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글로벌 1위는 연구개발투자 결과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옥스퍼드 사전은 2016년 올해의 단어로 탈진실(post truth)을 선정했다. 그리고 다음해인 2017년에는 영국사전출판사인 콜린스가 올해의 단어로 가짜뉴스(fake news)를 선정했다.
그만큼 세계는 대중화시대를 맞아 ‘페이크’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민주주의가 그렇다. 국민이 올바른 선택에 지장을 받기 때문이다. 그리고 페이크뉴스를 이용한 정치를 페이크정치라고도 한다.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이 지난 3월 평양에서 김정은을 만나고 난 뒤 “북한은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북한은 그 뒤 남북정상 간의 판문점공동선언과 미북정상 간의 싱가포르선언이 있은 뒤에도 비핵화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북한외교부의 ‘강도 같은 요구’에서부터 우리 대통령을 향한 ‘쓸데없는 훈시질’이란 막말은 물론이고 가장 최근에는 “지금도 계속 핵폭탄을 만들고 있다”고 발표한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의 증언에 이르기까지, 그럴 가능성을 높이는 증거는 많다. 이렇게 된다면 언론식으로 말해 정 실장 발언은 본의와는 상관없이 페이크뉴스가 돼 버린다.
그럼에도, 문재인 대통령의 말대로 북한이 진실로 ‘협상과정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전략’으로만 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리고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최종적으로 핵을 폐기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정 실장의 ‘페이크뉴스’는 ‘진실보도’로 바뀔 수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작을 것 같다. 왜냐하면 옳은 핵 전문가라면 모두 ‘북한은 핵을 폐기하지 않을 것이다’고 예측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같은 당의 북핵전문가인 이수혁 의원마저 개인 소식을 전제로 ‘북한은 핵을 폐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언하고 있다. 그리고 북핵문제의 핵심이 어느새 핵 폐기에서 ‘핵 있는 평화’로 넘어가고 있는 느낌이기도 하다.
물론 정 실장의 발언은 언론기관이라면 법적으로 명예훼손에서는 무죄다. 악의를 가지고 거짓인 줄 알면서도 기사화를 ‘했느냐’ ‘아니냐’ 하는 소위 현실적 악의(actual malice) 이론 덕이다. 그러나 정치인은 다르다. 국가와 국민의 생명과 존립이 달린 문제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알고 했든 아니든 간에 비핵화에 실패한다면 그는 정치적으로 유죄다.
이낙연 총리의 김정은은 ‘백성의 생활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도자가 마침내 출현했다’는 말도 애매하다. 앞으로 북한이 중국모델로 나가지 않는다면 그의 말은 페이크뉴스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핵폭탄과 장거리미사일을 다 만들었고, 그 실험 때문에 취해진 국제제재로 비롯된 위기에서 벗어나려 하는 수 없이 국제무대에 나선 것을 두고 ‘민생 우선 지도자’라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누가 봐도 북한은 김정은체제가 우선이 아닌가. 사실보도는 아닌 것 같다.
유시민 전 복지부장관의 발언도 그렇다. ‘재벌 2ㆍ3세 중에서 김정은 만한 사람이 있느냐’는 질문이다. ‘권력을 다르게 쓰려고 하는데 그것이 혁신이다’는 논리다.
삼성 현대 LG 등 각 분야에서 세계 1등으로 올라선 것은 2세~3세 때의 일이다. 홍영표 민주당원내대표는 “삼성이 글로벌 1위가 된 것은 협력업체를 쥐어짠 결과”라고 폭탄발언을 했다. 일단 저질러 놓고 보는 노동운동가 출신답구나하는 느낌을 갖게 하는 용어들이다. 삼성의 성공은 연구개발과 경쟁에서 이긴 결과다.
홍 원내대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이야기한 것이라고 했지만 그런 뜻으로 해석할 여지도 없다. 왜냐면 ‘지금의 경제위기는 전정권 탓’이라면서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산업 전반의 구조개선을 소홀히 하고 수출과 대기업 위주 정책에 치중한 결과로 고용위기가 왔다’고 분석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1차 협력업체의 평균영업이익률은 8.5%로 국내제조업의 평균인 5%보다 훨씬 높다. 왜 국내협력업체들이 서로 삼성협력업체가 되려고 하는지도 모른단 말인가? 삼성의 총매출 중 국내비중은 13%에 불과하다. 모두 수출로 외국에서 번 돈이다. 그런데 삼성이 내는 세금의 81%는 우리나라에 낸다. 어느 네티즌의 글이 떠오른다. 여야 모두 ‘삼성 현대 LG만은 건드리지 말자’고 하는 말이. 경제가 정치에 휘둘리면 그 경제는 곧 망하기 때문이다.

서상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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