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에게 결혼·출산은 기대 난망 직장 구하기 어려운 현재, 미래 어두워 미래 담보할 수
저출산은 다양하고 복합적인 원인으로 나타난 현대사회의 병리 현상이다. 그 원인으로 여성 취업 증가, 보육 및 교육의 어려움, 개인주의 확산, 청년취업난 등을 꼽을 수 있다. IMF사태로 인한 경쟁 격화와 글로벌화도 한 원인이다. 그 외에도 더 많은 원인을 거론할 수 있다. 이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가 결코 쉽지 않음을 시사한다. 문재인 정부도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을 내놓았다. 늦은 만큼 근본적인 해결책을 기대했지만 기존의 범주를 크게 벗어난 것 같지 않다. ‘워라밸(Work & Life Balance)’, 즉 ‘일과 생활의 균형’이란 다소 추상적인 기준을 제시한 것이 새롭긴 하지만 성과달성을 위한 목표수단 체계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목표관리가 가능한 명확한 지표 제시가 필요하다. 감성적 캐치프레이즈로 명확한 목표를 대신할 순 없다. 책임 회피 의도라고 의심할 소지도 없지 않다. 좀 더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정책이 절실하다.
인간도 종족보존의 본능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출산이란 선택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가 선행되어야 제대로 된 해결책이 나온다. 본능을 거스르는 현 상황을 일단 생존 위협 때문이라고 진단할 수 있다. 그렇다면 생존을 위협하는 환경 중 가장 심각한 것은 무엇일까? 일자리가 가장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청년실업은 심각한 사회불안을 야기하고 미래를 어둡게 하는 뇌관이다. 부모에게 더부살이하는 젊은이들에게 결혼과 출산은 기대 난망이다. 먹고살 걱정 없이 안정적으로 일 할 직장이 있어야 미래가 있고, 미래가 있어야 비로소 결혼과 출산이 선택된다. 일 할 직장을 구하기 어려운 현재 상황과 4차 산업혁명으로 일자리가 급감할 글로벌 미래는 결코 만만하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젊은이들에게 결혼과 출산을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다. 현재와 같은 낮은 출산율도 감당하지 못하고 일자리를 주지 못하는 정부가 젊은이들에게 출산을 권장하는 것은 허구다. 출산을 기피하는 행위가 오히려 이성적이다. 지금 상황은 결혼하고 출산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그건 누가 봐도 같다. 세월이 바뀌면 우리 젊은이들의 판단이 현명한 것으로 드러날지도 모를 일이다.
저출산 대책은 인간이 평온하게 생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일이 되어야 한다.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비록 미래는 불확실하지만 인간에 대한 신뢰와 사랑이 느껴져야 한다. 치열한 생존경쟁과 불안한 미래만이 기다리는 현실에서 2세를 생각할 바보는 드물다. 가치관 재정립과 경제 성장이 절박한 이유다.
저출산은 우리 인간이 자초한 화인지도 모른다. 조물주는 종족보존의 본능을 주었으나 인간은 그것을 인센티브와 부담으로 분리시켰다. 피임이나 낙태라는 방법으로 무거운 짐을 벗었다. 어떤 동물도 해내지 못한 획기적인 일이다. 인센티브인 쾌락만 취하고 성과물인 출산과 양육을 회피함으로써 조물주의 원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지만, 피임과 낙태를 금하고 성행위엔 반드시 자녀생산이 수반되어야 한다면 인구 문제는 조물주의 뜻대로 균형을 유지할 것이다. 자연은 오직 적응하는 자만 선택한다. 어쨌든 우리는 본능파괴라는 도전에 대한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할 운명에 있다.
오철환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