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시간 동안 좁은 지역 많은 비 내려 천둥·번개·돌풍 동반해 피해 키우기도 기상정보

모든 기상현상은 대류권에서 생기는데 그 두께는 12㎞ 내외이다. 지구 반지름이 6천300㎞이므로, 지구를 사과로 본다면 대류권은 아주 얇은 사과껍질 정도에 불과하다. 이 사과껍질 속에서 구름이 생기고 비바람이 몰아치고 천둥 번개가 치는 등 온갖 기상현상이 일어나서 우리를 위협한다.
우리에게 피해를 주는 기상현상 중 대표적인 것으로 집중호우를 꼽을 수 있다. 집중호우는 짧은 시간 동안 좁은 지역에 많은 비가 내리는 현상을 뜻하는데, 원래 공식적인 기상 용어는 아니었고 언론에서 먼저 사용하기 시작해서 보편화된 용어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반경은 10∼20㎞ 정도로 좁고, 지속시간이 수십 분에서 수 시간 정도이며, 강수의 강도는 일반적으로 한 시간에 30㎜ 이상의 강한 비가 내리는 것을 가리킨다. 즉, 시간적ㆍ공간적으로 집중성이 매우 강해서 피해를 유발하기 쉬운 비를 집중호우라 한다. 또한, 천둥과 번개, 돌풍이 동반되어 피해를 키우기도 한다.
집중호우는 많은 양의 수증기를 가진 더운 공기가 있을 때 발생하는데, 우리나라는 5~9월에 주로 발생하고, 특히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우리나라 부근에 자리 잡는 여름에 자주 발생한다. 집중 호우는 장마 전선이나 저기압에서 적란운이 한곳에 오래 머무를 때 발생하기 쉽다. 장마전선은 차가운 성질을 지닌 고기압과 따뜻한 성질을 지닌 북태평양 고기압 사이의 경계선에 해당하며 두 고기압 간의 세력이 비슷할수록 오래가는 경향이 있어, 집중호우의 발생 확률을 높일 수 있다.
수증기가 많은 상태에서 지표가 가열되면 대기가 불안정해져 공기가 상승하면서 뭉게구름을 만들고, 상층의 찬 공기를 만나면 더 발달해서 집중호우를 유발하는 적란운이 만들어진다. 지상에서 5㎞ 이상 발달하는 적란운은 약 1천~1천500만t의 물을 포함하고 있는 거대한 하늘의 저수지라고 할 수 있다. 이 구름이 빠르게 이동하면 피해가 덜하지만, 일정 시간 정체하여 한 곳에 많은 비를 내리면 집중호우가 된다. 보통 이와 같은 구름의 수명은 1~2시간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특정한 기상조건 아래에서는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면서 지속시간이 길어져 엄청난 피해를 가져오는 것이다. 집중호우는 그 특성상 좁은 지역에서 나타나기 때문에 예측이 매우 어려운 자연현상 중 하나이다.
집중호우에 의한 피해는 하천 범람, 저지대 침수, 산사태, 낙석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특히, 도시에서는 하수도의 처리능력이 강수량을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침수피해가 생기기도 한다. 기상청은 3시간에 60mm 이상의 비가 예상되면 피해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호우주의보를 발표한다. 이는 최근 들어 국지성 호우가 잦아짐에 따라 호우주의보와 호우경보 등 기존 6시간, 12시간 단위의 호우 특보기준을 올해 6월부터 3시간, 12시간 단위로 개선한 것이다. 호우주의보는 3시간 동안 60㎜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되면 내려지고, 호우경보도 3시간 90㎜의 비가 예상되면 발표된다. 더 짧은 시간 간격의 호우특보 기준을 도입함으로써 집중호우에 따른 피해에 선제로 대비하는 것이 가능해 질 것으로 기대된다.
자연현상의 힘은 생각보다 훨씬 강하다. 집중호우를 비롯한 위험기상 앞에서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행동하는 것이 상책이다. 장마에 의한 기상재해는 매년 일어나고 있지만, 방재를 위한 유관기관 간의 긴밀한 협력과 소통이 강화되면, 그 피해 규모와 건수가 줄어드는데 반드시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기상청의 정확한 예보 생산과 적시의 호우특보 발표와 통보, 유관기관에서의 적절한 방재대응이 유기적으로 잘 운영되는 것이 기본적으로 전제되어야 가능한 효과일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상시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상식적인 이야기지만, 기상정보를 수시로 확인하고 평소에 나의 가정과 직장에서 재해 위험요소가 무엇인지 한 번쯤 생각해 두는 것도 의외로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등산이나 야영 계획을 세울 때, 여름철에는 맑은 날에도 구름이 형성되면서 갑작스런 집중호우가 발생하기 쉬운 계절임을 염두에 두는 것이 좋다. 평소에 알고 있는 생활수칙이지만 집중호우가 발생하기 쉬운 여름철엔 다시 한 번 되새긴다면, 큰 불행을 예방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전준항

대구기상지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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