 기금 운용을 총지휘하는 기금운용본부장의 장기 공백 사태와 국민연금 수익률 급락은 우연이 아니다. 그 수뇌부 못지않게 실무진의 문제도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 투자의 성패는 유능한 인재에 달려있다. 투자가 정치에 휘둘려선 결코 적정수익률을 올릴 수 없다. 이념과 정치로 투자수익률을 떨어뜨리고 그 손실을 애꿎은 국민에게 전가하려는 시도는 정상이 아니다. 심각한 저항에 부딪힐 것이다. 기금운용본부의 정상화가 투자수익률 제고의 첫 걸음이다. 투자수익을 지속적으로 끌어올리면 기금고갈시기가 밀릴뿐더러 국민연금기금이 튼실해지는 것은 불문가지다. ‘스튜어드 십 코드’가 문제가 아니라 효율적 기금 운용이 더 화급하다. 안정적인 투자수익률을 확보하는 것이 본래의 목적이 되어야 하는 것이지, 투자기업의 경영권에 개입하는 것이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모든 문제는 기본과 본질을 지키는 데서 출발한다. 저출산과 고령화, 그리고 저조한 투자수익률 문제를 선도적으로 해결한다면 국민연금 개혁은 한결 운신의 폭이 넓어질 것이다. 국민에게 애꿎은 부담을 지워선 안 된다.
국민연금은 민간보험이 아니라 국가 근간을 이루는 복지제도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 국민연금이 다른 제도와 밀접한 보완관계를 유지하도록 설계되어야 하며 분배적 측면을 고려해야 하는 이유다. 소득대체율은 최저임금이나 최저생계비를 감안하여 결정되어야 한다.
국민연금 가입자가 교사나 군인을 포함한 공무원보다 퇴직연령이 대체로 낮은 점을 고려하지 않고 공무원 퇴직연령인 60세를 보험료 종료시점으로 한다면 그에 맞추어 국민연금 최초 수급 시점도 60세로 맞추어 주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보다 일찍 퇴직하여 소득이 끊어진 상태에 있는 사람에게 연금 지급은 고사하고 보험료를 계속 부과하는 것은 복지라고 할 수 없다. 최소한 보험료만이라도 퇴직 후 소득이 없을 때는 받지 말아야 한다. 보험료와 연금 수급 시기를 본인의 의사와 소득 현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적의 조절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연금 수령 시기를 65세에서 68세로 올리려는 시도는 옳지 않다. 일자리 제공과 퇴직 연령 연장 연후에 고려하는 것이 순리다.
국민연금은 현대국가의 기본적 복지제도다. 국민연금 대상자들은 사회적 약자로 국가 보호가 절실하다. 국민연금 대상자들의 애로사항과 문제점을 듣는 소통 절차가 국민연금 개혁에 전제되어야 한다. 국민연금과 관계없는, 노후 걱정 없는 사람들이 국민연금 개선책을 논의하는 것은 탁상공론에 다름 아니다. 지금 일반국민은 불안해하고 있다. 국민연금 지급을 국가가 보장해야 공무원연금 등과 형평성이 맞다. 국민연금을 국가가 보장하지 않는 것은 위헌이고 국민에 대한 직무유기다.

오철환

칼럼니스트

저작권자 © 대구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