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정의의 조화 중요


며칠 전 SNS 상에 한 통의 편지가 올라왔다. ‘우리도 웃고 싶습니다’로 시작하는 그 편지의 내용에는 한이 맺혀 있었다. 과격한 내용도 담고 있었다.
“…이젠 꼭 필요한 것도 거의 없는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는데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지금 우리 국민은 웃음과 자부심을 잃어버렸습니다. 꿈을 꾸며 내일을 향해 나아가고 싶은 미래를 잃어버렸습니다. …현실이 힘들어도 땀과 노력의 대가로 구워낸 큰 피자를 나눠 먹을 수 있다는 기대를 잃어버렸습니다.…공무원을 늘리면 그만큼 세금이 늘어나지만, 기업이 창업되고 잘 경영되면 나라도 잘되고 국민 세금도 줄어드는 것을 모르세요? …국민은 암울한데 대통령님은 지하철 안에서도 혼자 웃고 있데요? 뭐가 그리 좋아 입을 크게 벌리고 파안대소하시는지요?”
이 글을 쓴 사람은 아마도 최저임금이나 근로시간 단축 등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불만이 많은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이 아닐까? ‘최저임금 고시는 우리에겐 사형선고’라고 외치고는 오는 29일 거리투쟁에 나서기로 했을 정도다. ‘소상공인도 국민이다’는 말에는 상당한 호소력도 있다.
자영업자에 가장 큰 불만은 최저임금 인상의 폭과 속도가 가파르고 과속이라는 점이다. 작년에 올해 분 최저임금을 16.4%를 올린 데 이어 올해 또 내년 분을 10.9%를 올리기로 했으니 말이다.
IMF(국제통화기금)는 지난 2월에 이미 ‘한국의 최저임금 수준은 경제협력기구(OECD)의 평균수준으로 높아졌다’며 추가인상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당시 IMF는 1970년대에 있었던 프랑스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결과를 소개하기도 했다. 소득불평등은 크게 완화됐지만 그 대신 실업은 증가했단다. 우리나라는 웬 일인지 소득불평등 완화라는 희소식은 없고 실업자부터 늘어났다는 나쁜 소식만 있다.
우선 청년실업률은 10.5%로 통계를 작성한 2000년 이후 가장 높다. 고용동향은 월 30만 명이 정상인데 지난 5월은 겨우 7만2천 명에 그쳤다. 서울대 김대일 교수가 분석한 1990년대 이후 선진 15개국의 ‘최저임금 인상과 경제효과’와도 같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는 자영업자의 수가 전체 취업자 2천656만 명 중 25%인 675만 명이나 될 정도로 많다. 선진국의 두 배 수준이다. 평균생존 기간은 겨우 2년 반에 불과하다. 여기에다 중국인 관광객 감소까지 겹쳐 문 닫는 소상공인들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이는 서울의 건물임대료가 요지의 경우 2년 전보다 반값으로 떨어졌다는 보도가 증명한다. 한마디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수난의 시대다.
그런데 정부는 소상공인들의 업종별 차등화나 근로시간의 탄력적 운용만이라도 허용해 달라는 소청마저 강경하게 외면하고 있다. “내년 최저임금 심의ㆍ의결 과정상 절차상 하자가 없고, 최저임금위원회가 독립성과 중립성을 견지하면서 결정했다”는 고용부장관의 말이 그렇다.
따지자면 하자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자본주의를 하는 나라에서 시장원리를 외면한 것이 첫 번째이고, 두 번째는 절차상의 문제다. 그것은 고용부의 내년도 최저임금 고시는 중위임금 대비 68.2%(경총 추산)로 했다는 점이다. 이 문제는 노사간 합의가 있어야 하는데 이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했다.
모두가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빚어낸 일들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한마디가 법으로 해석되는 한국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은 긍정효과가 90%’라고 대통령이 언급한 이상 타협이나 개선은 없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사안은 일본의 경험이다. 같은 근로시간 단축법을 시행했음에도 일본은 기업 숨통을 터주었고 우리는 숨통을 막은 결과를 낳았다. 해결이 어려운 것도 아니다.
우리는 획일적 근로시간 규제를 했다면 일본은 업종이나 지역에 따라 융통성을 부여한 점 때문이다. 한마디로 넓은 예외를 인정한 것이다. 소통을 앞세우던 정부가 왜 막혔는지 모르겠다.
지난 5월 J노믹스 시행 1년을 맞아 실시한 여론조사(R&R 조사)에서 ‘살림이 나빠졌다’가 49%로, ‘좋아졌다’의 12%보다 월등 많았다. 정의가 경제를 지배하면 자칫 독이 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상황이다.

서상호

주필

저작권자 © 대구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